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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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어느청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605회 작성일 21-03-09 23:20본문
호박
그 집은 누가 사는가
아마 덩굴같은 아버지가 있을 것이며
덩굴의 작업복을 잡아 댕기는 이파리 몇 장 있을 것만 같은 그 집은
아무도 살지 않으면 집은
지붕에 호박을 기른다
일생에 꼿꼿이 고개를 들고 뻣대는 풀꽃을 나도 호박처럼 짓눌러 보고싶다
한 번은 나도 꽃이라는 것을 본 적 있다 (당연히 호박꽃이다)
꽃을 피우는 건 쉽지만 떨어트리는 건 어렵다
꽃을 떨어트리고 알맹이가 되는 것은 또한 어렵다
내 덩굴에는 누가 사는가
내 덩굴의 정수리에 핀 풀꽃 위에 하룻밤 앉았다가 그 뜨끈한 엉덩이 자국을 남겨두고
알맹이만큼 시린 사랑을 알게 해 줄 호박 하나
그대 떠난 내 지붕에 기르고 싶다
직장도 잃어보고 아이들을 쫄쫄 굶기다가 아내와 싸워 보기도 하고 아이의 콧물에 절어서 깍두기 처럼 매워지기도 하고
그러다가 아내의 들판을 이리저리 주물러 보기도 하는
별 것 없어보이는 아버지의 삶에 앉았다가
댓글목록
피플멘66님의 댓글
피플멘6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레퍼들도
가수라고 하더라고요
아무말 잔치도 잔치고
퇴고 말 잔치도 잔치
입니다
그리고 좋은말
잔치도 잔치이고요
참외 호박 그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