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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세월/신팔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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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용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36회 작성일 18-01-11 0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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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세월

신팔복

물이 흐르듯 시간이 간다. 삶의 흔적들이 빠르게도 시간의 뒤편으로
밀려나고 있다.
묵은 달력을 뜯어내고 새 달력을 걸었다.
붉은 닭의 해, 정유년이 되었다.
새 아침을 여는 닭처럼 우리 사회도 혼란한 병신년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


새 달력엔 아직 메모한 내용이 없어 빈 노트처럼 깨끗하다.
올해도 예년처럼 평범한 날들이 이어지기를 바란다.
지난 달력을 넘겨본다.
크고 작은 여러 모임과 가족 행사가 빼곡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바라면서 살아온 나날이었다.
나 혼자만 보내는 세월이 아닌데 무심하게 내 곁을 지나가 버렸다.
허송세월한 것 같아 아쉽다.
올해는 게으름 피우지 않고 알찬 한 해를 만들어가야겠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끊임없이 계절이 가고 나이테가 굵어진
추억들을 곱씹으며 속절없이 보낸 세월의 흔적을 물끄러미
바라볼 때가 많아졌다.
사진첩 속에서 내 인생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살았던 젊은 시절이었지 싶다.
아이들이 자라는 것을 보면서 그저 흡족했었다.
자식들이 결혼하여 살림을 차려 나갔고, 어머님을 여의니
텅 빈 둥지처럼 허전하다.
그 옛날 가족이 함께 모여 살던 그 시절이 그리워질 때가 많다.
세월의 뒤안길로 접어든 지금은 인생을 깊게 들여다보는 노년의
세월을 보낸다.
예나 지금이나 세월을 잡아두고 싶은 인간의 마음은 마찬가지일 것 같다.
“무정세월 한 허리를 칭칭 동여서 매어나 볼까.”하고 덧없이
흘러가는 세월을 옛사람들은 노래하지 않았던가.
꽃다운 시절을 보내고 싶지 않은 사람의 욕망이다.
그러나 어쩌랴! 눈치 빠른 백발이 지름길로 오는 것을…….

누구나 기억하고 싶은 아름다운 청춘 시절이 있는가 하면,
잊어버리고 싶은 파란만장한 삶도 있을 게다.
즐겁고 행복하게 보낸 세월은 짧고, 어렵고 고통스럽게 겪은 세월은
길게 느껴진다.
집 떠난 객지 생활이나 군대생활은 그래서 더욱 오래 기억되는 게
아닐까 한다.
시간은 끊임없이 영속되지만, 잊고 함부로 넘겨서도 안 될 일이다.
여느 재화처럼 아껴 써야 한다.
써버린 돈은 모을 수 있어도 잃어버린 시간은 모래밭에 뿌려진 물과 같다.
어린애같이 시간이 금이라는 걸 이제야 깨닫는다.

생과 사를 넘나드는 전쟁터의 세월이나 암으로 투병하며 보내는
시간은 얼마나 절실할까.
자신도 모르는 세월에 편승해 무임승차한 여행객처럼 종착역에 도달한
시한부 인생이라면 환자 자신 외에는 아무도 그의 세월을 모를 일이다.
'재깍재깍’ 시간은 흐르고 촛불처럼 타들어 가는 자신을 되새기며
세월을 약으로 알고 살아가겠지만, 모르면 몰라도 하루 하루가
금쪽 같은 시간일 것이다. ‘
오늘 하루가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 생각하고 살아라.’하는
명구는 시간을 성실하게 써야 한다고 강조한 말이다.

이 세상을 함께 사는 우리는 같은 세월을 공유하고 있다.
누구의 세월은 좋고 누구의 세월은 나쁜 것이 아니다.
세월을 탓하기보다는 좋은 세월을 만들어 가는 현명한 지혜가
필요하려니 싶다.
내가 병원에 다닐 때 밤잠을 못 자고 뒤척인 적이 있었다.
그 날은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암인지도 모른다는 의사의 소견에 아내도 나도 머릿속이 텅 빈
하얀 밤을 지새웠다.
결국, 끈질기게 병원에 다니면서 음성판정을 받아 천만다행이었다.
악몽 같은 시간을 보냈었다.
그땐 세월이 야속했었다.

세월 앞에 누가 당당할 수 있겠는가?
인생은 세월에 묻혀 그렇고 그렇게 살아가는 것 같다.
과거는 역사의 세월이고 미래는 희망의 세월이다.
새 달력 앞에 서서 살아온 지난날에 감사하며 새해의 작은 소망을
빌어본다.
가족 모두가 건강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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