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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크림을 발라라 나는 시를 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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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공덕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92회 작성일 19-01-10 05:46

본문

동지 팥죽과 김장 김치를 나눠 주었던 친구가

고맙다며 내게 크림을 선물 했다.

"야! 니 피부가 많이 상했더라.

이거 좋다는데 나랑 같이 발라보자"

사실 나는 그 재료비만 십만원이 넘게 들었다는

그 수제 크림을 오후반 호프집에 퐁당퐁당

하루 걸러 오는 손님에게 주었다.

나는 그렇게 좋은 크림을 날마다 바를 부지런함이

없기 때문이였다. 사실은 밤 열 두시에 마치고 오면

세수도 하지 않고 자기 때문이다. 욕실이 너무 추워서

이기도 하고, 술이라도 한 잔 마시고 자려니 시간이

없어서이기도 하다. 그래도 마음 속으로는

줄려면 그냥 주지 내 피부가 많이 상했다는 말은 왜하는 것인지,

이마에 필러도 맞고 볼에 보톡스도 맞은 자신의 얼굴이

밤낮 없이 술에 찌든 내 얼굴보다 훨씬 어려 보인다고 느끼는 것

같은 심심한 연민의 말씀은 왜 덧붙이는 것인지,

나도 모르게 신경이 쓰였던지 일을 하면서도 여러번

거울을 보게 되었다. 남 주지 말고 발라나 볼 것을 그랬나 싶기도

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내 줘버리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친구들을 만나면 무엇이 몸에 좋다 무엇이 피부에 좋다

무엇이 다이어트에 좋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무엇이 마음에

좋다, 무엇이 정신에 좋다, 영혼에 좋다는 말은 일상 대화에서도

티브이 광고나 인터넷 쇼핑몰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몸이 왜 자꾸 원 없이 좋아야 하는지 알 수 없지만, 입만 뻥긋하면

몸 타령이다. 몸의 표면인 피부에 대한 병적인 집착은 말할 것도

없고, 몸의 전체적인 모양을 가날프게 하는 노력은 남녀노소를

불문한다. 사실 나는 몸이 도대체 무엇인지를 알 수가 없다. 분명

마음이라는, 혹은 정신, 영혼이라는 것을 담고 있는 물질 인 것 같은데

때론 마음이라는 부산물이나 결과물을 가진 것 같기도 하고,

몸이 마음의 하수 체계인 것 같기도 하다. 마음이라는 강렬한 의지가

몸이라는 존재를 이끌어낸 것 같기도 하고, 몸이라는 하드웨어에

마음이라는 소프트 웨어가 담긴 것 같기도 하다. 도대체 무엇인지

누구인지도 모르면서 무조건 위하기부터 하는 것은 내가 잘 할 수

없는 일이다. 요즘 사람들을 보면 나는 곧 몸인 것 같다. 몸을 좋게

해서 몸을 오래 이 지구 위에 보존해 두고 보자는 것 같다. 그런데

종교에서는 죽음이라는 형식을 통해 몸이라는 물건이 언젠가는

반납 해야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다시 또 다른 몸을 선택하거나

부여 받기도 하고, 몸을 반납한 내가, 곧 영혼이 천국을 간다고 주장

하기도 한다. 나는 사실 몸을 위햐야 할지 영혼을 위해야 할지 결정이

되지 않고, 내가 몸인지 영혼인지 조차 알 수가 없다. 몸이 전혀 아프지

않은데 너무 아파서 숨을 쉴 수가 없었던 순간, 그 아픔이 저미던

어떤 부위가 나인 것일까? 그기가 영혼인 것일까? 시간 외엔 어떤 약도

연고도 없었던, 주로 가슴에 엉겨 있는지, 아프면 그기를 퉁퉁 때리게 만드는

그 비물질 생명체가 내 몸에 기생하는 것인지, 내 몸이 그 비물질 생명체가

부리는 일종의 로봇 같은 것인지, 새가 나무에 깃들듯, 전혀 별개의 것들이

잠깐 인연이 되어 함께 하는 것인지 알수가 없다.

그게 나인지 아닌지도 모르는데, 먹이고 입히는 것만 해도 수고롭기 그지 없는데

달의 표면에 아스팔트를 깔듯 그저 매끄럽게 만드는 일을 생각 없이 해야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그들이 이인일조라면 자꾸 어느 한쪽 편만 들어 줄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먹는 것, 입는 것, 자는 것 몸의 주장대로 해주었으니, 나머지는 마음인지, 정신인지

영혼인지 알수 없는 존재의 주장도 들어주어야 하는 것 아닐까? 렌트카에 온갖 옵션을

다 달고 비싼 커브를 씌우고, 썬팅을 하는 사람은 잘 없을 것이다. 기한이 차면 돌려 줄건데

전세집을 리모델링하고 구조를 바꾸는 사람 또한 많지 않을 것이다. 자주 치우고

살 동안에 기분 좋게 관리할 필요는 있겠지만, 차나 집 모양을 꾸미느라 시간과 돈과

열정을 투자하는 일이 조금은 어리석게 보인다. 내가 어디론가 이동하려고 차는 있는 것이고

내가 살려고 집은 있는 것이다. 몸 또한 몸 스스로가 의지해서 움직인다기 보다는

몸에 담긴 비물질적인 존재의 의지가 몸을 사용하는 경향이 더 강한 것 같다. 그러니까

이것저것 좋다는 것을 자꾸 바르고 투여할 것이 아니라 사용설명서 대로 쓰고

좋은 것을 투입하기 보다는 나쁜 것을 하지 않는 것이 더 나은 관리인 것 같다. 세끼 밥을

투입하고, 골고루 영양분을 투입하고, 무리하지 말고, 규칙적으로 몸을 골고루 사용할 것,

이라고 쓰여 있으면 그렇게만 하면 되는 것이다. 결국 돌려 주어야 할 차에 튜닝을 하는

멍청한 짓은 하지 않는 것이 좋은 것이다. 연식이 오래 되면 낡는 것이 당연하다. 연연한다고

오래 달린 차가 새차가 되겠는가? 차를 자꾸 광을 내는 것보다 차라리 어디로 여행을 할 것인지

기름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구석구석 둘러보고 갈 궁리를 하는 것이 건강한 것이다.

친구야 너는 크림을 발라라

나는 시를 쓸께

몸에 좋은 삶을 살아야 할지

또 몸과 함께하거나 몸을 주도하는 비물질에게 좋은 삶을 살아야 할지 나도 잘 모르겠다.

몸만 반납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 또한 죽으면 누군가에게 돌려 주어야 할 대여물인지도

모르겠다. 짬만 나면 피부를 문질러야 할지, 마음을 비옥하게 해야 할지를 고민하는

것을 시라면, 나는 시를 쓰야겠다. 피부는 문지른다고 주름이 펴지지 않지만, 마음은

문지르고 들여다보고 만져주면 원하는대로 이내 성형이 되기 때문이다.

마음이 대여일이 훨씬 더 길거나 영구적으로 나일지도 모른다는 환각에 쉽게 빠져드는 것은

마음의 그런 특성 때문인 것 같다.

젊어라 하면 젊어지기 때문에

왠지 좀 더 영구적으로 나일 것 같은 것이다.

손님 중에는 나보다 더 나이가 들어보이거나 비슷해 보이는데

나를 언니라고 부르는 여자들이 있다.

그러면 안주와 술을 챙기며

"미친년, 지가 훨씬 더 늙어 보이구만

누구보고 언니래?"하며 투덜거린다.

그러나 이제는 내 몸의 가시적인 상태를 언니라고 부르든지

할매라고 부르든지 무심하기로 한다.

몸을 위한 걱정을 줄이기로 하는 것이다.

어차피 반납해야 할 몸에서 더 일찍 나를 분리하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어차피 내 것 아닌 것을 돌려줄 때 덜 아깝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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