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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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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4회 작성일 23-06-02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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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진

 

 

    그은 하늘에 빛이 내려다본다

    풀숲을 바라보니 시원하겠다

    말끔히 지운 눈밭 바람만 분다

    풀벌레 울음소리 난분분하다

   23.06.02

 

 

    기별이란 무엇일까? 예언과 예고에 대해서, 우울증에 관해서 너무 모르는 게 많았다. 근 삼십여 년이나 가까이 지낸 분이었다. 충격이었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다. 별일이 없다면 거의 함께 지내곤 했는데 별의별 얘기했고 의논이었다면 의논이었고 대화였다면 대화였다. 얘기 상대자로서 서로가 충실했던 사람이 갑자기 떠나갔다. 그렇게 힘들었을까! 워낙 자존심이 있었던 사람이라 거의 외부와는 접촉이 없었던 사람 아니 업무량으로 보면 꼭 그렇지도 않은 사람이다. 올해 쉰아홉 수, 아홉이라는 숫자가 이렇게도 넘기 힘들었나! 우울하고 가슴이 미어터진다. 며칠 전, 상황판단을 해야 했었다. 하도 강인한 분이라 그냥 그러느니 보아 넘겼다. 번개탄을 피었다며 화상을 입어 병원에 갔었다는 말에 너무 놀란 나머지 호된 말이라도 건네야 했다. 겉은 멀쩡했어도 우울은 보이지 않아 어떻게 할 수 없었다. 돈에 집착이 사람의 목숨까지 조였으니, 이런 사달이 일어날 것 같다는 생각은 했어도 혹여 목숨까지 끊으리라 믿지는 않았다. 그렇게 쉽게 손목을 끊었다니, 아니 그사이 또 얼마나 고민과 고통과 번뇌 속에 있었을까! 화장실 바닥이 흥건하고 변기통 안이 모두 핏물이었다. 너무 무서웠고 소름이 돋았지만 무슨 큰일이 났을까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오늘 아침 부고장을 읽고 눈물이 콱 쏟아졌다. 가슴이 너무 아팠다. 아주 가까이서 늘 보아온 사람이라 내가 어떻게 아니 조금 더 따뜻했으면 하는 마음에 아! 눈물이 나고 조금 더 긍정적인 마음을 심고 닥치는 일들이 별일이 아님을 말이다. 무정하고 냉정하고 무책임한 죽음이다.

    장례식장에 다녀왔다. 조문객이라곤 아무도 없고 처녀 때 찍은 사진인지 신혼 때 찍은 사진인지 이쁘장한 얼굴 한 장이 걸렸다. 무엇을 알까마는 아들 둘 옆 조문객을 받는 방에 앉아 있었다. 맏이 중*가 걸어 나온다. 누구신지요? 잘 모르는 거 같았다. 향을 피우고 제를 올렸다. 나도 모르게 울음이 나왔다. 엎드린 채 얼마나 울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상주께 절을 하고 옆 방으로 가 맏이 중*와 대화를 나눴다. 아들이 뭔 죄가 있을까! 아들 걱정하며 얘기할 때 좀 더 진지하게 들어주었어야 했는데, 하나는 서른 갓 넘었고 하나는 이십 대 후반이다. 누님 애들 걱정할 필요 없어, 다 알아서 커요, 누나 신세나 걱정하시며 사시면 됩니다. 그 말이 나왔을 때 무엇을 걱정하며 무엇을 생각했는지 미리 알았어야 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한 것에 다만 마음이 아프다. 이렇게 가다니, ! 맥주 한잔하자며 얘기하실 때 시간을 냈어야 했다. 그 시간이 그 말이 마지막이라고는 믿지 않았다. 자살, 손목을 그었다는 얘기, 그 일마저 미수에 그쳐야 했었다. 그렇게 믿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번개탄을 피웠을 때처럼, 그러나 누님은 나보다 나이가 많아 어떻게 질책이 통하시는 분이 아닐뿐더러 그간 지내온 성정을 보아 듣고 고이 받아들일 분도 아니다. 그러나 눈물이 난다. 왜 그리 가셨는가! 왜 그리 말도 없이 가셨는가! 힘이 들었다면 얘기하시고 방법을 찾아야 맞지 않는가! 돈이 그렇게 중하고 자존심까지 상하게 했던가!

    오전에 곽 병원에 다녀왔다. 눈에 눈물을 머금고 이러한 얘기를 할 때였다. 점주가 말하기를 죽은 자는 축 사망입니다. 산 자들이 마음이 아픈 거지요. 죽은 자는 분명 자기 가진 것 외에 생각보다 더 조촐합니다. 자살은 더욱더 그렇고요. 기획사 운영이 한 사람 밥벌이도 되지 않았을까! 믿기지 않는다. 곁에서 늘 보아온 일에 활기찬 누님의 일상이 아직도 선하기만 한데 여러 사람에게 아픔을 확실히 심어놓고 간 사람이다. 정말 무책임하고 냉정하고 무정한 사람이다. 어찌 이리 단호하게 끊을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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