鵲巢日記 16年 03月 04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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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66회 작성일 16-03-05 00:27본문
鵲巢日記 16年 03月 04日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오전, 본점에 어떤 손님 한 분 찾아왔다. 겉보기에는 40대는 되었다. 영대 서편에 카페를 냈다며 인사했다. 문제는 커피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고 어느 업체에서 받은 재료가 있는데 이것이 비싼 건지 싼 건지 분간이 안가며 카페를 어떻게 해 나가야 괜찮은 건지 물었다. 외모는 꽤 준수하여 커피 할 사람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여타 이야기 나누다보니까 그는 대학원까지 졸업한 사람이다. 돈이 없어 커피 가게를 했다. 보증금 얼마에 월 30나가는 자리를 구했다. (오후에 이 집을 찾아갔는데 완전 주택가였다. 점포가 있을만한 집은 어디 한 군데도 없었다) 지금 상황에서는 교육을 받으라는 말하기에도 맞지 않는 것 같아서 손님이 꽤 찾는 메뉴는 몇 가지 되지 않으니 그 몇 가지 위주로 하며 점차 넓혀 나가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며 조언했다. 우선 메뉴 관련 책을 한 권 사서 읽는 것이 좋겠다. 어차피 커피 장사는 큰 돈 되지 않으니 조급한 마음 가질 필요도 없고 천천히 배워나간다는 생각에 탐구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커피 전문점에서 최소 3개월 이상 일한 경험 있는 아르바이트를 고용해서 함께 배워나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커피도 직접 볶아서 손님께 내는 것도 중요하겠다. 큰 로스터기가 아니라도 작은 통돌이 같은 기계도 돈 얼마들이지 않고 살 수 있으니 말이다. 가실 때 ‘커피 향 노트’ 책 한권 드렸지만, 자꾸 뭔가 바라는 것 같았다. 가게 한 번 와보라는 얘기다. (오후, 찾아 갔지만 도저히 커피 집 있을 곳이 아닌 것 같아 차를 돌렸다 차 한 대 제구 빠져나가는 골목길인데다가 주택으로 밀집한 지역이다)
오전 한학촌과 마시로에 커피 배송했다. 오후 은행과 병원에 커피 배송했다. 엔진오일을 교체했다. 현대자동차 서비스팀은 차가 있는 본부까지 와서는 엔진오일을 바로 교체했다. 본점에서 어떤 보안업체 기사분과 상담했다.
저녁, 신창호 선생께서 쓰신 ‘마흔은 어떻게 단련되는가’ 책 읽었다.
21. 정숙이 *
지금 막 고베를 떠나려고 합니다(9일 7시). 앞으로 적어도 20일간은 당신에게 편지 못 합니다.
잘 있으시오. 쪼금도 잊지 않습니다. 사랑합니다.
애들에게도 안부 전해 주시오.
앞으론 더욱 행복하기를.......
선창에서 눈부시게 고베의 네온이 뵈입니다.
당신과 어린애들의 눈동자가 뵈입니다.
밤에는 잠 잘 자시오.
9일 밤 7시
박인환 서
-세월이 가면- 근역서재, 1982
시인 박인환이 아내 이정숙 여사께 보낸 편지다. 50년대는 지금처럼 카톡이나 문자 같은 것은 없었다. 오로지 편지가 통신수단이었다. 편지 내용만 보더라도 시인 박인환은 아내 사랑이 얼마나 지극한지 볼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카페에 대한 사랑도 남달랐던 것 같다. 선생의 시 ‘세월이 가면’*은 카페에서 즉흥적으로 썼던 시다. 이에 이진섭 씨가 작곡하고, 임만섭 씨가 즉석에서 노래를 불러 이를 명동의 샹송*이라 했다.
교칠아교(膠漆之交)라는 말이 있다. 당나라 때 백낙천(白樂天)과 원미지(元微之)는 절친한 친구 사이였다. 이 두 사람은 과거에 함께 급제하여 벼슬살이하다가 어떤 이유로 황제께 원성을 사게 되어 시골로 좌천되고 말았다. 이로 인해 서로가 만날 수 없는 처지가 되었는데 백낙천이 친구인 원미지에게 보낸 편지에서 나온 말이다. 교칠은 아교와 옻을 말한다. 아교로 풀칠하면 서로 떨어지지 않고 옻으로 칠을 하면 벗겨지지 않으니 서로 떨어질 수 없는 사이를 비유 놓은 것이다.
내 하는 일은 친구처럼 아내처럼 사랑하자. 매일 똑같은 마음으로 아내와 같은 친구 같은 일에 편지를 쓰라. 당신의 삶의 이야기를 쓰라! 이 편지를 모아 엮어서 내 일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붙이거나 드려라! 그러면 이 일은 달리 볼 것이며 이 일을 사랑하는 이도 제법 많아 우리가 생각한 일보다 더 큰 일을 이룰 수 있다.
아교와 옻칠처럼 잠시라도 떨어져서는 안 된다. 딱 붙어 이 일을 사랑하라!
각주]
* 맹문재 ‘박인환 전집’ 실천문학사. 636p
* 세월이 가면 / 박인환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바람이 불고
비가 올 때도
나는 저 유리창 밖
가로등 그늘의 밤을 잊지 못하지.
사랑은 가고 옛날은 남는 것
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
그 벤취 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나뭇잎은 흙이 되고
나뭇잎에 덮혀서
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내 서늘한 가슴에 있네.
* 이윤호, ‘완벽한 한잔의 커피를 위하여’ MJ미디어. 7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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