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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즈를 처음 알려준 뮤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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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어느청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63회 작성일 21-01-04 20:34

본문

뮤즈를 처음 알려준 뮤즈에게


  어느청년




  그렇다면 당연히 너는 귀뚜라미다

  시란 시는 모두 오롯이 추락하는 계절
  그 계절 중에서도 가장 쓸쓸한 날씨가 기르던 프리지어에서 태어난

  나의 뮤즈가 무엇이냐 묻던 네게, 그렇다면 뮤즈가 무어냐고 되물었었다

  카인의 농작물, 명왕성, 수박 껍데기, 고슴도치 가시, 외할아버지의 담배연기, 고등어 지느러미, 지렁이, 샤프심•••
  귀뚜라미, 귀뚜라미는 창고에서 울다가 죽었다

  네가 그렇게 떠나 버리고 나면 내가 다시는 너를 뮤즈로 꼽지 않으리라
  너는 생각했을지도 모르겠지만

  우리의 만남이, 우리의 사랑이 찌르찌르 내몰린다
  가을의 코끝에 묶인 채 심지만 남은 단풍잎처럼

  지난겨울 끝끝내 수습하지 못한 귀뚜라미의 사체처럼
  기꺼이 너를 뮤즈로 꼽은 탓에, 내 호주머니에서 프리지어는 핀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21-01-11 15:53:21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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