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을 지워 놀고 화장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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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54회 작성일 21-12-20 18:53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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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유명 밥집이다. 이제 한 끼 식사도 방역패스가 먼저다. 이 집은 서민이 이용하는 저렴한 밥집 중 한 곳이다. 손님이 유난히 많아, 가끔은 자리 없어 기다려야 할 때도 있었다. 손님이 많으면 손님께 좀 서운할 때도 있어, 식사하기 불편할 때가 많았다. 마침 함께 한 친구가 여러 이유로 예방접종을 하지 않아 식당 입구에서 제재가 있었다.
식당이 여기 말고, 다른 곳은 없을까, 생각하며 걷다가 얼마 전에 개업한 부부식당이 안 있는가! 방금 들른 곳에서 지척이라 그냥 여기에서 식사했다. 아까 그 식당은 방역패스에 준수하느라, 기분이 언짢았다면 여기는 전화 한 통과 열 체크로 마무리한다.
늘 가던 곳만 고집한 우리의 생활습관도 문제였지만, 이 나라가 어떻게 가는지! 나는 그게 더 우려스럽다.
전 세계는 이제 조그마한 바이러스(가령 감기)에도 움직일 수 없는 사회가 되었다. 오미크론, 일종의 코로나 변이로 알려진 바이러스, 감기 치사율보다 낮지만, 전파력은 코로나 몇 배나 높다고 한다. 온 세계가 감기처럼 앓다가 내성이 깃들면 툭툭 털며 사회생활했던 시절이 그립다.
무지개
오긋한 저녁 올찬 단골을 보고
예새에 넋을 잃고 잡은 봉대에
벌겋게 달아오른 귀지만 튼다
날 맑은 깨끼옷이 하늘 오른다
새벽을 넘겨보는 사팔뜨기에
구름을 죽여달라 껑깐 환풍기
우걱뿔 다져 넣고 무지개 본다
화장을 지워 놀고 화장을 하고
젓가락은 빼빼 말랐다. 눈썹은 예의상 인사했다. 한 달 일이 많나 봅니다. 거저 웃으며 별일 없다는 듯 가볍게 인사한다. 젓가락이 제 업무 다 보고 나갔을 때 눈썹은 자리 앉은 마스크에게 물었다. 방금 나가신 분, 업무량이 많은지? 마스크는 거저 그렇다. 그러니까, 그렇게 많지 않다는 듯 얘기했다.
저녁, 아까 먹었던 그 집에 다시 들렀다. 제육볶음 정식을 주문했다. 서울은 우동 한 그릇 15,000원 한다며, 점심도 이제는 만원이 넘는다는 기사를 읽은 적 있다. 여기는 그에 비하면, 아주 고급지다. 제육볶음 정식 하나, 9,000원 그것도 혼자서 먹을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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