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재생용 종이컵이다 > 우수창작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우수창작시

  • HOME
  • 창작의 향기
  • 우수창작시

     (관리자 전용)

☞ 舊. 우수창작시  ♨ 맞춤법검사기


창작의향기 게시판에 올라온 미등단작가의 작품중에서 선정되며,

 월단위 우수작 및 연말 시마을문학상 선정대상이 됩니다

우수 창작시 등록을 원하지 않는 경우 '창작의 향기' 운영자에게 쪽지를 주세요^^

(우수 창작시에 옮겨진 작품도 퇴고 및 수정이 가능합니다)


나는 재생용 종이컵이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박정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1,882회 작성일 15-08-07 09:33

본문

 

나는 재생용 종이컵이다



 

 

 

1.

 

1,300원, 몸값을 선납하고 굼뱅이처럼 구겨진 지하철에 뿔난 몸을 실는다. 07:30, 낯선 향기에 젖은 아침이 내장 터진 개나리봇짐 사이로 무임승차를 한다. 꼬깃한 옷을 걸친 그와 거창할 것도 없는 첫상면을 한다. 언제나 첫 만남은 근엄한 산사의 기도처럼 경건하고 숭고했다. 내 마지노선은 높이 7cm. 윗지름 7cm, 아랫지름 5cm 볼륨없는 항아리 몸매를 가졌고 후에 안 사실이지만 재생용종이컵이라 불렸다. 분명 내 안에 꼭꼭 눌러 담을 정량이 있듯 7cm 속 좁은 내량으로 담아낼 양은 들불 보듯 분명했다.



 

2.

 

나는 흘러내리는 어떤 것도 아낌없이 담아낼 지혜와 용기가 있다. 사시장철, 세상에서 가장 빠르게 최고의 맛을 담아내려 한다. 그는 정도를 넘지 않으려 적량과 농도 조절의 안목으로 올곧게 세분된 눈금을 겨냥한다. 적정선 맞추기란 시간을 과거로 돌리 듯 어려운 일이겠으나 그 적정이란 선에서 머무를 때 삶은 더 행복하고 금도의 선을 넘으면 손마디에 수포가 생겨날 것임을 직감한다. 인생 또한 그러할 것이다. 일회용은 쓰는 순간 버려질 것을 예감하지만 재생용이란 딱지가 붙으면 그럭저럭 희망은 있는 셈이다. 제 자리에서 역할을 못하면 퇴물이 되는 비정의 시대, 본분을 다해도 눈깜작할 세, 토사구팽(兎死狗烹) 당하는 시나리오 속 비련의 주인공, 더러는 차곡차곡 오버랩된 인생으로, 더러는 얄팍하게 꾸겨지는 일회용 운명으로, 무수한 지문과 지문 사이에서 안의 골수가 비워지면 바로 뒷방 퇴물 신세가 된다.



 

3.

 

진실같은 뜬소문들이 각을 세우고 몸 안으로 둥글게 말려든다. 그는 희망을 노래하고 뒷이야기를 체거름없이 녹여낸다. 종이컵 안에 세상 이야기가 담겼다가 이내 비워진다. 나는 그에게 쉼이 되어 주지만 못된 언어의 시궁창이 되고 재떨이가 되기도 했다. 한시간 동안 코너에 몰아넣고 어찌 손 쓸 겨를없이 발길질을 당한다. 이것이 쉼에 대한 처절한 응징과 댓가였으며 하얗게 질린 얼굴에 지워지지 않는 족적을 남긴 체 내장이 파열되기도 한다.

 


 

4.

 

그는 숨 가뿐 쉼표에 마침표를 찍으면 오랜 습관처럼 하얀 속살을 벗겨내며 감추고 싶은 이야기를 들춰낸다. 언제부터인가 달콤한 욕망 뒤엔 불행이란 검은 그림자가 먼저 다가왔다. 밑바닥 치부까지 드러낸 알몸뚱이에 달라붙은 끈끈한 알맹이들. 17:30, 그는 화려한 부활을 꿈꾸며 내 안에 마지막 수위와 농도를 조절한다. 온화한 미소 속에 사랑, 희망, 애증, 때론 분노가 철철 끓어넘쳤다. 일회용이라 딱지붙은 것이 날개없이 곤두박질한다. 10분 안쪽이었다. 내 인생 역시 어느 순간 날개없이 추락할 때가 있으리라. 4막5장의 비루한 가면극을 끝내고 부활을 꿈꾸며 심연속으로 하얀 몸을 던진다. 홀더 속 종이컵 하나가 엉치를 빼며 배수진을 친다. 신석기 패총같은 일회용들의 무덤에 뜨거운 볕이 머문다. 나는 그대 손에 들린 재생용종이컵이다.

 

 

 

 

 

 

글쓴이 : 박정우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5-08-08 10:41:56 창작시에서 복사 됨]
추천2

댓글목록

Total 6,186건 70 페이지
우수창작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1356 예시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39 0 05-07
1355 동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64 0 05-05
1354 이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42 0 05-05
1353 초보운전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67 0 05-04
1352 동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62 0 05-04
1351 심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86 0 05-04
1350 아무르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82 0 05-15
1349 추영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10 0 05-15
1348
참 잘했어요 댓글+ 2
인디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94 0 05-15
1347
물의 門 댓글+ 8
문정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81 0 05-13
1346 이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18 0 05-12
1345 목동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57 0 05-12
1344 박성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43 0 05-11
1343 purewater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64 0 05-11
1342
오월에는 댓글+ 1
초보운전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88 0 05-09
1341 목동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35 0 05-09
1340
점박이 3 댓글+ 2
심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36 0 05-08
1339
막걸리 댓글+ 2
풍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20 0 05-07
1338 김만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34 0 05-07
1337 아무르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26 0 05-07
1336 면책특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60 0 05-07
1335
두 개의 풍경 댓글+ 3
그믐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71 0 05-06
1334
묘지송 댓글+ 1
l배달부l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30 0 05-06
1333 초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51 0 05-06
1332 문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16 0 05-06
1331
점박이 2 댓글+ 3
심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78 0 05-05
1330
둥둥 댓글+ 1
박성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30 0 05-03
1329 이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49 0 05-03
1328 목동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02 0 05-03
1327 핑크샤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34 0 05-03
1326
달 포구 댓글+ 4
Sunny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52 0 05-03
1325
내 이름 댓글+ 8
예시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36 0 05-03
1324
댓글+ 2
초보운전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25 0 05-03
1323 그믐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66 0 05-02
1322
비 개인 오후 댓글+ 2
박성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43 0 05-01
1321
새벽필체 댓글+ 2
초보운전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26 0 05-01
1320 초보운전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41 0 05-01
1319 향일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25 0 04-30
1318
청람에 지다 댓글+ 24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34 0 04-29
1317 이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27 0 04-29
1316
노크 댓글+ 4
예시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74 0 04-29
1315 박성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53 0 04-28
1314 초보운전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24 0 04-28
1313 박성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32 0 04-27
1312
상처 댓글+ 1
그믐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7 0 04-27
1311 추영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59 0 04-27
1310 이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94 0 04-27
1309 이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34 0 04-26
1308 아무르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06 0 04-26
1307 예시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60 0 04-26
1306 이경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33 0 04-25
1305
댓글+ 8
香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26 0 04-25
1304
공갈빵 댓글+ 2
이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98 0 04-25
1303
소문 ( 퇴고 ) 댓글+ 2
풍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2 0 04-23
1302 예시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81 0 04-23
1301 추영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54 0 04-23
1300
SALE, 살래? 댓글+ 7
이경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17 0 04-22
1299 초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91 0 04-22
1298 이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22 0 04-22
1297
멍에를 벗다 댓글+ 3
박성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28 0 04-21
1296 아무르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38 0 04-21
1295
싸리꽃 댓글+ 8
양철붕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03 0 04-21
1294 이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23 0 04-21
1293
댓글+ 6
박성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25 0 04-20
1292 피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30 0 04-20
1291 두무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27 0 04-20
1290 목동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22 0 04-20
1289 예시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27 0 04-19
1288
아버지 댓글+ 2
香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33 0 04-19
1287
보리 서리 댓글+ 17
양철붕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15 0 04-19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