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윷놀이/임두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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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용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65회 작성일 18-01-02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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윷놀이

임두환

어느 가을날 오후였다.
인후공원산책길에서 우연히 고등학교동창 S를 만났다.
그는 안골노인복지관에서 서예공부와 탁구로 여가를 즐긴다고 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어지럼증이 더하여 인후공원을 찾아 가벼운 운동과
윷놀이를 하며 소일한다고 했다.

오랜만에 인후공원길에 오르니 감회가 새로웠다.
그동안 뒤돌아볼 새도 없이 앞만 보고 달려왔다.
나에게도 팔팔하던 여름은 있었다.
그 좋은 시절, 어떻게 보냈는지 모르고 인생의 가을을 맞았다.
1970년 스물넷의 나이에 KT&G(구, 전매청)에 들어가
2004년도에 정년퇴직을 했다.
그 뒤, 또 다른 직장에서 일을 하다 2017년 8월에 그만두었다.
47년 동안을 끊임없이 뛰었다고 생각하니, 내 자신 뿌듯하고 대견스러웠다.
어쨌든, 사주팔자는 타고난 듯했다.
한시도 앉아있질 못하고 무엇인가를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니,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잘 산다고 하는 것일까?
곰곰 생각해보았지만 정답은 없었다.
어쩌면 인생길이 윷놀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었다.
윷놀이에도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고, 서로 잡히고 먹히는 생존경쟁이 있다.
운이 좋으면 빨리 나갈 수 있는 지름길도, 불운(不運)이면 한 바퀴를
돌아야 하는 고생길도 있지 않는가.
이게 바로 윷놀이인생이려니 싶다.

안골 송정서미트 아파트 뒤 인후공원산자락에 허름한 비닐하우스가 보였다.
근처에 다다르니 시끌벅적하여 한 눈에도 윷놀이장임을 알 수 있었다.
오후 3시쯤이었을까?
열 댓 명이 2인1조로 한판에 200원씩, 내기 윷을 하고 있었다.
아무나 던질 수 없는 회원제였다.
규정상, 2회 연속으로 이기면 본전만 챙기고 물러나야 했다.
한참을 구경하다보니 흥미진진했다.
간장종지에 윷을 넣고 흔들어 던지는데 윷이나 모를 해놓고서
낙(落)을 하니, 희비가 엇갈렸다.
한쪽에서는 박수가 터져 나오고, 다른 쪽에선 아쉬움에 어쩔 줄 몰라 했다.
그 한 번의 실수가 판도를 뒤바꿔 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생 길도 윷놀이나 다름없으리라.
잘 나가던 사람이 갑자기 나락으로 떨어지는가 하면, 수렁에 빠져
허우적대던 이가 어느 날 성공하여 떵떵거리지 않던가?

윷놀이는 크게 두 종류가 있다.
정초부터 정월대보름 사이에 가정이나 마을에서 여럿이 함께 즐기는
민속놀이윷[가락윷]이 있는가 하면, 돈을 걸고 하는 내기윷[밤윷]이 있다.
가락윷은 한 뼘 남짓한 길이의 곧고 둥근 막대기를 둘로 쪼개서 만든
4개의 윷이고, 밤윷은 가락윷과 모양은 같으나 길이가 2∼3cm정도의 윷이다.
윷 재료는 박달나무 ? 싸리나무 ? 밤나무 등 단단한 나무를 고른다.
셋이 엎어지고 하나가 젖혀지면 ‘도’, 둘이 엎어지고 둘이 젖혀지면
‘개’, 하나가 엎어지고 셋이 젖혀지면 ‘걸’, 윷이 다 젖혀졌을 때
'윷', 넷이 다 엎어졌을 때 '모'가 된다.
윷의 유래는 가축의 이름을 딴 것으로 도는 돼지[亥], 개는 개[犬], 걸은
양(羊), 윷은 소[牛], 모는 말[馬]을 가리킨다.

말판은 말밭 또는 윷판이라고도 부른다.
종이나 판자에 선과 점을 찍어서 29밭의 윷판을 만들고, 말판에 놓는
4개의 말은 상대편과 자기편을 구별할 수 있는 것으로 정한다.
말의 가는 말[行馬]을 보면 도는 한 발, 개는 두 발, 걸은 세 발,
윷은 네 발, 모는 다섯 발을 간다.
윷말 한 마리를 ‘한 동’이라 하고, 두 마리면 ‘두 동’, 세 마리면
‘석 동’, 네 마리면 ‘넉 동’이라고 한다. 모나 윷이 나오면
한 번 더 놀 수가 있고, 계속 나오면 계속 놀 수가 있다.
윷가락을 던져서 말[行馬]을 잡게 되면 앞서가는 말은 죽게 되고,
윷을 다시 던질 수가 있다.
상대편에게 말이 잡히면 애써 멀리까지 간 것이 헛수고가 된다.
말 네 개가 모두 입구에서 출발하여 출구를 먼저 빠져나가는 편이 이긴다.

우리 집에서도 명절이면 가족끼리 윷놀이를 한다.
7남매 가족이 모이면 큰방 하나로는 부족하다.
윗방, 건넛방까지 써야 했던 시절,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것은 윷놀이였다.
가족끼리 편을 갈라 놀다보면 재미가 있었다.
윷을 던지는 사람보다 옆에서 응원하는 이들이 더 흥분했고,
앞서가던 말을 잡기라도 할 때면 한 쪽에선 환호성이, 또 한 쪽에선
아쉬움에 방바닥을 치기도 했다.
윷놀이는 우리 가족을 화목하게 아우르는 윤활유이자
엔도르핀(Endorphin)이었다.

‘인생지사새옹지마(人生之事塞翁之馬)’란 말이 있다.
인생 길도 윷놀이와 흡사하다.
인생 길에는 실력과 능력도 있어야 하지만 운도 따라야 한다.
길을 걷다보면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게 마련이다.
인생길이 험하다고 주저앉을 수만은 없다.
내일은 또다시 떠오르는 태양이 있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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