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鵲巢日記 15年 07月 17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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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809회 작성일 15-07-18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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鵲巢日記 15年 07月 17日


    약간 흐리기도 했지만 대체로 맑았다.
    오전 9시
    徐** 형님

    읽어 주셔서 감사해요.
    별고 없으시지요.

    여름이 가까이 닿은 것 아니, 온 것 같지만, 여름 같지가 않습니다. 시간이 빨라 느끼지 못하는 것인지. 아니면 현대문명이 좋은 것인지 가끔은 아! 7월이구나 하면서 정신없이 하루 보냅니다. 오늘은 포항에 다녀와야 하네요. 여기서는 한 시간 제법 걸리는 곳입니다. 어제 기계 수리를 했습니다. 새 기계 놓은 지 몇 달 되지 않았는데 동 배관에서 물이 샙니다. 테프론 테이프 바르고 하면 일반적으로 괜찮은데 여기는 관이 찢어졌더라고요. 부품이 낡아 그렇다면 모르는 일인데 말입니다. 오늘 아침이면 부품이 서울서 내려옵니다. 받으면 곧장 내려갈까 합니다. 영업장소라 급히 처리해야 합니다. 요즘 영업하시는 분들 보면 아주 민감합니다. 메르스는 지났지만 여전히 경기는 별로 좋지 않습니다. 커피는 여름이 성수기 맞지만 겨울보다 못합니다. 다들 좋지 않은데 어느 집인들 좋겠습니까마는 허리띠 볼끈 매야 하겠습니다.
    요즘은 시학 공부보다는 고전을 많이 봅니다. 형님 춘추전국시대의 성인군자들은 어떻게 그 위기를 극복하였나 하는 말씀을 읽으면 재미도 있지만 요즘 세태를 한번 생각하게 합니다. 읽을수록 재밌어, 푹 빠지기도 하지만, 이것도 시간이 여의치 않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가지고 있는 가게 매출이 급격히 떨어졌기에 무슨 대안을 내놓지 않으면 죽음입니다. 어제는 본점 장과 오랫동안 대화를 나누었네요. 그의 떨리는 목소리로 조용하다는 말을 들었을 때, 대표로서 할 수 있는 말은 그 순간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더라고요. 거저 괜찮아질 거라며 힘내자는 말 한마디뿐이었습니다. 20세기 마지막 학자였습니까! ‘피터드러커’가 했던 말이 생각납니다. 지식정보화 사회라는,
    교육 사업을 어떻게 보편적으로 수익적 창출모델로 끌어올리느냐 고민합니다. 어떤 것은 성공적인 아이템으로 정착한 것도 있습니다. 평일에 넉넉한 직원의 시간, 이 시간으로 활기 넘치는 곳으로 재미나는 곳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나 생각을 자주 합니다. 아마도 좋은 대안이 나올 것 같아요.
    형님 거저 편지 쓴답시고 길게 안부 전합니다.
    늘 건강하시고요.

작소 인사 올립니다.
 
 
    오늘은 예지가 일찍 나왔다. 하지만 예전에 비하면 다소 늦었지만, 배 선생이 예지가 나온 시간에 안 계셨기에 상대적으로 일찍 출근한 느낌이다. 10시 정각에 왔다.
    어제 깜빡 잊고 주문 못 넣었던 기계를 공장별로 전화하거나 문자 보냈다. 오전에 은행에도 잠시 다녀왔다. 통장정리가 필요했다. 어제 전화 받은 곳이다. 오늘 아침 로스터기 보러 오시겠다고 하던 손님 있었다. 예전 동호점을 운영했던 이 씨 아버님이시다. 친구분과 함께 본점에 오셨다. 약 한 시간 동안 기계를 사진 찍고 들여다보고 묻기도 했으며 그에 대해 대답을 했다. 이 씨가 한때 얘기했던 것이 생각난다. 아버님은 기계관련 제작을 하시는 분이라며 얘기한 적 있었다. 이 씨는 커피 전문점 운영은 실패한 셈이다. 하지만 기계 관련 쪽에 한 번 관심 가져보라는 조언을 한 적 있는데 그때 이후로 유심히 물었다.
    본부 최 씨가 해야 할 일은 없었다. 바로 조감도에 가, 일하도록 했다. 나는 포항에 갈 여비를 챙겼다. 정오쯤 되어서야 서울서 관련 부품이 내려왔다. 하양에 벤즈빈도 오래간만에 주문이 들어왔는데 이곳과 사동 조감도에 주문, 본점에 가져다놓아야 할 물건을 모두 챙겼다. 혼자 해도 그리 많은 일이 아니라 또 모두 한 번씩 들러 보아야 해서 직접 챙기며 곳곳 내렸다. 그리고 포항에 간다.
    어제의 운전으로 인해 오늘은 조금 피곤했다. 가는 내내 졸음이 오기도 했지만 우리나라는 어디를 가더라도 산이 많아서 그리 따분한 것만은 아니다. 아주 큰 산을 향해 차를 몰며 갈 때는 마음이 놓이기도 했는데 다다른 터널을 뚫을 때는 까만 내 가슴을 뚫은 듯 시원했다. 포항이라서 바닷냄새가 나거나 하지는 않는다. 어떤 여유로 인해 내려왔으면 또 모르겠다. 일만 아니면 이렇게 내려오기라도 하면 여기서 가까운 영일만 쪽에는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잠시 가지기도 했다. 일 마치는 시간과 또 걸려온 전화와 가야 할 거래처 생각하면 시간만 빠듯하다.
    오후 1시 30분, 현장에 들러 기계를 뜯고 관련 부품을 분해하여 빼내었다. 새것으로 갈아 끼우고 기계작동을 해본다. 압력이 점점 높아간다. 갈아 끼운 부위가 물새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잠시 카페에 앉았다. 사장님께서 토마토 주스 한 잔 갈아주신다. 사모님도 모처럼 뵈었다. 사모님은 이렇게 뵌 것은 몇 년 되었다. 절실한 기독교 신자다. 내가 부품을 갈거나 자리에 앉을 때도 사장님께서 토마토 주스 한잔 갈아 오셨을 때도 성경을 보고 계셨다. 6년 전이었던가! 그때도 참 여리셨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하시다. 사장님께서 예전 서울 중견 모 건설회사에 다니셨지만, 그때 부도난 일로 이 일을 하게 되었다. 아들이 서른이다. 그때 해결되지 않았던 일이 지금에서야 법정공방을 거쳐 모두 해결되었다니 끝까지 기다리는 사람에게는 복이 있다며 한 말씀 주신다. 그러니까 커피전문점은 거저 소일이며 직업은 있어야 사회적 여러 활동을 겸하는 것이니 그리 나쁘지 않다. 하루 매출을 이야기하면 암담하기 그지없지만, 굳이 이 매출 보며 일하는 것은 아니다.
    기계는 모두 정상운영 되는 것 보고 나는 나왔다.

    오후 3시 30분, 본부에 도착했다. 본점에 택배 왔다는 문자를 받았다. 분명히 지난번 주문 넣었던 ‘가비’ 봉투가 왔을 것이다. 끄집어내서 확인하고 사진 찍어 점장께 보여드렸다. 4시 반쯤 사동에서 일하는 최 씨로부터 문자가 왔다. ‘여기서 바로 퇴근하나요?’, 이 문자를 받았을 때 영화 쇼생크탈출이 생각났다. 앤디 듀프레인의 친구, 레드가 가석방되었다. 그리고 어느 매장에서 일할 때 어느 간부에게 묻는다. ‘잠시 화장실 다녀와도 되나요?’, 아직 특정한 일이 주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이곳이면 이곳, 저곳이면 저곳이라 또 어느 곳이든 대표가 있는 것도 아니라서 그렇다. 그냥 짧게 답변을 넣었다. ‘네’

    오후 9시 30분, 1층 무대 위 테이블에 앉아 눈꽃빙설 한 그릇 주문해서 먹었다. 마침 동원이가 있었는데 시간 괜찮으면 한 그릇 해주시게 했더니 대답이 시원했다. ‘넵 본부장님’ 동원이는 어제 이런 말을 했다. 한비자는 이사의 모의로 죽임을 당했다고 했다. 나는 갑자기 웃었는데, 한마디 더 하는 거였다. ‘본부장님 책을 다 읽었습니다.’ 한비자와 이사는 동문수학했던 사이다. 처세는 누가 강하며 올바른가! 이사는 한비자 보다는 오래 살았다. 하지만 인생의 끝에는 능지처참으로 맺으니 또 한비자만큼 어떤 철학을 남겨놓았던 것도 아니다. 한비자는 유세와 간언의 어려움을 이야기하며 법가를 논했지만 결국 제 몸 하나 지키지 못했다. 커피
    꼭 어떤 법도가 있어야 내리던가 말이다. 아무런 사람이 찾지 않으면 내릴 수 없으며 내려도 마시지 않으면 소용이 없고 마셔도 맛과 효용이 따르지 않으면 다시 찾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 道
    우리는 산을 걷는다. 수풀이 우거진 어느 길 하나 찾지 못하고 헤매는 나를 본다. 더구나 깜깜한 산속이라면 어떤 마음인가! 길을 찾고 찾은 길을 안내하며 보이지 않는 산을 그 정상을 오르는 것은 오로지 마음이다.

    자정, 본점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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