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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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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플루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97회 작성일 19-04-25 12:43

본문

오늘은 시어머니, 그러니까 남편의 어머니,

그러니까 사랑하는 남편이 나를 만날수 있게

나를 만날때까지, 그가 그가 될 수 있게

키워주신 고마운 분? 굳이 관습과 전통의

편리함을 떠나서 정의를 내릴 필요가 없지만

이렇게 어떤 단어에 대해 내 식의 사전을

만드는 것은 나만의 관습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그 시어머니가 암수술 이후 정기 진단을

받으시는 날이다. 요즘은 동네 감기처럼 흔해진

암이 어머니의 유방을 거쳐서, 시 외삼촌의 담도와

췌장으로 전이 되었다는데, 또 내가 알고 있는

누구의 장기와 몸으로 전이 되어질 것인가​,

그것이 나의 몸 나의 세포일수도 있겠다는 가능성도

점점 커져가는 것 같다. 이제 암은 한 개인의

세포를 따라 지구의 인류처럼 번성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종 전체를 하나의 몸처럼 번성해간다는

느낌마저 든다. 우리가 알고 있는 사람 하나가

병이 들어 죽을수도 있게 되면, 우린 우선 내가

아니여서 다행이고, 차츰차츰 그에게서 나타난

죽음의 예고편들이 내게도 일어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체크하게 되고, 마지막으론 돈봉투 걱정도 하게 된다.

이 모든 이기적인 과정들을 감싸는, 애정어린 슬픔은

안개처럼 우리를 집어 삼키지만 그것은 축축하고

희미한 기류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실체는 이기심이고

머리카락이나 옷자락이 젖고, 전체적으로 축축한 기운에

젖어들지만 결국은 아침 햇살이 번지면 사라지는 것이

사람의 이타성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어쨌거나 사실은

아버지의 치매나 전 남편의 대장암만큼 와닿지 않는

조금 멀찍한 슬픔을, 좀더 크게 더 가깝게 표현하는 것이

국민 의례처럼 내가 그들의 가족이라는 사실을 확인 시켜

줄 것 같았다. 그에게 닥친 불운에 대한 안개를 좀 더

극대화 시키기 위해 그에 대한 연민을 증폭 시키기 위해

내 정신력은 많은 에너지를 소모 한 것 같기도 하다.


나는 오늘 날씨와 꼭 닮은 음악을(바하 무반주 첼로 조곡 모음)

족발집 컴퓨터로 켜놓고 여느 때처럼 배달 포장을 하고,

턱까지 차오른 설겆이를 하고, 정해진 시간 보다 빨리

일에서 벗어나기 위해 정해진 일들을 빨리 해치우고 있는데

병원 진료를 벌써 마치고 왔는지 시어머니와 그녀의 아들

목소리가 들렸다. 흙옷을 입은 농부를 껴안듯 해야 옮길수

있는 한무더기의 대파를 까기 위해 개수대 위에 올려 놓았는데

당장 팔을 걷어 부치시는 시어머니 덕분에 대파들은 금새

희고 반짝이는 하체들을 드러내고 바구니 위에 누웠다.

남편은 레몬 소스를 담고, 바닥 청소를 하고, 나는 상추와

배추를 씻고, 다른 날 같으면 두시간은 족히 끌어야 할 일이

금새 바닥이 났다. 나와 남편의 나이차이가 아래로 여덟살인 덕분에

시어머니와 나의 나이 차이는 얼마 나지 않는다. 만약 같이 다니는

식당 이모 였으면 그냥, 언니 언니하고 부를 나이 차이다. 가끔

늘 대화를 나누던 식당의 이모나 언니를 부르는 습관이 튀어 나와

시어머니를 언니라고 부를 때도 가끔 있다. 어쩐 일인지 여성들에게

같은 여성인 시어머니는, 그 이름 만으로 벌써 스트레스가 된다.

아무리 좋은 시어머니도 시어머니라는 프레임 안에서는 좋은

사람으로 느껴지기 힘들다. 그래서 나는 자주 억지로라도 시어머니를

그 틀안에서 꺼내어 드려야 할 것 같은 생각도 든다. 남편의 어머니가 아니라

어떤 아들의 어머니, 그러니까 나처럼 별 잘된 것도 없는 아들의 어머니,

그 녀석들 낳고 키우느라 등골이 빠진, 그래서 그렇게 애지중지 키운

내 새끼 날로 먹나 싶은 마음도 들수 있겠다, 그러니까 친구의 입장에서

시어머니의 입장을 들어주면 훨씬 더 편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참 복이 많은 사람이다.

내가 하는 일을 도와주기 위해 남편과 시어머니가 함께 와서

앉아서 커피나 한 잔 하시라는데 두 팔 걷어붙이고

흙 묻은 대파를 쓱쓱 까고, 세제를 바닥에 뿌려 물청소를 해주고

이모든 일들을 돈이 대신하는 것보다

돈을 대신해서 이 모든 일들을 함께 할수 있다는 것이

돈다발을 베고 쓸쓸히 누운것보다 훈훈한 풍경 같다.

굳이 돈보다 사람이라는 당연한 억지를 글로 쓰고 싶지는 않다.

사람보다 돈이 나을 때가 사실은 훨씬 많지 않은가?

그러나 나는 내게 많이 주어진 것을 복이라 생각하는 것이

내게 없는 것을 박복이라 생각하는 일보다 훨신 수월한 것 같다.

쌈배추를, 손님 입에 들어갈만한 것만 가려내고 나면

조금씩 흠이 있는 배추와 장미꽃 송이만한 속배추가 남는데

어차피 여사장이 다른 가게에 그저 주는 것들이라 어머니에게

들려 보냈다. 엊그제는 어버이날도 다가와 나도 쓰지 않는

비싼 화장품 셋트를 친정 엄마꺼 하나 시어머니꺼 하나를 샀다.

이십 사만원을 오후반 여사장 카드로 결제하고, 팁을 받으면

그것을 모아서 갚기로 했다. 칠십 팔십이 다 된 할머니들이

좋은 화장품 발라서 피부가 좋아지면 얼마나 좋아지겠는가?

그냥, 나도 자식 새끼가 있어 좋은 것 발라본다고

비싼 냄새 맡으시며 자기 위안이나 하시라고,

옆집에서 놀러온 통장 이모에게 " 우리 며느리가 사주던데

확실히 비싼기 좋기는 좋네" 하며 자랑 아닌 자랑이나

한번 하시라고, 시어머니, 친정 어머니가 아니라 여맹위원회

여성 동지 같은, 같이 늙어가는, 혹은 조금은 먼저 늙어가는

여자 친구들에게 선물하기로 했다. 술 한잔 덜 먹으면 되고

외식 할거 집밥 한번 더 차려 먹으면 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나는 그녀들보다 젊어서 그녀들보다 더 돈벌수 있지 않은가?

 

돈을 경멸할 것도 없다.

사랑의 도구로 돈 만큼 확실한 것이 없다.

화장품 이십사만원짜리 장만하려고 흘린 땀을

받아서 드리겠는가? 화자품 이십사만원짜리

장만하려고 속으로 삼키는 울분과 눈물을

대야에 담아서 드리겠는가? 그냥 돈이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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