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조) // 묵계 - 강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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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의(無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2,157회 작성일 15-07-17 05:29본문
묵계(黙契)
묵계,
라고 쓰는데 손가락이 아리다
느낌 같은 산새 울음
적막으로 돌아오는 매서움
눈발도 벌벌 떨다가 벼랑을 기어오른다
수백 척 암두에서 관절을 꺾고 뛰어내리는
서슬 푸른 침묵의 뼈 얼어터지는 꽃잎들
잠자던 멧노랑나비 속눈 떴다 감는다
묵계,
라고 쓰는데 손가락이 아리다
느낌 같은 산새 울음
적막으로 돌아오는 매서움
눈발도 벌벌 떨다가 벼랑을 기어오른다
수백 척 암두에서 관절을 꺾고 뛰어내리는
서슬 푸른 침묵의 뼈 얼어터지는 꽃잎들
잠자던 멧노랑나비 속눈 떴다 감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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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無疑)님의 댓글
무의(無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 시는 올해 펴낸 시집의 표제시다. 1984년 등단 이후 8권의 시조집을 상재하였으니 부단히 시조의 이랑을 일구었다. 이 시인의 시들은 묵중한 물음으로 다가온다. 위 시 역시 떠나보낼 것 다 떠나보내고 뼈대만 남은 겨울을 그려낸다. 그런데도 처연하거나 앙상한 모양은 아니다. ‘묵계’는 침묵의 계곡을 말하지만 사실은 모두가 암묵적으로 공감하는 의미의 묵계로 읽히기도 한다. 그냥 얼어붙은 겨울 계곡을 지나면서 “손가락이 아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 얼붙은 폭포 앞에서 시인은 눈발의 역류를 본다. 산새울음은 적막을 넘어 매섭기까지 하고 거꾸로 “벼랑을 기어오”르는 눈의 안간힘을 바라본다. 그 지난함 속에서도 언 폭포의 무릎을 뚫고 봄을 향한 물의 역주는 계속된다.
이달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