문턱(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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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턱
창가에핀석류꽃
중용中庸의 뼈가 하얗게 드러난 문을 들어선다
수북한 걸음 누르고 선 문지방 위
움푹, 시간 꿈틀댄 흔적
넘지 못해 밀려난 생각들이 안을 보고 섰다
드러누운 숨죽인 비희悲喜,
층층 나이테가 환한 속살 깎아 내보이는
기울기 없는 마음이다
골 패인 가슴팍에 비명 묻어 나간 발걸음들
나를 지나간 것 어디쯤일까,
행간 앞 주저앉은 걸음이
하얀 파도 소리 끌어와 어둑한 발을 덮는다
쑥쑥 자라나는 금, 안이던 밖이 안을 보고 섰다
서로의 금 밖에서 서로를 바라보는
들숨 날숨 파란 하늘 날아오르는
단절 끌어안은 시간,
지운 신음이 두 팔 벌려 안과 밖 붙잡고 있다
뼈 위에서
하얗게 내가 지워지고 있다
댓글목록
라라리베님의 댓글

시제부터가 참 좋네요
그 앞에서 서성거렸을 많은 걸음들
패이고 움푹 들어간 흔적을 보며 깊은 곳을
매만져 보는 성찰이 한해를 보내며 제가 느끼는
송년의 마음 같기도 하네요
누구든 한번쯤은 되돌아 보았을 문턱 앞에서
좋은 시 감상하며 한참을 머물러 보았습니다
새해에는 넘는 문턱마다 다 꽃길이길 소망해 봅니다
늘 건강과 평안이 같이 하는 시간 되세요^^
창가에핀석류꽃님의 댓글

누구나 자기의 문턱을 가지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안과 밖을 나누는 선택의 기로에서 때로는 주체이기도,,
때로는 객체이기도 한 우리들의 모습을 생각했습니다.
결코 너와 내가 다르지 않다는, 본질에 충실한 삶을 생각했어요.
송년의 마음 참 좋았습니다. 조금 남은 시간도 알차게 보내시고
늘 건필 건안 하시기 바랍니다. 향기로운 길 걸으시길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