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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화씨에 대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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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공덕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21회 작성일 19-01-18 11:17

본문

중국의 창어 4호가 달의 뒷면에 면화씨 싹을 틔웠다는 기사를 읽었다

물론 면화씨는 인류, 혹은 지구라는 자궁 안에서 발아 되었을 것이다.

어쨌거나 난리인 것은 달에는 이제껏 단 한 포기의 풀도 싹을 틔운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구인들이 이전에는 밟지 않고는 한 발도 걷기 힘들었던 그 풀이,

빨리 달려 보겠다고 길을 포장하며 한 때는 말끔하게 없애는 것이 발전한 문명의

척도였던 그 풀이 달에서는 지구에서 지구인이 가져온 문명의 이기 안에서

겨우 싹만 내밀기만 했는데도 연초의 지구를 술렁이게 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껏 인류가 쏘아 올린 어떤 비행체도 지구 밖에서 식물이나 동물이나 심지어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박테리아 조차도 발견 했다는 보고가 없다. 어쩌면 우리는

한 순간도 빠짐없이, 온 세계 신문에 날만한 ​기적을 밟으며 걷고, 그 기적을 먹기도 하고

그 기적으로 옷을 해입고, 생일이나 좋은 일이 있으면 서로 그 기적을 선물하며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역으로 생각해보면, 달이나 화성이나 나지 않는 풀을 키운다고

투자를 하고 법석을 떨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행성에 있거나, 있을 풀에게 감사하고

한 포기라도 소중히 여기고 그 풀들이 미래에도 우리와 함께 할 수 있도록 돌보아야 할 것

같다. 풀이라는 것은, 그러니까 식물이라는 것은, 옛날 우리네 맏딸처럼 동물이 살아갈

생의 밑천이 되는 것이다. 창어호에도 목화씨와 누에를 같이 가져 갔다는데, 식물이

동물이 숨 쉴 공기와 먹이를 만들면, 동물이 그것을 먹고 배설을 해서, 다시 식물의 먹이를

생산하게 하기 위해서라고 과학 문외한인 나는 추측한다. 닭이 먼저 인가 달걀이 먼저인가는

식물과 동물의 관계에서는 물을 필요가 없다. 명백하게 식물이 번성해야 동물은 숨이라도

쉬어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괜한 공상이 머릿속에 똥처럼 가득찬 나는 지구의 생명체가

허락도 받지 않고 맘대로 달을 침공하는 것이 불안하다. 가끔 스마트 폰을 만지다가 소름이

돋을 때가 있다. 당신과 나를 연결하는 선도 없고,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관계의 단서가 하나도

없는데 우리는 확고하게 서로 연결 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디에도 누구도 없다고

인간적으로 판단하는 그 텅비어 보이는 별들이 사실은 미력한 우리의 오감과 과학으로는 감지 할 수

없는 생명체나 생명으로 가득차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우린 감기에 걸리게 하는 원인들을

볼 수 없지만 감기에 걸리는 것이다. 달은 생명이라는 불순한 의지에 감염 되지 않기 위해 진공이라는

무균실에 스스로를 격리 시키고 있는지도 모른다. 생명체라고 불리는 우리가 지금, 우리의 행성에게

하고 있는 일들은 충치균이 이와 잇몸에게 가하는 고통처럼 치를 떨게 만드는 것인지 모른다. 내가

사는 작은 촌 동네에도 종일 땅을 파는 기계가 덜덜 거려서 잠을 이룰 수 없을 지경이다. 그러니까

누가 스위치를 누르는 사람도 없는데 우주의 모든 별들은 돌고 있고, 저마다의 온도와 질량과 밀도를

가지고 빛을 내며 생멸을 하고 있다. 그들 자체가 우리 같은 기생체와 다른 거룩한 생명체이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는 것은 우리가 과연 지구가 아닌 다른 별을 넘볼 자격이 되는가 하는 문제다.

우리 발 밑에 있는 풀 한포기에 감사하지도 밟지 않기 위해 걸음 늦춰 본 적도 없으면서

다른 별에 억지로 생명을 이식하거나 전이 시키려 드는 것이다. 지구안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채, 이 폭력과 분쟁과 증오와 살상의 영토를 온 우주로 확장 시키려는

의지가 두려운 것이다. 중국이 달의 뒤통수를 치려고 작정 한 것이 순수한 과학적인 호기심이라고

믿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달의 앞면에는 성조기가 펄럭임을 모방한채 꽂혀 있는 것이다.

달에 성조기가 펄럭이기 전에 소련은 달의 흙을 퍼 왔다. 애초에 달에 입성하려는 의도 자체가

지구에서 해결하지 못한 영토 싸움의 연장이였던 것이다. 가끔 달에 아무도 살지 않아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다. 참 다행인 것이다. 유럽이 아메리카를 발견했을 때의 끔찍한 살상으로 잠 못드는 밤

우리의 뜨락에 비치는 달빛이 붉어지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 한다.

이것은 한 인간에게는 작은 한 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위대한 도약이다


나는 가끔, 닐 암스트롱의 유명한 문구가

이것은 한 인간에게는 작은 한 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위험천만한 도발이다

로 읽힌다. 도약이 도발이나 침공이 되지 않으려면, 우리는 달에 면화씨를 심기전에

치열한 고민과 각성과 자기 검열을 달 표면에 쏟아 부어야 하는 것이다.

달에 면화씨를 심는다는 것은 달에 면화로 만든 옷이 필요한 춥고 가난한 백성을

심는 것과 다르지 않다. 낮에는 영상 100도 밤에는 영하 100도를 넘나드는 달에

좋을 때는 영상 100도 싫을 때는 영하 100도를 넘나드는 인간의 체감 온도를

겹쳐 놓을 요량인 것이다. ​스스로 치료하고 치유하지 못한 자의 달 착륙은

암의 전이와 같은 것이다. 지구인은 지구의 문제를 다 해결하고 달이나 다른 행성을

향해 도약해야 하는 것이다. ​지구와 같은 대기 조건과 토양으로 병들인 달에서

목화밭을 일구고, 목화 따는 노예를 두고, 달에게 착취한 온기로 인간의 욕심이 만들어

내는 지구인의 추위를 막아볼 요량이면 창어호는 달의 뒷면에서 철수 해야 하는 것이다.

별 하나를 이렇게 만신창이로 만들어 놓았으면 된 것 아닌가?

숨 쉬라고 신이 사람의 얼굴에 뚫어놓은 구멍들을 마스크로 안경으로 다 가리지 않으면

걸어 다닐수도 없는 별이 지구다. 드넓은 우주를 인간이라는 바이러스로 오염 시키고

감염 시키는 것이 달 탐사고 우주 탐사라면, 옥토끼와 신의 정자를 믿는 것이 나을 것이다.

달에 풀을 심기 전에

내가 사는 행성에서 시들어가는 꽃 한 송이, 애틋하게 바라보며, 물 한 모금 줘 본적이 있는지

돌아 보아야 한다. ​달에서 인류의 미래를 열기 전에, 내 곁에 있는, 이 지구에서 태어나서

지구에 묻힐, 그리하여 지구가 되어갈 소소한 인류들을 나는 얼마나 소중히 여기고 감사히

여겼는지 돌아 보아야 한다. 달에 한 인간의 첫걸음을 떼기 전에, 바로 내 곁에 궤도를 맞대고

사는 인간이라는 익숙한 별에 제대로 첫 걸음을 떼야 하는 것이다. 그가 가진

작은 풀 한포기라도 존중하고 무슨 탐사선이라도 띄워서 관심을 가지고 공유해야 하는 것이다.

도발이 아니라 도약을 해야 하는 것이다.

지구인은 무디다.  하나님이 말로 창조한 생명체들이어서 그런지 말이 많고, 말을 앞세우며

말 뿐이다. 나무나 새나, 꽃이나, 호랑이나, 물고기나 사람의 언어로 말하지 않는 형제들은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다. 마음대로 땅에 줄을 그어놓고 자기 땅이라 먼저 우기면 그만이다.

자기들이 맘대로 정한 가치로 땅에 있는 모든 시공을 사고 판다. 그래서 태초에 자유롭던

존재들은 모두 주인을 가진 노예가 되어 오늘도 사고 팔리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땅 한평

남지 않고 다 팔려버린 별 지구는 인간 같은 것은 염두에도 없는 하나의 엄연한 생명체다.

지구 입장에서 보면 인간 한 사람과, 바람에 날리는 민들레 씨앗 한 보푸라기가 똑 같은 것이다.

사람 목숨이 파리 목숨 같다고 하지만, 사실은 파리도 한번 죽으면 다시 복구 할 수 없는 것이

파리 목숨인 것이다. 어떤 까닭으로 지구는 이 파렴치하고 뻔뻔스럽고 부도덕한 생명체가

기생 할 수 있는 별이 되고 말았는지 알수는 없지만, 우리는 달에 첫 발을 내딪기 전에

우리가 사는 우리 별에 제대로 첫 발을 내딪었어야 했던 것이다. 우린 던져지다시피

이 별에 당도 했지만, 다시 몸을 일으키고, 진공 같은 거리를 두고, 다시 돌이켜 첫발을

내딪었어야 했던 것이다. 내가 맘 대로 지구를 토막 내어 누더기로 만들고, 괜히 미워하고

탐욕하고, 싸우고 죽이고 하는 일에 아무 의심없이 가담할 것이 아니라 모든 광명을 의심하는

진공의 시간을 향해 물러섰다, 달에 착륙하듯, 다시 지구에 착륙 해보아야 했던 것이다.

만약 암세포 하나가 내 몸에 첫발을 딪는다면, 툭 목화씨 하나를 심어 볼 것이다.

내 첫 걸음이 암세포의 첫 걸음인지, 생명의 첫 걸음인지 우리는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고 첮 발을 딪어야 할 것 같다.

생명을 도륙하지 않고는 단 하루도 생존 할 수 없는 우리가

서로를 뜯어먹고, 서로의 배설물로 살아가는 생명체계를 의심도 여과도 없이

한번 심어지면 어떻게 해볼 수도 없는 마이크로 칩처럼 달에 심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지구라는 푸른 수박의 겉을 핥고 살았을 뿐

진실로 지구에 착륙해본 인간이 없다는 결론을 가끔 내린다.

생명이라는 빛을 향유하고 살면서도

우린 생명에 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알지 못하고 해결하지 못한 숙제를 고스란히 안고,

공터에 쓰레기를 버리러 가듯이 달을 찾아 가서는

않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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