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빨래방의 어느 성자 > 소설·수필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소설·수필

  • HOME
  • 창작의 향기
  • 소설·수필

☞ 舊. 소설/수필   ♨ 맞춤법검사기

 

 

모든 저작권은 해당작가에게 있습니다.무단인용이나 표절을 금합니다

아파트 빨래방의 어느 성자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NaCl 박성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5건 조회 1,991회 작성일 15-07-17 07:04

본문

아파트 빨래방의 어느 성자 / NaCl


1993년 미국 테네시 낙스빌 워커스프링스 로드(Walker Springs Road)에 위치한 아파트가 우리 가족의 첫 보금자리였다. 세탁기를 설치 할 수 없는 대신에 단지 중앙에 동전 빨래방이 있었다. 밀린 빨래를 건조기에 넣고 한 시간 후에 온 다는 것이 깜박하여 시간이 좀 넘었다. 큰 바구니를 들고 갔더니 테이블 위에 우리 빨래가 잘 개어 있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 빨래를 하러 왔다가 비어 있는 건조기가 없자 다 돌아간 기계 안의 우리 빨래를 꺼내어 일일이 다 개어 놓은 것이다.

미안하기도 하고 누군지 모르지만 참 성격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다보면 자기 입장만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그 사람이 자기 입장만 생각하여 시간을 잘 맞추지 못한 우리만을 탓하고 빨래를 그냥 수북이 쌓아 놓았다면 기분이 좀 안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 사람은 누구든 깜박할 수 있지 하고 자기의 수고를 아까워 하지 않은 것이다.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린다는 것은 곧 성경에서 말하는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계명을 실천하는 것이 아닐까. 그 계명은 보통 실천하기 어렵다고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빨래를 개어 놓은 그 사람과 같이 상대를 배려하는 것이 곧 그 계명을 지키는 것이다.

불교에는 불이(不二)라고 하여 나와 남이 다르지 않다고 한다. 내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기 위해선 나와 남이 둘이 아닌 하나임을 깨닫는게 중요하다. 남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 자체가 상대의 마음에 나의 마음을 포개는 하나됨이다. 도마복음의 메시지도 둘로 나누지 말고 하나라는 것을 강조한다. 대부분의 사람은 본능적으로 나를 먼저 생각한다. 내 입장이 우선이다. 모든 문제는 아마도 그런 자기 중심적 사고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닐까. 우리 민족은 옛부터 나보다는 우리라는 말을 많이 썼다. 내 엄마, 내 아빠, 내 선생님이 아닌 우리 엄마, 우리 아빠, 우리 선생님이다. 더 나아가 "나는 이런거 좋아해." 라고 하기 보다는 "우리는 이런거 좋아해." 와 같이 나 개인의 느낌과 생각도 그 주체를 나에게만 국한하지 않고 우리로 확장시켜 버린다.

나에 대한 인식을 나 개인으로 한정시키면 죽음의 문제에 직면했을 때 모든 것이 끝장이라고 여기지만 나라고 하는 인식을 넓혀 우리라는 우주로 확장했을 때 죽음은 끝이 아니다. 거의 모든 종교가 남을 사랑하라고 하는 것은 결국 우리는 하나라고 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각 개체로 분할 되어 있을 때 무수한 사건과 에피소드가 생겨 나지만 처음과 끝은 결국 하나로 출발하여 하나로 끝이 나지 않을까 한다. 그래서 우리는 하나님이라 부르는 궁극의 존재 또는 도를 삶 가운데 모시는 것이다. 그러나 실재로 인간 세상에서는 그 하나님도 나뉘어 종교전쟁을 하는 것은 아직 우리가 분열의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빨래방에서 우리 빨래를 일일이 개어 놓은 그 이름 모를 사람은 그 작은 실천을 통해 이미 불이를 실현했고 신의 계명을 실천한 것이다. 그 계명을 실천하는 것은 일상의 사소한 일에서 시작되며 그 사소한 실천이 모아지고 퍼져 나갈 때 세상은 변화되지 않을까. 불쌍히 여기는 마음도 우리는 하나라는 인식에서 출발하며 성경의 기적 이야기도 그 바탕에는 긍휼한 마음이 있다. 그 마음은 가치의 이동을 만들어 낸다. 즉 거지에게 적선하는 것과 같이.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듯 그 하나됨의 마음은 물과 같아서 넘쳐나는 곳에서 모자라는 곳으로 그 가치의 이동이 이루어 질 것이다. 그 이동이 곧 생명이고 무궁(for good)이 아닐까.

2015. 7. 16 [17:02]
추천1

댓글목록

石木님의 댓글

profile_image 石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어떤 시설을 공동으로 사용하다가 질서의 톱니바퀴에 일시적인 이탈 생겼을 때
그것을 발견한 사람이 응급조치를 취하여 전체 시스템이 원만히 작동될 수 있게
하는 것은 사회생활에 참여하는 멤버들에게 요구되는 기본적 덕목이겠지요.
말씀하신 사례에서는 빨래를 그냥 꺼내어 놓기만 한 게 아니라 정성껏 정리해 주기까지
하는 사랑의 정신을 보여주었다는 점이 존경스럽군요. 글을 쓰신 의미를 알겠습니다.
그런 분들의 힘으로 세상이 밝고 행복하게 되는 것이겠지요.

조금 다른 이야기인데 제가 이런 일을 겪은 적이 있습니다. 1970년대 였지요.
회사에서 연수를 보내어 영국 런던에 갔었는데, 경비도 아끼고 영어회화 실습의 기회도
많이 갖겠다는 의도에서 호텔 대신 하숙집에서 두 달을 살았습니다.
하숙생은 5명인데 욕실은 하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주인 할머니가 아침에
욕실을 사용하는 시간을 개인별로 배정해 주었습니다. A는 6시 45분에서 7시까지,
B는 7시부터 7시 15분까지, C는 7시 15분에서 7시 30분까지... 이런 식이었지요.
그런데 어느 날 A가 사용시간을 길게 끌어 7시 15분에야 나왔습니다. 욕실 앞에는 B와 C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제가 B였지요. 저는 내가 들어갈 차례라고 하였고, C는 자기
시간이라고 우겼습니다. A가 시간을 안 지킨 것은 B가 A에게 따질 문제이고 자기는
제 3자로서 자기 권리만 지키면 된다는 거였지요. 저는 C의 이기주의가 얄미워서
그냥 밀고 들어가서 욕실을 사용하였고, 그 후 그 하숙집에서 나올 때까지 저와 C는
서로 원수같이 지냈습니다. 한국 같으면 C가 처음부터 순순히 양보하지 않았을까요?
이런 면에서는 미국인들도 영국인과 비슷합니까?

金富會님의 댓글

profile_image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사람이 사람의 도리를 다하는 것이 최손한의 예의일 것 같습니다.
사람은 사람과 삽니다..그건 더불어 산다는 말입니다.
잘 난척이나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스스로 유아독존 하는 볼썽 사나운 사람들이 많습니다.
저역시 그 범주 안에 속해 있고...
그럴수록 이런 글들을 통해 나를 반성하고 되돌아보는 것이..글의 순기능 이라는 생각입니다.
좋은 글 잘 감상하고 갑니다.

NaCl 박성춘님의 댓글

profile_image NaCl 박성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죄송합니다. 이런 글 쓸 자격이 전혀 없는 제가 이것 저것 단편적인 지식을 몇 개 모아
보기에 그럴 듯한 글을 또 올려 놨네요. 아직 분별이 많이 부족합니다.
앞으로 이런 글은 자제토록 하겠습니다.
다음에는 마음이 따뜻해 지는 수필로 찾아 오겠습니다.

대기와 환경님의 댓글

profile_image 대기와 환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개인의 유익과 이기심이 발전하여 결국 사회의 문화로 과학으로 발전 시키지요!..
그래서 개인의 이익.. 집단의 이익이 잘 조화된 곳이 잘 사는 나라의 모델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나 나 하나 이 지구를 떠나면 다 무슨 소용이 있을까? 이런 노파심도 있지요!..
그래서 가끔은 남의 암보다 자신의 감기가 더 힘들지요!..
지극히 이기적인 나의 생각이었습니다. ㅎ~~

NaCl 박성춘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NaCl 박성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예, 어느 정도의 이기심은 자기를 보호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그러한 자신을 보호하는 자기애와 남과 더불어 살게 하는 이타심이
잘 조화를 이루어 가야 겠지요.
그 자기애로 경쟁이 이루어 지고 그 경쟁의 과정과 끝에 이타심이 작용한다면
더욱 살기 좋은 사회가 되지 않을까요.

Total 1,654건 37 페이지
소설·수필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574 가을의 바다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05 0 11-13
573 김상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85 0 11-13
572 김광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25 0 11-10
571 가을의 바다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88 0 11-08
570 시몬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57 0 11-08
569 육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58 0 11-07
568 육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23 0 11-07
567 가을의 바다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40 0 11-07
566 박성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30 0 11-07
565 김광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62 0 11-07
564 베드로(김용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78 0 11-07
563 김광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65 0 11-03
562 가을의 바다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60 0 11-02
561 손계 차영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15 0 11-02
560 양승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36 0 11-01
559 가을의 바다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79 0 11-01
558 박성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87 0 11-01
557 가을의 바다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27 0 10-31
556 김광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90 0 10-31
555 아무르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07 0 10-30
554 가을의 바다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18 0 10-30
553 景山유영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25 0 10-30
552 가을의 바다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59 0 10-29
551 장 진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93 0 10-28
550 손계 차영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09 0 10-28
549 가을의 바다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46 0 10-27
548 정이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38 0 10-27
547 김광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26 0 10-25
546 손계 차영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76 0 10-24
545 가을의 바다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86 0 10-23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