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은행나무의 말씀
페이지 정보
작성자 나문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1,721회 작성일 15-08-16 23:38본문
천년은행나무의 말씀
김영선
무겁고 화급할 때 그 부처님 찾아가면 그저 놓으라고만 하시더니
천태산 영국사 부처님도 하냥 같은 말씀이시라
본전도 못 한 어설픈 장사꾼처럼 터덕터덕 내려오다 마주한 천년은행나무,
멀거니 한참을 올려다보고 섰는 나에게
눈주름살 같은 가지 가만가만 흔들어 하시는 말씀,
견뎌라,
사랑도 견디고 이별도 견디고 외로움도 견디고
오금에 바람드는 쓸쓸한 계절,
밑 드러난 쌀통처럼 무거운 간난도 견뎌라
죽어도 용서할 수 없을 것 같은 어금니 시린 배신과
구멍 뚫린 양말처럼 허전한 불신
구린내를 피우고도 우뭉떨었던 생각할수록 화끈거리는 양심도 견뎌라
어깨너머로 글 깨우친 종놈의 뜨거운 가슴 같은 분노도 견디고
싸리나무같은 가슴에 서럽게 묻혔던 가을 배꽃처럼 피어나는 꿈도 견뎌라
들판의 농부가 작은 등판으로 온 뙤약볕을 견디듯
가느다란 외등이 눈보라 치는 겨울밤을 견디듯
너의 평생이 나의 천년 아니겠느냐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5-08-18 21:04:19 창작시에서 복사 됨]댓글목록
안희선님의 댓글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음...
여적무차 如寂無差 경지명일 境智明一 같은 시
시를 감상하니,
그냥 맘이 편안해집니다
매사에 견디며 하심 下心한다는 거 (온갖 잡상으로 가득한 마음 하나 내려 놓는다는 거)
그게 바로 인생살이에 만병통치萬病通治인듯요
잘 감상하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