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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향수 <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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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영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478회 작성일 17-02-21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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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의 향수 / 김영채

                                                           

                                      

    봄바람이 얼핏 불어온다.

    겨우내 움츠렸던 마음을 녹여낸다. 꽃샘추위가 시샘하듯 때늦은 눈송이를 피우다 떠나버렸다. 그 빈자리에 바람이 불어온다. 바다를 건너온 갯바람은 뭍에 오르면서 남녘 해변 매화를 그윽하게 피워낸다.

   바람은 강줄기를 타고 산자락을 굽이굽이 돌아 강변에 들어서서, 지리산 자락 노란 산수유꽃 향기를 안고 서서히 북상하다가 화려한 비상을 한다. 해거름 수많은 철새 떼가 나선형으로 휘어 도는 원반처럼 힘찬 날갯짓으로 바람을 일으키며 군무를 펼친다. 드넓은 천수만을 떠나는 아쉬움을 달래듯 거대한 율동은 저녁놀 붉은 햇살 속에 펼쳐진다. 철새들이 떠나간 자리엔 훈풍 어린 바람이 동구 밖 갈대수풀 사이로 한들한들 스쳐온다.

    봄기운에 젖은 구릉진 언덕배기에 파릇한 새싹이 돋아났다. 할멈들은 작은 바구니에 싱싱한 봄나물을 투박한 손놀림으로 캐어 담는다. 주름진 손등엔 봄볕이 흙냄새를 북돋운다. 흐뭇한 마음으로 고샅길에 들어섰지만 초롱초롱한 어린이들은 보이지 않는다. 아이들 울음소리는 도시로 떠나가고, 젊은이들의 웃음이 묻혀버린 시골이다. 지난 보릿고개 시절, 배고픔 속에서도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있어 삶의 희망이 있었고 젊은 청춘들의 순박한 웃음 속에 사랑의 가슴앓이도 있었다.

    봄바람 타고 너울대는 아지랑이에 젊은이들은 울렁이는 가슴을 움켜쥐고 어찌할 줄 몰랐다. 신기루에 홀린 듯 꿈을 찾아 큰 세계로 떠나고 싶은 충동질이 마음을 설레게 했다. 들뜬 젊은이들은 가슴 한 귀퉁이에 고향의 정을 묻어 둔 채, 열차에 겨우 몸을 싣고 새로운 삶을 찾아 꿈꾸는 도시로 서울로  떠나간다.

   그래서 시골 살던 동네처럼 아침이면 해를 일찍 맞이하고, 밤이면 둥그런 달이 먼저 떠오르는 산기슭 비탈 동네, 달동네에 모여들어 판자촌에 삶의 터전을 어렵사리 마련한다. 힘들어 어려울 때마다 가슴에 묻어둔 그리운 냄새를 맡는다. 흙에 밴 삶의 냄새가 풍겨온다. 그 속에 배어 있는 정과 꿈이 늘 고달픈 마음을 달래주었다. 봄바람이 산기슭을 넘어 달동네 판자촌으로 불어올 때마다 향수鄕愁를 가져다주었다.

    이제는 판자촌도 사라져버렸고, 달동네 재개발 아파트 군락 마을들이 성곽처럼 들어 찾다.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콘크리트 벽에 갇혀 이웃 정을 잃어버린 사람들이다. 낮고 허술한 담장과 비좁은 골목길에서 늘 만날 수 있는 판자촌 이웃들이었다. 그러나 시골향수가 묻어나는 사람들이 점점 떠나버린 아파트동네. 어엿한 도시 속 마을이다. 어렵게 살아온 자취도 찾을 수 없다. 아파트 정원에 들어서면 지난 삶의 흔적들은 묻혀 지고, 햇빛 속으로 휘돌며 부는 바람이 꽃나무 가지에 추억의 단상처럼 머물다 스쳐지나간다.

   내 안의 향수鄕愁는 겨우내 나뭇가지에 붙어서 동면하는 애벌레의 꿈처럼 그리운 봄을 기다리고 있어나 보다. 애벌레가 껍데기를 깨고 나오는 세상, 봄바람은 닫혔던 문을 활짝 열어젖힌다. 회오리 도는 가슴속에는 황토 바람이 싣고 온 흙냄새가 온몸에 배어든다. 본능처럼 내 오관에 촉수를 세우고 원시의 생명이 짜릿짜릿 자극하고 있다. 뭔가 불꽃처럼 생동하는 에너지는 온몸에서 분수처럼 솟아오른다. 생명이 죽어간 자리에 다시 살아 숨 쉬는 순환의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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