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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택호(宅號) /신팔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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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용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04회 작성일 18-03-17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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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택호(宅號)

신팔복

우리 동네는 택호가 거의 없었다.
그냥 큰애 이름을 불러 호칭했다.
내 어머니의 택호를 쓴다면 단양리 댁이다.
어머니는 단양리에서 사양동으로 시집 온 유일한 분이기 때문이다.
내가 결혼해서 진안군 마령면 모사실 처가에 가니
그곳은 택호를 사용하고 있었다.

내 장모님의 이름은 이봉남이고 택호는 영광 댁이다.
출생지는 진안군 부귀면 거석리다.
왜정 때 전주사범학교 심상과를 1기로 졸업한 장인어른 이일수와 결혼했고,
장인이 맨 처음 전남 영광으로 발령받아 그곳에서 살았기 때문에
얻어진 택호다.
그 뒤로 교장 댁, 교육장 댁으로 불리게 되었다.
작은 키에 말수가 적었고. 알뜰한 살림솜씨로 내조를 잘 하셨다.
그 시절 부잣집에서 태어나 초등학교를 졸업했어도 남에게 아는 체하지 않고
항상 겸손하셨다.
아들 셋에 딸 셋을 낳아 잘 기르셨고, 가족과 사위 사랑이 깊었다.
처 작은어머님은 북천 댁이었고, 큰고모님은 상전면으로 시집을 가셨다가
가족이 다시 친정 동네로 이사를 와서 살게 되어 이동 댁이다.
안동 댁, 수무지 댁, 용담 할머니 댁 등이 가까운 집안이었다.

택호는 남녀가 혼인하게 되면 아이들이 어른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는 것을 막기 위해 지어주는 전래 풍속이었다.
한 마을에 사는 이웃들과 변별력을 주어 혼돈을 피하는 택호는
이름 대신에 부르는 별칭이다.
보통 여자의 출신지 이름에 댁을 붙여서 만들며 관직이나 당호(堂號)를
붙여 쓰기도 했다.
기록에 의하면 택호는 집안의 어른들이 모여 지어주거나, 학식이 있는 분에
의뢰해 짓기도 했고, 남편의 친구들이 모여 지어주기도 했다.
택호를 받으면 술과 음식으로 대접하는 것이 관례였다.
남편은 여자의 택호를 따르게 되었다.
이 또한 남편이 형제와 구별하기 쉽게 하려는 뜻이었다.
그렇게 보면 사양동으로 시집 온 내 처는 마령 댁이 되고
나는 마령 양반이 된다.
그렇지만 내 처가 친정에 가면 사양동 신 서방네(신실)가 된다.
나는 사양동 신 서방이다.

택호는 촌수에 따라서 호칭이 변한다.
동기간에는 영광 댁, 영광 새댁, 영광 형님 등이고, 숙질간에는
영광 아주머니, 조손간에는 영광 할머니로 부른다.
직함에 따라 부인(夫人)은 생원 댁, 현감 마님 등으로 부르고,
남자는 부사 양반, 판서 영감 등이다.
당호는 그 집 이름을 말하는 고유명사이므로 당호를 쓰면 변별력이
좋은 택호가 된다.
긴요하게 쓰였던 택호는 좋은 뜻을 심어 지어주고 뜻과 같이 좋은
세상을 살라는 조상들의 염원이 담긴 별칭이었다.

택호도 시대가 변해서 쓰지 않는 망태기처럼 사라지고 있다.
농업사회에 잘 맞던 택호는 산업사회의 핵가족 시대에 필요한
호적 이름에 밀려나고 있다.
작은 마을에서 좀 더 활동 범위를 넓혀 큰 범위로 이어가면 택호가
무수히 겹치게 되어 변별력을 잃는다.
또한 그 사람의 성품이나 인격을 고스란히 나타내기도 어렵다.
그래서 오늘날 택호보다는 실명을 더 많이 쓰게 되는 것이다.

가부장제의 권위시대에 가려졌던 여성들의 이름이 당당하게
튀어나오고 있다.
현대 생활의 폭을 넓혀가면서 누구의 아내나 누구의 댁으로 살기보다는
자신의 이름으로 살아가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남녀 평등시대에 자기 이름으로 사는 게 훨씬 인격적이라 생각된다.
학자, 경제인, 체육인, 정치인 등 수 많은 여성들이 사회의 일원으로
자리매김하며 국가와 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우리나라에서 세계적으로 이름난 여성이 더 많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농업사회가 산업사회로 바뀌고 전통사회의 삶의 방식이 점점 사라지면서
택호도 그 전승이 약화되고 있다.
변화하는 사회를 막을 수는 없지만, 그 옛날 가족과 친척이 한 마을에 살며
정겹게 부르던 택호가 아직도 내 마음 한 편에 빛 바랜 사진처럼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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