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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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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공덕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498회 작성일 19-01-20 16:39

본문

휴일이다. 

오전에는 몇 년만에 친구 세명을 만나기로 했고

오후에는 아이들과 가족계를 하기로 했다.

딸기를 많이 재배해서 마을 입구에 집채만한 딸기

동상이 있는 마을에 있는 오리 백숙집에 예약을 해두었다고 했다.

한 친구는 공장에 다니고, 또 한 친구는 임업 관련 사무실에 다니고,

또 한 친구는 노래방 사장이고, 나는 호프집 서빙 아줌마다.

사실은 서로 늙어가는 모습으로 위안을 삼으면서도

하나도 늙지 않았다는 인사로 서로를 위로하는 것이 우리또래

여자들의 해후 모습이다. 세월이라는게 난도질하는 칼이기라도 한 것처럼

모두 얼굴에 한 칼씩 굵은 주름들이 보인다. 콧망울과 입 언저리가 그렇고

눈 밑이 그렇고, 웃음 터진 광대 위가 자글거린다. 별 다른 운동 없이도

대책 없이 날씬해져 가는 하체에 비해 중부 지방은 비옥하기 이를데 없고,

머리 카락 사이가 헐빈해지고, 머릿결도 거칠어 보인다. 공장 다니는

복점이(개명을 했지만 내 발성 기관은 그녀를 그렇게 기억한다)는 얼마전

주임이 되었다고, 임업 사무실에 반 공무원이라는 분자는 아이들이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고, 얼마전 동거남과 헤어졌다는 미경이는

어제 노래방에서 놀았던 손님이 금팔찌를 잃어버렸다고 전화가 왔다. 나는

저녁에 아이들과 가족계를 해야 하는데 어디서 하는 것이 좋겠냐고 물었다.

그래도 다시 만남을 가지는데도 우리 나름 불문의 기준은 있는 것 같다.

당연히 질투나 시기도 섞인 마음이겠지만, 적어도 남의 집 남자를 뺏아 살거나

별거 해서 살며 다른 남자랑 동거를 하다 아이들 아빠가 철도 사고로 죽자 법적인

배우자라서 재산을 물려 받고 건물을 사고 커피숖을 차렸다는 00이 00언니는

누가 그러자고 한 것도 아닌데 자연히 연락을 하지 않았다. 누가 요조 숙녀가 있을까마는

아무리 어렵게 살아도 가릴 것은 가리고 살았다고 다들 마음속에 칼칼한 결벽 하나 쯤은

품고 사는 모양이다. 다들 그것도 능력이다. 부럽다는 말을 하면서도 그런 능력을

갖지 못한 것이 선택 사항인것처럼 자위하는 것이다. 그도 그럴듯이 거의 오년만에

유황을 먹였다는 누리끼리한 오리 백숙을 가운데 앉혀놓고 둘러 앉은 친구들은

오랫동안 자식들을 키우며 혼자 살았거나, 남편이 있다해도 거의 혼자 살림을 지켜낸

친구들이였다. 그러니까 이혼하고 살아도 자식 새끼를 끼고 살았던 친구와 자식 새끼

버리고 사는 친구는 급이 다른 것이라고 나름대로 정한 기준이 있는 것이다. 사실 자식을

끼고 산다고 가방끈 짧고 살림도 모은 것 없는 여자들이 온전한 가정의 집 아이들처럼

따뜻하게 키우지도 못했을 것인데도, 어쨌거나 자식 새끼 지키고 살았다는 것이, 무슨 자랑을

늘어놓는다해도 고만고만한 친구들의 가장 큰 내면의 재산인 것이다. 사실 남의 남자를

뺏아 사는 친구도, 남의 남자랑 동거하고 살다 본 남편 죽어서 팔자 고친 언니도 만나보면

뿔이 달리거나 별다른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녀들도 그녀들 나름대로 자기 거천하고 사느라

여깃말로 다들 욕본 것이다. 어쩌겠는가? 사랑한다는데, 또 어쩌겠는가? 이혼을 해주지 않아

맘 고생한 덕분에 이혼을 하지 않아 한 밑천 잡게 되었다는데. 다들 서로와 끈이 아직 닿아 있는

친구들 안부를 서로 묻다 아직 카톡 사진이라도 남아 있는 친구들 사진을 찾아 보여주며

5년 세월의 서먹함을 메꾸는 것이다. "야! 요즘 테니스 선수가 되었더라야, 아가씨 같이 해갖고"

사실 그 친구들처럼 어디에 당첨될 미모가 아닌 우리들은 선뜻 이쁘다는 칭찬을 하면서도

그 칭찬에 혀를 대어보면 씁쓸한 맛이 난다.혼자서 새끼들 데리고 끙끙거리다보니 느는 것이 술이고

벌어 먹느라 밤낮 없이 바쁘다 보면 번듯한 옷 한 벌 없고, 작정하고 보일데 없으니 찌는 것이 살이다.

외로움에 지쳐서 연이 닿는데로 눈도 맞추고 마음도 맞추다보니, 이런저런 조건 따질 여유도 없었고

나날의 생활고에 시달리다보면 자신감도 없어지고, 좀 더 내 삶에 도움이 되는 사람을 고르고 기다릴

주제가 되지 못했다. 다들 내가 가진 것만큼의 사람을 만나는 것이였다. 나보다 더 나은 사람을 생각하는

것이 공평하지 못한 거래라고 느끼기도 했던 것이다. 사람 좋은면 되지 본인도 주변도 그렇게들 위로를

하며 체념했던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그런 부류랑은 섞이기 싫다며 만나지 않는 그녀들은 늘 저 높은

곳을 향하여 사는 것 같았다. 늘 자판기 커피 마시다 삼대구년만에 친구 만났다고 풍경 좋은 커피숖에

앉아서 큰 사발만한 찻잔에 무슨 라떼니, 몸에 좋다는 전통차를 마시는 우리와는 달리 그녀들은 무슨 도예가가 만들었다는 십만원을 호가하는 머그잔에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서 손수 하트를 그려넣은 이름도 요상한

커피를 마시고 살았던 것이다. 어쩌다 밥을 먹으러 가려면 장소를 정하는 일로 골머리를 앓으며 서로 니가

정하라며 미루는 우리들과는 달리 멋진 애인들이 데려간 맛집을 줄줄이 꿰고 있는 것이다. 급이 다르고 부류가 다른 이혼녀들끼리 만나서 소주 한 잔 들어가면 유황 오리 백숙이 뼈와 약재들만 남아도 남는 안주가

우리와 급이 다르고 레벨이 다른 그녀들의 근황인 것이다. 사실 무슨 좋은 일이라도 말하려다 괜히 어렵게

사는 친구들에게 상대적인 빈곤감 같은 것이라도 줄까봐 입을 다물어 버리고는 카톡 사진 속의 그녀들의

비싼 아웃도어와 운동복과 보톡스와 필러와 리프팅에 관해 떠드는 것이다. 우리와 급도 레벨도 다른 남자를

만나는 그녀들이 급도 레벨도 다른 세계로 진입하기 위해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하는지 성토 하면서, 우리 중 누구의 얼굴에도 의술의 도움을 받은 흔적이 없는 것이다. 사실 그 돈 있으면 쓰야 할 곳이 너무 많은 것이다. 보톡스로 내 얼굴의 주름을 펼 돈으로 아이들 마음에 주름이 가지 않도록 해야 했고, 머리에 셋팅 코 팅 할 돈을 쓰지 않으려고 짧은 머리 파마를 하고, 긴 머리는 사시사철 끈으로 질끈 동여매고, 외출이래야

출 퇴근 뿐인데, 꾸미고 뽐내고 하는 일이 남사스러웠던 것이다. 사실 나야 이편도 저편도 되지 못하고, 이편도 되고 싶었고 저편도 되고 싶었지만, 그녀들의 몸에 착 달라붙지 않는 모처럼의 사치가 나는 참 사랑스럽다. 옷이나 목걸이 귀걸이도 잘 사지 않는 년이 친구 어렵다고 오만원 짜리를 주머니에 몰래 넣어주던 분자는 여전히 의류 할인 매장에서 한 가방 샀을 것 같은 옷차림이다. 그래도 자식 새끼 끼고 산다고, 늙은 친정

엄마처럼 친구를 대견하게 여겨주던 그 친구의 잔주름 많은 얼굴이 나는 너무 고맙다. 무려 오년 전만해도

우리의 화제꺼리는 남자 였고, 더러 그녀들의 남자들과 밥을 먹고 노래방을 갈 때도 있었는데, 지금은 누구도

남자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오늘의 화제는 아프면 무조건 서울로 가야 한다는 것이였다. 암에 걸린 친구가

지방의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죽었다는 이야기와, 죽을 뻔한 친구가 서울로 가서 살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말하는 친구의 찻잔을 식혔다. 벌써 십년째 혈압약을 먹고 있다는 친구도 있고, 당뇨 경계에 있다는 친구도 있고, 고지혈증이 있다는 친구도 있다. 무슨 약초가 몸에 좋고, 무슨 과일이 어디에 좋고, 이전에는 몸의 표면인 피부와 얼굴과 몸의 맵시를 말하던 친구들의 관심사가 몸의 안쪽으로 침투하고 있는 것이다. 자식 이야기도 가끔 나왔지만, 누구도 검사 판사 의사 선생을 아들로 두지 않아, 그나마 두 아들 청년 백수를 면한 내가 제일 잘나가는 엄마였다. 두 아이가 모두 공무원 시험 준비한다고 집에서 공부를 한다는 분자는 아침에

남편과 출근을 하면서 "늙은 엄마 아빠는 돈 벌고 올테니 젊은 너그들은 집 잘 지켜라"하며 나오는 날도 있다고 했다. 나는 그녀가 혹시 마음이 상할까봐(그럴 애도 아니지만) 일부러 두 아이가 게으르고 청소하지 않고, 일주일치 설겆이를 쌓아둔다는 말만 했다. 또 언제 다시 만날 것인지 모를 뒷 모습들이다. 다음에 만나면 무엇을 화제로 삼을까? 보톡스를 맞고 필러를 맞아서 우리보다 열살은 어려 보인다는 우리랑 급이 다른 그녀들이 백마탄 늙은 왕자를 만나 드디어 홈런친 이야기들을 하게 될까? 사실 누구라도 무슨 꿈이라도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당뇨나 고지혈증이나, 그나마 경계에만 머물러 있어서 감사한다. 그래도 무슨 나쁜 짓이라도 해서 아이들 소식 신문이나 뉴스에서 듣지 않아 감사하고, 그나마 지킬 것은 지키고 살아 다시 엮이고 싶은 삶을 아직도 살아주어 고맙다. 누구는 보경이로, 누구는 소정이로, 누구는 채원이로 이름을 바꾸어도 바뀌지 않는 추억을 함께 가져주어 고맙다. 아직도 사는 일에서 웃을 일을 감지할 감수성들을 간직하고 살아, 만나면 몇년치 웃음을 다 웃을수 있어 고맙다. 욕봤다 진짜 욕봤다. 이년들아! 산다고 참말로 욕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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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다연.님의 댓글

profile_image 다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간만에들려 소소하면서도 열심히사시고
안정적인삶인것같아 참 좋습니다
그래요 여자 엄마니까요
나이가들면 그런 편한 친구가 젤이고
어른들 말씀처럼 참고살면 끝은있다는말이 살면서 실감되더라구요
지금은 젊으니 고생도 사서한다니 ㅎㅎ
행복한 고지가 바로 코앞인거같은 예감이네요
늘 열심히 바른맘으로 사시는 공덕수님께 힘찬박수를보내드립니다

나태한 제자신을 돌아보는 아침이구요

공덕수님의 댓글

profile_image 공덕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뭔가 긴 댓글을 달다가
사람들이 자신과 의견이나 생각이 비슷하지 않으면
이상한 사람으로 진단하는 것 같다는 경험을 비추어
그냥 짧게 감사하다고 댓글에 댓글 달아요.

감사해요. 사람들은 진실과 진심과 그런 종류의 사랑보다
예의를 좋아해요.

너무너무 고마워요. 나쁜 말을 하려고 한 것은 아닌데
이제껏 제가 진실해서 상처 입지 않은 적이 별로 없어서요.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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