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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나무에는 싹이 트고, 고양이는 새끼를 낳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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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플루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62회 작성일 19-04-15 15:41

본문

작년 가을 새끼 세 마리를 모두 잃은 덕구가

다시 새끼를 낳았다.

지난 가을 길바닥에 철벅철벅 홍시를 쳐박던

감나무에 귀부터 내미는 고양이처럼 다시

뾰족뾰족한 연두가 다시 피어오르는 감나무 밑

녀석이 아기였을 때도 어미 고양이 난이의

젓을 빨던, 그 요구르트 상자 안에서,

거의 흰 색으로 보이는, 그야말로 토깽이 같은

새끼를 낳았다. 나는 그런 것도 경험이라고

고양이 새끼들을 들여다보지 않는다. 눈을 타고

손을 타는 것이 싫어 덕구는 여기 저기 새끼들을

물어서 내가 볼 수 없는 곳에 숨겼다. 그러다

주인집 아저씨네 창고까지 숨어 들어갔는데

그기서 배변을 하는 습관이 들어, 제법 자라서

젓과 먹이를 함께 먹을때도 그기서만 배변을 보다

주인집 농작물 말린 것들을 망쳐 놓곤 했던 것이다.

다작을 하는것도 모자라 너무 쉽게 여기 저기

온전해지지 못한 시들을 널부려놓는 내가

녀석들에게 배워야 할 모습 같기도 하다. 어쨌거나

이번에는 덕구가 불안해 하지 않게 덕구의 아기들을

모르는체 한다.

한번 새끼를 잃더니, 이번에는 어지간해서는 새끼들

곁을 떠나지 않는 덕구가 오랫만에 요구르트 통 바깥으로

외출을 나왔길래, 냉장고에 있는 생선회 몇 토막을

던져 주며 춧담에 한참을 앉아 있었다. 내가 종일반을 하면

어떨까? 온 종일, 그 지긋지긋한 인간들만 쳐다보며

그 지긋지긋한 잘난체와 시기와 어리석음을 지켜보며

함께하고, 함께 지쳐가고 있을 시간이다. 브레이크 타임이라고

머리 댈 곳을 찾아 누웠어도 좀처럼 잠이 오지 않고

옆의 사람이 걸어오는 말에 대꾸를 하며 누웠을 것이다.

그런데 돈으로 계산 되지 않는 온전한 나의 시간은

새들이 장대처럼 넘어가는 산 머리와 중학생 까까머리처럼

파르라니 새싹 돋는 나무들과 전깃줄에 식빵처럼 하늘을

보여준다. 모든것이 사람의 밖에서 살아 있고, 살아 오른다.

육기 없는 술렁임과 흔들림들이 내 안으로 밀려들어온다.

내 안의 육진 욕심과 기운들이 밀려나가고, 나는 텅빈 것으로

가득차게 된다. 벌레처럼 꿈틀꿈틀 몸의 반동 뿐이던 내가

가만히 놓여나 램프 속의 거인처럼 세계를 향해 확산 된다.

한 쪽 발을 다쳐 절뚝거리는 덕구가 되도록이면 많이 걷지 않게

덕구에게만 가장 맛있는 것들을 골라서 준다. 산모는 잘 먹어야

하기 때문이다. 고양이나 사람이나 새끼 낳은 것은 다 똑 같은

자매이며 모녀지간이다. 뜨끈뜨끈한 방에 눕혀놓고 삼칠일을

수발 해주고 싶다. 나를 상해 가며 목숨 이어가는 목숨들은

개 고양이 소 말 사람이 따로 없는 것이다.

좋다. 퇴직금 백이십만원 받은 것보다 좋다.

감나무에는 새싹이 돋고

고양이는 새끼를 낳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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