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나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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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현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0건 조회 1,156회 작성일 21-03-07 07:51본문
하얀 나그네* / 최 현덕
노인은 장 갈이 하지 않았지만
장 갈이 안 한 청년시절에 쓴 원고는
사람들 가슴에 피어 장 갈이 되었다
파란 청년은 어느새 하얀 나그네가 되었다
먼 여정의 새파란 세월은 많은 신체를 조각내
분해되다가 먼지가 되다가 거인이 되었다
기억 속엔 붉은 지렁이가 꿈틀거리며
어느 한 여자가 바람을 몰고 와
하얀 바탕엔 가면을, 상여를, 악기를 그려놓곤
빨간 바탕엔 침묵을 그렸다
그리고는 나그네 곁을 맴 돌았다
침묵은 나그네를 계속 뒤 쫓아 다녔다
하얀 나그네는
하늘을 올려다보다가
장 갈이 안 한 파란 청년을 뒤돌아보다가
꿈틀거리는 침묵의 땅을 침묵 속에 품었다
오호라, 침묵이 바로 생명이구나!
하얀 나그네는 주렁주렁 침묵을 달고
북두칠성과 교신하며 그날을 펴 보았다
장 갈이 안한 낡은 원고엔 검버섯이 피어
침묵이 모질게도 매달렸다.
*정남주의 하얀 나그네에서 차용(92세 노인의 삶의 체험담)
- 6.25전쟁 중에 헤어진 그녀를 못잊어 평생을 홀로 사시는......
댓글목록
라라리베님의 댓글
라라리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최시인님 건강하신 모습 뵈니 반갑습니다
삶은 지나간 시절에 따라 각기 다른 모양으로
꽃을 피울텐데 그 향기를 오래도록 지뉘다 보면
내면으로 시들지 않는 꽃이 피나 봅니다
깊이 담을수록 삶을 지탱해나가는 원천이 되기도 하겠지요
틈틈이 좋은 시 올려주시고 늘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최현덕님의 댓글
최현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신명 시인님, 반갑습니다.
간만에 시마을에 들르니 안부가 무척 궁금했지요.
어려운 시기에 '정남주' 어른의 다규를 보면서 눈물 많이 흠쳤지요.
정남주 어른의 지고지순한 위대한 사랑이야기를 보면서
뭉쿨한 사연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50년 가까운 긴세월을 손목 한번 잡아보지 않은 첫사랑을 기리며 구순이 넘게 홀로지기를
할 수 있는지 참으로 귀하신 분 같았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복운 가득하시길요.
김태운님의 댓글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장 갈이라...
ㅎㅎ, 생소하다싶어 빠져들게하는 시어에 흠뻑 취해버린 시향입니다
언젠가는 우리 모두 하얀 나그네가 되어 구천을 떠돌겠지요
장 갈이 하든 안 하든...
감사합니다
최현덕님의 댓글
최현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첫사랑의 여인을 장갈이 하지 않고
가슴에 묻은채 50성상을 홀로지기 하였답니다.
저도 장갈이 안한 여인 가슴헤집어보니 한명 있군요. ㅎ ㅎ
고맙습니다. 백록 시인님!
한뉘님의 댓글
한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자주 인사도 여쭙지 못했습니다ㅠ
거인의 당당한 기백이 느껴지니
무탈하시고 건강하심을 글로 뵙습니다ㅎ
항상 건강 염려하시는 문우님들이
곁에 있음을 기억해주시구요^^
편안한 주말 보내시고
웃음만 가득하시길요~~~~~
최현덕님의 댓글
최현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양 시인님 반갑습니다
염려지덕에 완치판정 받고 건강히 보냅니다
제주에 고나 류시인님과 연락해서 봄날에 작당 한번 해야지요 고맙습니다
1활연1님의 댓글
1활연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뭔가 스토리가 묵직합니다.
두리번거리다가 정수리에 대갈못 박히고
정신이 번쩍,
여여하시지요. 자주 뵙기를 바랍니다.
최현덕님의 댓글의 댓글
최현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귀한 걸음 주셔서 고맙습니다.
세상은 변화무쌍하지만 한 인간의 장갈이 하지않은 우직한 모습과
지고지순한 숭고한 사랑을 접하면서 저역시 정신이 번쩍 들었지요.
힘든 세상에 돋보기 들여다 본듯 '정남주'의 하얀나그네를 읽고 큰 세상을 보았습니다.
늘 시마을에 단비를 내려주시는 활연 시인님의 가정에 복운 가득하시길 기원드립니다.
탄무誕无님의 댓글
탄무誕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제가 좋아하는 으뜸의 언어,
침묵에 뜻을 담아 시 한 편 펼쳐주셨네요.
고맙게, 잘 읽었습니다.
무엇보다
완치판정 받고 건강하시다니
격하게 환영합니다.
참으로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젠 님의 몸 반응에 무뚝뚝하지 마시고
현명하고 빠르게 대처하면서
건강하게 오래 사십시오.
최현덕님의 댓글
최현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인님과 소통의 공통 언어가 있었군요.
'침묵' 귀 한 언어인것 같습니다.
저의 건강에 대해서 염려해 주신 은덕에 새 삶을 살고 있습니다.
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