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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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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수퍼스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670회 작성일 15-07-25 17:02

본문

 

1

사각 또는 원형의 틀은 감방 문에 손가락 지문을 입힌 예비수감자들의 방이다 그 방에 하늘 문이 들여다보이는 비상구가 있으나 그곳에 관심을 두는 사람은 거의 없다 거울 틀 안쪽 모서리를 갉아먹은 위장된 형상들은 쇼 윈도우에 박힌, 때로는 자동차유리에 투영된 얼굴을 물들일 수 있는 거짓 윤곽의 배후였다 숙성된 빵 반죽처럼 부풀어 오른 욕망을 가르고 꿰맨 메스와 바늘자국이 마지막 흔적을 지우며 공복의 포만감에 체해 트림할 때 한 뼘도 안 되었던, 하늘로 이어진 도랑은 은하수 강물처럼 거칠게 팽창했다 죽음의 내부를 밟고 선 목마름의 부피, 거울은 왜곡된 지체에서 흘러내리던 핏방울의 아득한 무게를 절대로 기억해주지 않는다 하늘로 통하는 비상구가 활짝 열려있었다

 

2

거울을 보고 앞만 보고 걸었다

거울을 다시 보니 나는 언제나 뒤로 걷고 있었다

 

고장 난 내 거울은 하늘을 등에 업고 있었다.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5-07-28 10:07:30 창작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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