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악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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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봄뜰123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5건 조회 1,520회 작성일 15-08-01 07:46본문
토악질
과거
불완전 연소된 시간의 찌꺼기가 거머리처럼 아직 죽지 않고
내 기억 속 통로 여기저기에 붙어 빨대로 현재라는 생생한 피를 빨아 냈다
기억을 통채로 토해내자 마자 거머리가 다 사라져버렸다
신기루처럼 원래 과거란 남아있지 않았기 때문
원죄
태어나기 전부터 쟁기소의 굴레처럼
한 번도 듣지도 보지도 못한 덧씌워진 죄지음이 있다고 사람들이 말했다
언젠가 저 깊은 곳에서 끌어올려 눈물이 핑 돌도록 다 토해버리고 싶었다
어느 날 바닷가에서 인간임으로 어쩔 수 없이 가지고 있는 것들을 고백하고
맘편히 가볍게 다 토해버렸다 이제는 더이상 원죄가 없다
생물로서 동물로서 인류로서 본능적인 찌꺼기만 남아 있을 뿐
집착
모든 것이 다 그렇지만
맛있는 것 먹는 순간은 몰라도 먹고 나면
속이 더부룩한 게 어떨 때는 안 먹는 게 나을 뻔 했다는 생각이 문득 문득 들었다
과하면 부족한 것만 못하지만 또 맛있는 음식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다
이제는 토악질하기 전에 더부룩한 배앓이부터 살펴보고 있다
이성
젊은 날의 불타는 연애, 사랑, 아픔
한 때 이성으로서 나도 몰래 짊어졌던 그 몸부림들이 남긴 상흔들
이제야 바람을 보고 배워 내 순수한 열정 밖으로
술 많이 마신 다음날 입 벌려 취기를 날리 듯 뜻없는 찌꺼기를 토하고 있는 중이다
미래
아직 전혀 오지도 않은 미래가 내 눈앞에서 가짜 꽃으로 어른거린다
현실과 무척 다른 맛이라서 비위가 상해 토하고 싶다
눈을 비벼도 털어내고 감아도 떨어지지 않은 눈앞의 가짜 꽃을 머리 흔들어
때때로 많이도 털어내고 있다
현존재
나는 존재하고 있다고, 있어야 된다고
영원히 살아야 한다고
변하지 말아야 한다고
그렇게 생각하는 그 순간마저 불확실한 모습으로 사라져가고 있는데
내가 존재해야 한다는 집착에 너무 많이 빠져 살다 보니 존재고착고질병이 생겼다
이제는 자연스런 일이 되었지만 뱀이 허물을 벗듯 조금씩 토악질 중이다
자유
자유라는 이름 앞에 얼마나 많은 생명과 시간과 정열을 빼앗겼는가
낙서금지라는 말을 화장실에 적으면 그것도 낙서가 되는 법
이제는 머릿속에 든 신성한 자유라는 글자마저 토악질 해내고 싶다
투명한 시냇물위에 맑은 햇빛아래 종이배처럼 물따라 조용히 떠가고 싶다
허공을 날으며 그 발자취를 남기지 않는 새처럼 살고 싶다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5-08-05 10:17:55 창작시에서 복사 됨]댓글목록
tang님의 댓글
tang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성스러운 빛을 대하는 흥분을 차지하며
또 다른 순수로움이 배면을 차지한 자기 굴레를 비춥니다
자기를 꺼내는 순수함의 열정이 성스러운 빛과 조우합니다
봄뜰123님의 댓글의 댓글
봄뜰123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Tang님.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무더운 여름날 시원히 잘 나시길 빕니다.
성스런 빛과 조우를 기원합니다.
박정우님의 댓글
박정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더운 날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더위를 이겨내는 것도 지혜가 필요한 듯 합니다.
좋은 시 한수면 나름 족합니다.
시원한 여름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
SunnyYanny님의 댓글
SunnyYanny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한결같이 써 내시고도 한결 같이 남아 있을
봄뜰에 싹 오르는 순들..
머물다 갑니다. 더워요 .. 많이
봄뜰123님의 댓글
봄뜰123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무언가에 열심이다 보면 다른 것들은 사라져 버리고
더위도 때론 멀리 머무르는 것 같네요. 귀한 걸음 해주신
박정우 시인님.. 감사 합니다.
아직도 청춘인데 무언가 떠오를 때마다 쓰고 싶은
생각은 여전합니다. ㅎ. 순들.. 잘 키웠으면 합니다만..
이제는 이빨도 없고.. 흑.. 들려주셔서 감사.. 서니야니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