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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속에 천마리 귀뚜라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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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공덕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24회 작성일 18-09-03 02:21

본문

이젠 오전반을 그만두고, 가사원 일을 하니 쉬는 오전이 많아졌다.

어제는 오후까지 쉬었다.

또 일을 그만두고 이번달 대출금을 낼 수 없게 된 큰 아이를 데리고

쌍계사 밑에 있는 옥천 식당을 갔다.

개를 여러마리 키우는 집이다.

쌍계사 가는 길, 계곡으로 작은 줄다리를 건너면 나오는

다 쓰러져 가는 스레이트 지붕의 식당이다.

한참 폭염이 극성일 때는 흐르는 계곡물 위에 평상을

띄워 놓고, 동동주나 파전을 먹을 수 있게 해놓았더니

폭우가 극성인 지금은 대나무 평상을 계곡 바위 위에

널브러뜨려 놓았다. 그래도 마침 물가에 평상 하나가 있어

파전과 동동주를 시켜놓고 아들과 마주 앉았다.

엊그제 다시 들었던 적금 칠십만원을 또 해약 시켜서

덤프 트럭이나 버스 같은 것을 몰 수 있다는 대형 면허를

딸 수 있도록 하자고 했다. 이럴 때 참 남자 친구가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회성이 잼병인 남편은

무조건 필요 없다 안된다는 말만 하기 때문에 무엇도 의논

하기 싫다. 남자 친구란 연인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말이나

트고 지내는 그야 말로 성별이 남자일 뿐인 친구를 말한다.

남편은 대형 면허 같은 건 아무짝에도 소용 없고, 면허가

있는 사람도 다른 일을 한다며 길길이 뛰기만 한다. 그런데

나를 닮은 아이의 적성을 살피자면 여럿이 함께 부딪혀야하는

일보다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맞을 것 같다. 나중에 직장이

되든 되지 않건간에 아이가 어디에 도전해서 성취감을 맛보면

사는데 재미를 붙이지 않을까 하는 것이 나의 희망이다.

하나를 이루면서 다른 욕심이 붙기를 바라는 것이다. 녀석은

내가 술을 마시는 것을 싫어한다. 워낙 술버릇이 나쁜탓도 있지만

술 때문에 죽은 아빠를 머릿속에 떠올리는 것이 괴로운 것 같았다.

그래도 계곡과 계곡의 영혼 같은 물이 기어히 동동주 한 동이를

바닥 내게 했다.  아이에게 다른 부탁보다 일단 살을 좀 빼자고

부탁 했다. 백팔킬로가 넘는 체중이 그나마 백팔십이 넘는 키 덕분에

아직은 억지로 봐줄만 하지만, 이대로 가면  문을 열자 마자

끼여있다가 와락 바닥으로 쏟아지는 사람이 될 것이다.

뭔 대학인가 하는데를 보내 놓았더니 자퇴를 하고 몰래 등록금을

빼어서 야금야금 쓰면서 일년을 놀다 군대를 갔고, 제대를 한 후로는

딱 한 달 조선소를 다니더니, 그 뒤론 무위도식이다. 나는 아이를

미친 개처럼 몰아세우다가도 이내 가슴이 허불허불 찢어져서는

달래고 얼른다. 그냥, 자동차 산 대출금 내가 다 갚겠다고 했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으니 살을 빼자고 헬스 클럽 등록 해줄테니

일단 살만 빼고 보자고 했다. 그리고 적금 깨서 대형 면허 따자고

 

그래 마음을 버리자.  대형 면허 따서 장롱속에 썩히더라도

아이가 무엇인가에 도전 해볼 의욕을 꺽지 말자. 내 마음대로 적금을

깨서 이혼하자면 이혼하자. 늘 말하지 않았던가? 당신과 아이들이

물에 떠내려 간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아이들을 구할거라고,

이 지극한 모성을 왜 좀 더 일찍 가지지 못했던 것일까?

술은 자학이다.  술독에 빠뜨려 죽여버리고 싶은 모양이다.

대형 면허 따서 직장 못 구하면, 용접 배우고, 용접도 배워서

또 빌빌 거리면 또 다른 자격증 따고, 그러다 보면 한 가지는

지 밥줄이 되지 않겠는가? 왜 나는 아들 니가 못나면 못날수록

더 사랑하게 되는 것일까?

 

그런데 참 피곤하다.  오늘 오전엔 돼지 국밥집에서 국밥을 날랐다.

자리가 없어서 줄을 선 사람들이 무서웠다. 손님이 세명 이상 되면

무서웠다. 국밥이 펄펄 끓는 뚝배기가 두 개 이상이 되면 너무 무겁다.

아들아! 엄마가 이 뚝배기 쟁반을 몇 만번이나 들면 네 삶도

떠올라 너의 궤도를 가지게 되는 것일까? 어려서 정상이라는 궤도를

만들어주지 못한 죄가 참 크다. 그래도 너를 위해 돈을 번다 생각하니

마음은 참 가볍다. 뚝배기 쟁반을 드는 것은 너라는 별을 네가 평생

돌고 또 돌아야 할 궤도로 들어 올리는 일이라 생각하면 번쩍 힘이 난다.

해보자. 아직 엄마는 젊다. 건강하고 체질이 머슴이다.

잘 먹고, 봐라. 자정이 넘도록 뛰어다니다가도 일기를 쓸 만큼

엄마는 에너지가 넘친다. 너를 위해 일할 수 있어서 참 좋다.

 

비가 자주 와서 행복하다.

아직도 젓을 먹는 새끼 고양이들은 밥도 잘 먹는다.

가슴속에 천마리 귀뚜라미가 서식하는 것 같다

피곤해서, 피곤해서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다

술에 취한것보다 더 정신이 혼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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