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는 만발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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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플루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11회 작성일 19-03-16 13:54본문
그대는 만발하나
툭툭 불거진 등뼈 따라 대상포진 앓는 나는
질투도 부러움도 사치라,
이 봄날 가기만을 소원합니다.
그대의 저항은 눈 덮힌 가지에도 꽃 피우는 일이나
나의 저항은 벗으면 벗는대로,
십년전에 산 옷이라도 걸치면 걸치는대로
살고 또 사는 일입니다.
마늘 냄새, 고기 비린내, 왜 생은
왜 갖은 양념을 내게 다하는지,
내게서 풍기는 향기라는것이
배가 고프면 향기롭고
배가 부르면 역한 것입니다.
나에게 그렇게 나쁜 향기가 나는지
내 옷을 넣은 대중탕 락커 문을 열고 알았습니다.
당신에게 꽃봉오리 터질 때
왜 내게는 물집이 터지는지,
가끔 내 눈은 죽을 때까지 사라지지 않는
터지고 또 터지는, 속이 까만 물집이 아닌지
내 생 전체가 고운 꽃 피지 않는 대상포진은 아닌지,
피곤하면 걸린다고 의사는 말했습니다.
피곤하면 사랑한다고 말할수 있게 되는군요
곧 죽을지도 모를 것 같아,
쌍둥이 빌딩 무너질 때
그 폐허에 깔려가던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했던 마지막 말을, 피곤하면 하게 되는군요.
그래요. 인정할께요.
미안하지만, 그래요.
내 등, 한 편에서 터지고 또 터지는
물집 하나 하나가 그렇게 말하려며
이슬이라도 되는듯 진물을 게워내는군요.
엄마, 아들, 남편, 죽은 아버지
사랑을 한 곳에 통합할 수 없어서 미안합니다.
그런데 어쩌겠어요.
모든 물집 속에 물이 들어 있듯,
내가 앓는 모든 이름 속에 사랑이 들어 있는 것을요,
아파요,
의사가 절더러 미련하다고 했어요.
당신이라고 그저 한가한 꽃이였겠어요?
꽃봉오리나 물집이나
맨살이 부어오르고 터지는데
나 또한 미쳐도 곱게 미치듯,
아파도 곱게 아픈 당신을 점점 닮아갑니다.
그러나
흰눈에 붉었던 당신만큼은 아닙니다.
봄볕에 물이 나른듯하여
이 초라가 이 그르친 생의 빛깔 입니다.
오늘은 사장이 쉬고 시어머니와 함께 일을 해야한다.
시어머니 용돈 벌이나 하시라고, 사장에게 추천해서
사장 대신 일을 시어머니가 하시게 되었지만 어머니 일의
거의 5할은 내몫이다. 불을 켜고, 청소를 하고
여섯시까지 출근해서 할 일을 네시에 출근해서 해야 한다.
내가 미친년인가 내 발등을 찧기도 하지만
우리가 용돈을 넉넉히 드릴수도 없는데 일당 십만원인
일을 어머니가 하시게 되어서 참 기쁘다.
가끔 사는 일이 억울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난 살면서 남의 돈 천원을 생각 없이 쓰본 일이 없다.
그런데 내가, 그런 내가...
말하자면 더럽다.
사람은 죽어서만 묻히는 것이 아니다.
시시각각 가슴을 파고, 묻어가는 일들이 참 많다.
죽을때까지 어떤 오해를 하고 용서하지 않기도 한다.
용서도 구걸 같아 받을 생각도 없으나
참 질기게도 내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그렇게 살아본 적이 없었다고,
손가락으로 내가 돌아갈 흙에다
피가 나도록 쓰고 또 쓰는 것이 내 일기다.
더께로 앉은 기름때 속에서 적당히가 순수다.
하나님이 있다면 내 눈물로 지금 발가락 하나쯤은 씻고 계실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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