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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이야기/신팔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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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용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67회 작성일 18-02-03 0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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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이야기

신팔복

할머니의 이야기는 정말 흥미진진했다.
해님과 달님이 된 오누이의 이야기를 들으면 가슴이 오싹했다.
해 저문 저녁에 일을 마치고 고갯길을 넘어오는 어머니가 호랑이를 만났다.
호랑이는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하며, 보자기의 떡을
다 빼앗아 먹고 나서, 어머니까지 잡아먹은 호랑이가 끝내 집으로 찾아와
어머니의 목소리를 흉내내며 방문을 잡아당길 때는 덜컹 겁을 먹었다.

장화와 홍련, 콩쥐와 팥쥐, 장끼전 등을 할머니가 들려주셨다.
해줄 이야기가 없을 때는 이야기를 좋아하면 가난하게 산다고 하시며
해주지 않았다.
자꾸만 조르는 손자에게 삼을 삼으며 새로운 이야기를 해주셨다.
생각이 이어지지 않을 때는 말꼬리를 길게 했고, 또 연신 방문의
작은 유리창으로 마당을 내다보셨다.
삼을 잇듯 생각을 짜내어 이야기를 풀어내셨다.

옛날 옛날 먼 옛날, 깊은 산골 어느 초가집에 홀어머니와
어린 두 형제가 살았었다.
집이 하도 가난해서 어머니가 남의 집 품팔이를 해서 먹고살았다.
어느 날은 대사 집에 가서 일하고 오면서 부꾸미 한 장을 얻어왔다.
형에게 주면서 동생이 들어오면 나누어 먹으라 했다.
형은 배가 고파 혼자 먹고 싶은 욕심이 생겨 어머니 몰래 뒷산으로 올라갔다.
하늘은 맑고 바람도 훈훈했다.
바위에 앉아 입가에 미소를 띠며 부꾸미를 쌌던 종이를 펼치는 순간,
하늘을 날던 솔개가 느닷없이 내려와 부꾸미를 채갔다.
이 기막힌 상황에 부닥친 형은 어머니의 말을 안 듣고 동생을
속이려 했던 것이 무척 후회되었다.
잘못을 뉘우치며 집에 들어와 어머니께 용서를 빌었다.
어머니는 네 배가 고프면 동생 배도 고프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타일렀다.
그 뒤부터 크게 반성한 형은 동생을 아꼈고, 동생은 형을 잘 따르며
우애가 돈독한 형제가 되었다는 이야기 같았다.

살아오면서 겪은 또 다른 이야기도 들었다.
일제치하에서 나락을 모두 공출하고 콩깻묵이나 피로 밥을 지어먹으며
보릿고개를 넘었다.
가난이 몸에 밴 할머니의 인생관이 담긴 형제 사랑의 이야기였다.
콩 한 쪽도 나눠 먹어야 한다는 소중한 교훈이다.
화롯불에 고구마를 구워 먹으며 들었던 이야기들은 앞뒤
모순이 따르기도 하지만, 모두 잘 먹고 잘살았다는 것으로 끝마무리가 되었다.
이야기에 희망의 끈을 달아 주었다.

가족이 한 집에 모여 살던 옛날에, 어른들은 효도와 우애를
자녀들에게 가르쳤고, 국가에 충성하고 사회 규범을 잘 지키며
훌륭한 사람이 되라고 가르쳤다.
그래서 구전되는 여러 이야기를 해주어 자녀들에게 반면교사로 삼게 했다.
선을 따르고 악을 경계하는 내용이었다.
또한, 양심과 인륜이 지켜지는 사회를 지향한 것이다.
밥상머리 교육이나 긴긴밤 온돌방의 이야기는 우리네 부모들이
자식들을 올바르게 키우려는 사랑이었다.

오늘날은 이야기책도 많고 어린이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넘친다.
하지만 어린이들이 흥미로 보는 텔레비전은 머리에 남는 게 별로 없다.
한 권의 동화를 부모가 읽어주면 감수성이 좋은 시기의 자녀들에게
긍정적 사고를 키워 준다.
자녀교육의 첫 번째 선생은 부모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알고 있어도 쉽게 이야기해 주지 못하는 현실이다.
쉴 새 없이 돈벌이에 매달려야 하는 부모와 이것저것 바쁘게 학원으로
내몰려야 하는 자식 사이에 이야기를 주고받을 시간이 없다.
따로국밥이듯 살아가는 생활이 되고 있다.

모두 문명의 이기에 빠져 위만 보고 바쁘게 살아간다.
냉장고에 가득한 음식, 부르면 달려갈 자가용, 어디서나 연락할 수 있는
스마트 폰이 우리의 생활을 편리하게 만들어 주고 있어 좋은 세상이 됐다.
이에 걸맞은 정신적, 정서적 삶의 질도 높아졌으면 좋겠다.
감동적인 한 줄의 명구는 책 한 권의 담론서보다 낫다고 한다.
감명 깊은 이야기 한 편은 평생토록 가슴에 남는다.
자녀들의 삶에 이정표가 될 우리의 이야기를 해볼 일이다.
나도 지난날의 내 삶과 우리 집안의 전통을 할머니의 이야기처럼
손자들에게 들려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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