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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나를 피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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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플루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47회 작성일 19-03-18 15:16

본문

그 수많은 고양이들이 길에서 얼어죽지 않고

굶어죽지 않은데는 시인들의 공이 크다

많은 시인들이 고양이에 관한 시를 썼다.

고양이는 시가 풍부한 생명체이기 때문이다.


봄은 고양이로 소이다.


꽃가루와 같이 부드러운 고양이의 털에
고운 봄의 향기가 어리우도다.

금방울과 같이 호동그란 고양이의 눈에
미친 봄의 불길이 흐르도다.

고요히 다물은 고양이의 입술에
포근한 봄 졸음이 떠돌아라.

날카롭게 쭉 뻗은 고양이의 수염에
푸른 봄의 생기가 뛰놀아라.

친일파인 아버지와의 갈등으로 29세의 나이에 음독 자살한

시인 이장희의 시를 옮긴다.

사실 미학이라는 것이 그 시대의 문화를 배경으로 삼는 것이다.

고양이는 개 같은 상하 위계에 충실해야 살아 남았던​ 그 시대에

결코 그렇게 믿음직한 동물은 아니였을 것이다. 그러나 이장희는

고양이를, 2019년 민주화가 무르익을대로 익은 시대의 개인주의

시각에서 바라보았던 것 같다. 고양이는​ 향기롭고, 뜨겁고, 졸립고,

생기에 넘친다. 봄의 모든 특징을 가졌다. 어쩌면 봄이 계절의 모든 특징을

지닌지도 모른다. 사자나 호랑이 같은 대표적인 육식 동물의 형상을 하고

있으면서도, 사람의 삶에 안겨드는 애살스러움을 가졌고, 자존심 강하고

개인주의적이며, 관능적이고 관능에 충실하다. 그래서 허다한 고양이들이

발정기에 가출을 하기도 한다.​ 고양이는 털 한가닥 한가닥이 안테나 같다.

그 안테나를 주인의 바짓가랭이에 비비고 문질러 세운다. 고양이에게는 고압의

정전기가 늘 방류되는 느낌이다. 시인은 반도체가 아니라 도체다.

전기가 흘러야 하는 존재다. 언제고 무엇과도 전기가 통하고 흐를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는 존재다. 날카롭게 쭉 뻗은 고양이의 수염을 보기만 해도 고양이에게

생기가 감전 되어야 하는 존재다. 나는 생각한다.

시인이 시를 쓰지만 시를 완성 시키는 것은 독자라는 생각이다.

어떤 생이 주어지건, 제대로 살아야 하듯이, 어떤 시가 주어지건 제대로 읽어야 한다.

시가 되는 대목을 발견하고, 내게 유용하게 쓰야하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시를 쓰도 독자가 좋은 독자가 되지 않으면 시는 무용지물이다.

시는 쓰는 것이 아니라 사는 것이다.

시를 읽으면 독자도 시를 살게 되는 것이다.

모든 정신은 전기 화학 반응이다.

시인의 정신이 독자의 정신에 감전 되어야 하는 것이다.

독자의 정신이 고무 재질이나 전기가 흐를수 없는 재질로 되어 있다면

독자는 전깃줄에 앉은 참새들처럼 무사히 생존할 수 있는 것이다.

감히 피복을 벗기고 맨발을 대어보지 않고, 그저 생존할수 있는 것이다.

모든 시인의 시는 초고다.

독자가 시를 퇴고하고 완성하는 것이다.

자신의 삶에 맞게,

그러니까 똑 같은 전류가 밥도 짓고, 텔레비도 켜고, 방바닥도 데우는것처럼 말이다.


고양이에 관한 시를 좀 쓰봐야겠다.

매일 고양이 밥을 주고 사는데,.

고양이에 대한 시를 쓰지 않아서

고양이들은 나를 읽으려 들지 않고 나를 피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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