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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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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인디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655회 작성일 15-08-09 12:38

본문

<p style="margin: 0px">끼니</p>
<p style="margin: 0px">&nbsp;</p>
<p style="margin: 0px">&nbsp;</p>
<p style="margin: 0px">동숭동 대학로 아름드리 플라타너스 아래</p>
<p style="margin: 0px">철퍼덕 주저앉아 보름달을 먹는다</p>
<p style="margin: 0px">끼니를 거르면 안 된다 생전의 어머니 말씀 생각나</p>
<p style="margin: 0px">싫다는 배속으로 밀어 넣는 보름달</p>
<p style="margin: 0px">&nbsp;</p>
<p style="margin: 0px">신호가 바뀔 때마다 건널목 미어터진다</p>
<p style="margin: 0px">걸개그림 우쭐댄다 카페와 주점과 </p>
<p style="margin: 0px">극장이 따개비처럼 다닥다닥 붙어 있는 거리</p>
<p style="margin: 0px">목마른 연애가 밀물처럼 몰려온다</p>
<p style="margin: 0px">&nbsp;</p>
<p style="margin: 0px">수천 개의 노란 리본을 만장처럼 매달고 </p>
<p style="margin: 0px">겨우내 을씨년스런 소리로 울부짖던 나무는 </p>
<p style="margin: 0px">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 </p>
<p style="margin: 0px">널따란 잎사귀를 자랑처럼 펄럭인다</p>
<p style="margin: 0px">&nbsp;</p>
<p style="margin: 0px">땀을 뻘뻘 흘리며 보름달을 뜯어 먹는다 </p>
<p style="margin: 0px">먹어도 먹어도 줄어들지 않는 보름달 </p>
<p style="margin: 0px">저만치 벤치를 통째 전세 내 낮술을 마시던 </p>
<p style="margin: 0px">노숙의 움푹한 눈이 물끄러미 건너다본다&nbsp; </p>
<p style="margin: 0px">&nbsp;</p>
<p style="margin: 0px">번개처럼 뇌리를 스치는 유유상종이란 말, </p>
<p style="margin: 0px">매미떼 고막을 찢어발길 듯 그악스레 울어댄다&nbsp;&nbsp;</p>
<p style="margin: 0px">아직 몇 모금의 참이슬이 남았는데 </p>
<p style="margin: 0px">소주병을 움켜쥔 채 까무룩 잠이 든 노숙 </p>
<p style="margin: 0px">&nbsp;</p>
<p style="margin: 0px">바람이 분다 잊었던 끼니가 손을 내민다</p>
<p style="margin: 0px">저 손을 잡아야 하나 뿌리쳐야 하나&nbsp;</p>
<p style="margin: 0px">고민하다 하얗게 세고 말았을 노숙의 머리맡에 </p>
<p style="margin: 0px">슬몃 보름달 하나 띄워놓고 일어선다 </p>
<p style="margin: 0px">&nbsp;</p>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5-08-13 10:21:46 창작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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