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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도 불난 집에 사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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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도일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40회 작성일 17-12-14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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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도 불난 집에 사시나요



탁발을 나온 중이 마을에서 사납고 인색하기로 소문난 부잣집 문을 냅다 두드렸다. 다급한 발소리와 함께 대문이 열리더니 주인이 공손히 얼굴을 내 밀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어느 높은 댁 양반이 찾아온 줄 알았더니 고작 동냥을 나온 중이 턱하니 버티고 서있지를 않는가 집주인은 기가 막혀 잠시 입을 다물지를 못하고 서 있다가 펄펄 끓는 목소리로 사지가 멀쩡해 가지고 무슨 동냥질이냐며 욕을 퍼부어댔다. 욕이 끝나자 중은 실성을 했던지 집주인을 보고 빙그레 웃었다. 그 모습을 보고 집주인은 

"어허, 이게 웃어!" 하고는 아예 뒤집어졌다. 길길이 뛰며 끓어오르는 화를 주체하지 못해 얼굴이 붉다 못해 검어졌다. 심정 같아서는 몽둥이로 흠씬 두들겨 패서 쫓아버렸으면 속이 시원하겠으나 차마 중을 팰 수는 없는 일 사지를 펄럭대며 욕만 퍼부어댔다. 이번에도 여전히 싱글대며 듣고만 있던 중이 욕이 끝나자 정색을 하고 물었다.

“소승 시주님께 한 말씀 여쭤도 되겠습니까?”

씩씩대며 버둥대던 집주인이 소리쳤다. 

“시주는 무슨 얼어 죽을 놈의 시주! 그래, 물어봐라!”

“이 댁에 소승 말고도 손님이 오십니까?” 그 말에 집주인은 “이놈 봐라, 점점 더!”하고는 이번에는 아예 중을 잡아먹기라도 할 듯이 시뻘건 얼굴을 중의 면전에다 들이댔다. 

“그걸 말이라고 하냐!” 벽력 치듯이 소리를 질렀으나 중은 미동도 않은 채 태연히 서서 받았다.

“그럼 오시는 손님 중에 혹 선물을 가지고 오시는 손님도 있습니까?” 

“어허, 이런 고얀 놈이 있나! 너 같은 놈이나 벌건 대낮에 빈손으로 와서 손을 내밀지 누가 남의 집에 빈손으로 온단 말이더냐.”하고는 소리를 꽥 질렀다.

“그렇다면 시주님께서 손님이 가져 온 선물이 마음에 들지 않아 안 받으면 그 선물은 누구 것 입니까?”

“누구 거라니? 내가 안 받으면 그 손님거지!” 그 말에 중은 기다렸다는 듯이 낚아챘다.  

“그럼 아까 시주님께서 소승에게 한 욕을 제가 안 받았으니 그건 누가 먹은 것이 되옵니까?”

그 말에 집주인의 입이 굳게 닫혔다. 중은 집주인을 뒤로하고 너털웃음을 웃으며 돌아섰다.  


불가에 나오는 일화다.

이 글에서 우리는 두 가지의 교훈을 얻을 수가 있다. 하나는 성냄으로 해서 인심 사나운 집주인처럼 스스로 자신을 욕보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스님처럼 상대가 그 어떤 짓을 해도 마음에 담지 않으면 평상심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슨 일이던 마음에 담지 않으면 흔들릴 까닭이 없다. 

흔들리지 않으니 항시 고요하다. 이를 일러 옛사람은 달빛에 대나무그림자 마당을 쓰나 흔적이 없고 날아가는 기러기 호수에 어리나 그 자취가 없다고 했다. 

스님은 탁발은커녕 집주인에게 욕만 실컷 얻어먹었지만 마음에 담지 않았다. 욕은 스님의 마음에 어떤 흔적도 남기지를 못했다. 그러니 화를 낼 까닭이 없었다. 오히려 그 욕이 누구에게 돌아가는지 그 이치를 친절히 일러 주었다. 

나의 마음 또한 스님의 마음과 다르지 않을 것이나 인격수양이 안 된 탓에 누가 내 험담이라도 하면 발끈해 화를 내며 얼굴을 붉히고는 한다. 그러니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다. 이런 모습을 일러 불가에서는 중생(衆生)이 멀쩡한 집에 불을 질러 놓고 갇혔다고 한다. 불붙는 집에 갇혔으면서도 그 안에서 뛰기만 할뿐 뛰쳐나올 줄을 모른다. 안타까운 일이다. 나야 내 전생의 과보로 어쩔 수없이 이러고 산다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멀쩡한 집에 불을 질러 놓고 쩔쩔매는 일이 없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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