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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퇴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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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공덕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50회 작성일 18-11-18 01:45

본문

남편은 술에 취하면 자전거를 타고 오고

술에 취하지 않으면 트럭을 타고 온다

어떻게든 나를 데릴러 오기에 너무 늦은 열 두시다.

오늘은 술에 취해서 나를 데릴러 왔기 때문에

인도에서 횡단보도로 내려서거나, 조금이라도

턱이 있는 곳에선 내 엉덩이가 깨지는 것 같았다.

날씨는 추웠고

바람은 자전거의 전용 도로 같다

그를 꼭 껴안지 않으면 굴러 떨어지기 때문에 꼭

껴안고, 그의 등에 파 묻혀 런닝머신처럼 달려오는 바람을 피한다.

우리가 함께 자전거를 타고 넘어갈 수 없는 마의 고개

가 있어, 우린 한 동안 같이 걷는다. 그는 숨을 쌕쌕대고

나는 그런 숨소리를 내는 다른 순간처럼

머리 끝까지 충전되는 그의 에너지나 의지를 느낀다.

이젠 의심하지 말자

사장 언니가 말하는 재혼의 조건은 나랑 상관 없는 것이다.

어쨌거나 돈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돈이 없어서 그가 노력한다면

나는 잘 선택한 것이다.

보일러에 기름도 넣지 않고

순간 온수기는 고장난지 일년이 넘었고,

그는 물을 가스불에 데운다

그가 손수 끓일 물을 욕조에 채우고

찬물을 섞어 상당히 뜨겁게 그러나 데이지 않게

자신의 살로 시험한 물 속에 나를 빠뜨린다.

혼자 있으면 더 많은 물이 필요 하니까

목이 긴 화병에 돌을 빠뜨리는 까치처럼

자신을 담그고 물의 양을 늘인다.

그리고 비누 거품으로 나를 씻기고

나를 헹군다. 그리고 나를 닦고,

핸드밀로 금방 갈아 낸 뜨거운 커피를 가지고 온다.

추위가 온기를 소중하게 만들듯,

더위가 온기를 짜증나게 만들듯,

가난이 주는 따스함들을 돈과 바꾸려는 욕망에

나는 계속 시달려야 하는 것일까?

십년이 지났지만 나는 여전히 처음처럼 그에게

애틋한 사람이다.

내일은 보헤미안 랩소디를 보러 갈 것이다.

퀸의 노래들을 많이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돈이 아까워 팝콘을 사지 않고

콜라도 사지 않는 그의 옆에 앉아

슬픈 장면이 나오면 관객들이 돌아 볼 정도로

나는 울것이다. 어쩌면 눈물 콧물을 닦은 손등을

그의 소매에 슬쩍 닦을지도 모른다. 그는 영화가

끝나고 영화관을 나오며

"니하고는 쪽팔리서 같이 영화 못보겠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그는 내 눈물을 사랑하고 이해한다는 것을 나는 잘 안다.

자주 이불을 뒤집어 쓰고 우는 나를 느끼며

모르는체 하다 내가 잠들기를 기다려

이불을 고쳐 덮어 준다는 사실을 잘 안다.

아침에 일어나 공복에 나는 나의 입냄새에 관해

혀를 내두르면서 밥상을 차려온다.  빈속에

출근하면 다른 사람에게 입냄새 풍길거라고 꼭

챙겨 먹인다. 내 아침의 입냄새를 알면서도

공복의 내 입술에 키스하면서, 행여 다른 사람이

내 입냄새에 관해 수근거릴까봐 자신도 출근하는 아침에

계란말이를 만들고, 콩나물 국을 끓이는 것이다. 나는 밥을

먹고는 아! 아! 하면서 입냄새가 나느냐고 묻고는

그가 괞찮다고 하면 출근해서 무슨 말이라도 지껄이고

그렇지 않다고 하면 입을 열지 않는 것이다.

트럭은 승용차에 비해 그렇게 나쁘지 않다.

아들의 승용차를 타고 서포 다리를 지나 보았고

그의 트럭을 타고 서포 다리를 지나 보았는데

승용차에서는 다리 난간 때문에 보이지 않던 바다가

트럭을 타고는 보였다. 내가 갖고 싶은 다락방의 창처럼

그의 트럭은 전망이 좋다. 그는 트럭이 창피하다고

어디 놀러가면, 주차를 시키고 급히 트럭으로부터 달아나지만

난 아무렇지도 않다. 그 트럭으로 아침마다 나를 태워주고

밤 열두시에도 잠도 자지 않고, 연장 근무를 해서 한 시간을

더해도 자다가 벌떡 일어나서 나를 태우러 오는 것이다.

남자와 여자는 사랑하기 위해서 만나고 함께 사는 것 아닌가?
돈이라면 혼자서 벌어도 다들 왠만큼 먹고 살지 않는가?

사랑하고 사랑 받기 위해 함께 사는 것이 맞다면

우린 정말 합당하게 잘, 매우 멋지게 살고 있는 것이다.

가난해서 번듯한 대중탕에 목욕가지 않고

그가 끓여주고 온도를 맞춰주고 함께 담겨 주는 욕조에서 목욕하고

그가 감겨주고 씻어주고 닦아주는 것이라면

차라리 기꺼히 가난한 것이 나은 일 아닌가?

내가 돈 버는데 좀 더 적합한 성향을 가졌다면

내가 더 많이 벌면 되는 것이고

또 돈이 그렇게 많이 있을 까닭은 또 무엇인가?

정말 배고프고 추운 가난이 지금 대한민국에 있기나 한 것인가?

상대적인 빈곤은 영혼의 빈곤 때문에 극복 되지 않는 것이다.

어디에도 얽매이지 말고 자유롭게 판단하면

불행할 이유가 아무것도 없는 것이다.

돈다발을 껴안고 그렇게 따뜻할 수는 없을 것이다.

밤 열두시 퇴근길의 자전거를 타고 껴안는 그의 등은

따뜻하고 절실하다.

이제 다시는 돈 없는 남자는 남자가 아니라는

사장 언니의 논리에 설득당하지 말자.

십년이 지나고 천번, 만번의 섹스를 하고도

여전히 나에게 성욕을 느끼고

남에게 보이는 나의 살을 천금처럼 아까워하는 남자

도무지 다른 여자에게는 아무 흥미도 생기지 않는 남자를

나는 사랑한다.

그래서 나역시 이제는 그 말고는 아무 남자도

섹시하지 않다. 나의 돈을 사랑하는 남자를

믿을 수 없으면서 나는 그의 돈을 사랑하는 여자가

되는 일은 아무래도 이치에 맞지 않는 것 같다.

여자와 남자는 결국 똑 같은 것을 서로에게 원하는 것이다.

그가 없는 돈을 사랑으로 떼우는 것이라면

아가씨여! 이제 결혼의 조건에 가난을 넣어야 한다.

결핍이 그의 사랑을 그토록 풍요롭게 만드는 것이라면

부는 사랑이라는 관계의 뼈가 빨리 상하는 당분 같은 것이다.

사막에서 한 모금 물의 맛을

꼭지만 비틀면 원 없이 쏟아지는 물의 맛이 당할 수 있을까

선남선녀여! 사랑의 맛을 알고 싶거든 가난하라고

나는 감히 말해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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