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리퍼를 고쳐 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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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하늘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223회 작성일 22-05-08 16:36본문
슬리퍼를 고쳐 매다
하늘시
석양을 지펴 놓은 저녁 골목길에
그늘을 불려 어둠을 끓일 때
내일 아침 해는 고들할까 질퍽할까
어둠과 그늘이 뒤섞이면
핏물이 눈물에 용해되어 시신경의 창가에 울음 한 방울 비치고 말거라는
비는 줄기의 끝단을 잡고 매달리는
대지의 가슴에 줄기차게 못 박을 때
어떤 환희의 물방울을 감동시키지
젖는다는 것의 의미를 모르는
오랜 슬픔을 벗어 난 저수지는
인연이 닫지 못하게
만연한 그리움을 가두어 놓지
바람의 멍에를 짊어 진
모든 흔들리는 것들을 푹 찔러넣은 호주머니는
몇알의 동전을 거머 쥔 손톱을 물어 뜯으며
멍 때리는 눈알에 박힌 우산의 레코드를 돌린다
질문없는 대답에 질 질 끌리며
나를 당기는 느낌표는 무엇일까
아픈 골목길 쿨럭거리는 기침을 다독이며
고독한 돌담 동그랗게 끌어안은 수국들이
흙탕물을 우려 슬리퍼를 끓인다
그저, 꿀꿀 땅만 보일 때
신발 끈 고쳐매라는 아버지가 하늘과 땅의 짝짝이를 바꿔 신긴다
흙수저를 내려놓은 슬리퍼가 하늘을 밟고 땅을 올려다 본다
슬리퍼의 메아리가 아버지를 신는다
질퍽질퍽 울먹이며 골목길이 따라온다
신발끈을 고쳐 맨 슬리퍼가
발바닥을 뜨겁게 지진다
고들한 흙탕밥에 누룽지가 눈다
댓글목록
grail200님의 댓글
grail200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하늘시 시인님,
충고한 글을 관심으로 받아주셔서 고맙습니다
하늘시님의 댓글
하늘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가장 쉬운것이 타인을 충고하는것
가장 어려운 것이 자신을 아는 것
이라는 에세이를 읽은 적 있어요
올리신 시 잘 읽고 있어요 그레일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