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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흑백사진/임두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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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용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29회 작성일 18-01-15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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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흑백사진

임두환

추석 이튿날이었다.
떠들썩하던 아들 딸네 가족이 떠나버리니 집안은 휑하고 마음이 허전했다.
모처럼의 연휴를 어떻게 보낼까 고민하다가 아내와 함께 전주시내 변두리
아늑한 곳을 찾아 몸과 마음을 치유하기로 했다.

오늘은 명절 뒤끝이라서 특별히 갈 곳은 없고, 느긋한 마음으로 책장 속
사진첩을 꺼내 들었다.
그동안 ‘남는 것이 사진뿐’이라며 가는 곳마다 찍어 놓았던 사진들이다.
이것을 흑백과 칼라로 구분하고 학창, 군대, 직장, 가족, 여행지별로
분류하니 9권의 사진첩이 되었다.

그중 흑백사진첩은 2권이었다.
칼라사진첩을 뒤로하고 흑백사진첩을 먼저 펼쳐들었다.
한 장 두 장 넘기다 보니 세월의 무상함이 느껴졌다.
내가 여섯 살이고 여동생 경순이가 3살 때, 부모님과 함께했던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그 때가 6.25전쟁 발발 3년째 되던 해였다.
부모님께서는 사진관에서 옷을 빌렸지만 여동생과 나는 평상시처럼
검정고무신에 허름한 옷차림이었다.
어린 시절 사진은 이 것 뿐으로 전쟁 중에 어찌될까 두려워
찍어놓았던 것 같았다.

초등학교시절에는 중학교입학예정이던 친구들과 찍은 사진과
졸업사진이 전부였다.
우리 앞에 어떤 세파가 닥쳐올지도 모른 채 천진난만한 얼굴들이었다.
우리 철부지들은 언제 만나자는 기약도 없이 헤어졌는데, 어느덧 63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몇몇 친구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감감무소식이다.
지금쯤 친구들은 일흔을 넘긴 할머니할아버지가 되어 지난 세월을 되짚으며
즐거운 여생을 보내고 있으리라.

사진첩에는 돌이킬 사연이 많았다.
카투사(KATUSA)로 군대생활을 하면서 미군들과 어울려 추억을 쌓던 모습,
직장동료와 동고동락(同苦同樂)하며 오랜 세월을 같이 했던 시절이
주마등처럼 스친다.
토요일 오후와 일요일이면 등산, 낚시, 여행에 빠져들어 한시도 집에
있을 날이 없었다.
사진첩을 함께 보던 아내가 한마디 거들었다.

“그 때는 아이들 키우느라 정신이 없었지만 해도 너무 했다.”

며 고개를 설레설레 흔드는 게 아닌가?
그래도 그 시절이 내 인생의 황금기였는데 말이다.

흑백사진첩은 내 보물창고나 다름없다.
거기에는 젊은 시절의 추억과 낭만이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 백미는 결혼사진이다.
그 때만 해도 신식결혼을 선호했지만 나는 전통혼례를 고집했다.
나이 일흔이 되어 결혼사진을 들춰보니 감회가 새롭다.
신랑은 사모관대차림으로 가마 꾼이 멘 사닥다리 위에 올라있고,
함재비와 마부의 거들먹거리는 모습에 살포시 웃음이 나왔다.
마당 가운데 혼례상에는 청실홍실 '기러기' 과일 등이 놓여있고,
사모관대차림의 신랑과 연지곤지를 찍고 한복에
족두리를 쓴 신부 모습이 이채로웠다.
어떤 이가 카메라를 잡았는지 혼례식 장면은 물론 친지 '친구'
'직장동료' 마을사람들의 축하모습을 놓치지 않았고, 담장 너머에서
히죽거리는 아낙들의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나와 아내의 인연은 남달랐다.
1968년도의 일이다.
군대생활을 하면서 박길문 일병과 병장이던 나는 출신지가 같다는 이유로
가깝게 지냈다.
박 일병의 고향은 전라북도 순창(淳昌), 나는 진안(鎭安)이었다.
세월은 흐르고 흘러 박 일병과 나는 군복무를 마치고 집에서
일손을 돕고 있었다.
우연찮게 순창에 볼 일이 있어 순창에 가는 길에 박길문 전우(戰友)의
집을 찾았다.
50호쯤 되어 보이는 마을에 기와집이 한 채 있었다.
대문을 열고 들어서니 박 일병이 깜짝 놀라 임 병장님 오셨느냐며
반가이 맞아주었다.
따뜻한 인정에 못 이겨 이틀 동안을 머물었는데, 장모되실 분은
떡줄 사람 생각지도 않고 김치 국 먼저 마셨던지,

“너는 내 사윗감이다.”라고, 점찍어 놓고는 영 놓아주질 않았다.
이렇게 하여 아내와 나는 천생연분 부부가 되었다.

흑백사진을 보고 있으니 지난날의 추억이 새롭다. 아날로그가
디지털시대로 된지 오래다. 스마트폰과 셀프카메라가 바람과 실처럼
내 곁을 떠나지 않고 있지만 어설퍼지는 마음은 피할 수가 없다.
요즘은 드론(Drone)까지 나타나 탑승 없이도 공중을 날며 자유자재로
촬영을 하지 않던가?

참으로 세상은 요지경(瑤池鏡)이다.
살기 좋은 시절이지만, 세상이 복잡해질수록 그 옛날 순수하고 꾸밈없던
아날로그, 흑백사진시절이 그리워지는 것은 웬일일까?
정, 그 따사로운 정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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