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고기, 고기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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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아무르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558회 작성일 15-08-11 23:45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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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파스님의 댓글
컴파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ㅅ^)
아무르박님의 댓글
아무르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는 어린 시절
산동네 판잣집에 살았습니다.
아버지는
아홉 식구를 건사하느라고
밤낮없이 노동일에 매진하셨지요.
운명의 장난 이었을까요?
친구분을 구하려고
당신의 생일 날,
일을 나가셨다가 끝내
집으로 돌아 오시지 못했습니다.
우리,
아홉 식구는 죽은 목숨이었지요.
그나마 저희에게는
희망이 있었습니다.
옛날 한옥을 헐고
보르꼬 집을 지었는데
그나마 돈이 없어
변변한 일꾼도 못 사고
어머니와 아버님이 집을 지었지요.
어머니는 지금도 회상하십니다.
눈보라가 치고
땅은 꽁꽁 얼고
페인트 말 통에
생선 궤짝을 난로로
장작을 때시며 집을 지었답니다.
저희 여덟 식구는
한 방에 모여 세간살이를 했습니다.
큰 아이가 작은 아이를 끼고 발을 뻗고
큰 사람은
어깨를 나란히 둘 수 없어
서로 발목을 보고 잠이 들었지요.
아버님이 사고로 돌아가셨지만
그나마
산동네 판잣집에
세 들어 사는 사람들의 월세가 있어
학교에 다녔습니다.
총 여섯 가구의 우리 집에
화장실은
재래식 화장실 하나였습니다.
가난에 찌들어
한 달에 한 번 있는 회식은
닭 한 마리에
지나치리만큼 많은 채소를 넣고
닭 두루치기를 만들었습니다.
고기,
이 말은 언제나 침이 고이고
낯선 말이었지요.
하루는
재래식 화장실에 가는데
골목길에 세입자의 창문에서
'고기, 고기' 하는 말이
들렸습니다.
저는 '고기'라는 말에
살며시 창 너머의 풍경을 엿보게 되었습니다.
보리밥 한 숟가락에
멸치 하나를 올려놓고
엄마는 아이를 어르고 있었습니다.
'아,
멸치 하나도 고기가 될 수 있구나."
제게는 충격이었습니다.
트라우마였을까요.
세월은 무던히 흘러
지금에서야
고기를 굳이 먹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았는데
그 세입자 젊은 엄마가
아기에게
'고기, 고기~'
하던 말은 잊을 수 없습니다.
사람은 제 주머니 속을 보고
사는 세상이라지만
잊혔던 옛 생각이 동시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