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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기다림인가/윤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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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용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55회 작성일 18-03-21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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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기다림인가

윤재석

핸드폰에 문자가 왔다. 무슨 내용인가 열어 보니
‘내일이 윤 선생님 순환기내과 검진예약 날짜’라는 내용이다.
나는 고혈압으로 시내 0 병원에서 3개월을 주기로 진찰을 받고
약을 복용한다.
6개월이 되면 정기 검진을 받는다. 가슴사진, 채혈 검사, 심전도,
초음파 검사 등으로 심장의 상태를 진찰 받는다.
검사를 받기 위해 전 날 금식을 해야 한다.
검사에 차질이 없도록 준비하라는 것이다.

석 달 전 일이지만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다.
병원에 들어서서 부터는 하나 하나가 모두 기다려야 했다.
기다림이 무엇인지 몰랐다.
그저 내게 다가오는 시간인 줄 알았다.
채혈 실에서 번호표를 뽑아, 채혈을 하는 순간까지 기다려야 한다.
소변을 받는데도 기다림이 필요하다.
이제는 심부전 검사실이나, 초음파 검사실에서도 기다린다.

간호사가 내어준 검진복을 입고 앞의 검진 자가 검진을 마칠 때까지 기다린다.
의사의 명에 따라 옆으로 눕고, 팔을 올려 찍고 반듯하게 누워서도 촬영한다.
의사의 손길은 바쁘다.
컴퓨터의 마우스 같은 물체를 가슴에 대고 이리저리 자리를 바꿔가며 문지른다.
어느 곳에서는 잠깐 멈추고 찰칵하고 찍는다.
이번에는 배 쪽에서도 같은 방법이다.
마치고 나더니 가슴부터 목 줄기를 쭉 따라 올라 가면서
이리저리 샅샅이 살펴본다.
내 몸을 맡기고 가만히 기다릴 뿐이다.
촬영을 하는 순간 조금은 긴장이 되었다.
혹시 이상한 부분이 있다고 의사가 말할까 하는 마음에서다.
한참 뒤에 나의 검진은 끝났다.

내가 기다렸듯이 내 뒷사람들도 기다렸을 것이다.
결과는 예약한 진료실에서 보란다.
예약실 앞에서 기다렸다. 나뿐만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어디가 어떻게 아파서 왔을까.
저 사람들도 나처럼 기다렸을 것이다.
나는 예약실 앞에서 기다리면서 사람의 삶이 기다림이란 것을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사람은 세상에 태어나려 어머니 뱃속에서 열 달을 기다린다.
그 이전 어머니와 아버지의 만남도 기다려야 했다.
그러니 열 달이 아니라 몇 10년이 넘는 기다림이다.
그 위로 거슬러 올라간다면 헤아릴 수 없는 기다림이다.
사람들은 이토록 긴 기다림 속에서 살아 왔음에도 때로는 조금만
기다려도 짜증을 내고 성화다.
기다림은 인내와 수양이 필요한 듯하다.

사람은 기다림 속에서 살아간다.
어릴 때는 부모님의 보살핌 속에서 자란다.
나이가 들면 초등학교, 중고등학교, 대학교를 거쳐야 한다.
학교생활도 입학에서 졸업까지 많은 세월의 기다림 속에서 이루어진다.
학교를 마치면 다시 자기 일을 찾아 시회로 진출하게 된다.
사회생활 속에서 사회인으로 성장하는 것도 기다림이다.
성장을 위한 인내와 노력도 기다림이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것이 기다림의 세월이다.
벗과의 만남, 남녀의 만남, 직장 동료와의 만남, 모두가 기다림에서 온 결과다.
모두가 많은 기다림에서 이루어진다.
만나기로 약속한 시간은 마음이 설레고, 더디 가는 시간이 조금은
원망스럽고 조급하기도 하나 기다리면 만나게 된다.

군대에서는 제대날짜가 가장 기다려진다.
군대의 병영생활은 참으로 긴 인내와 기다림이다.
병영생활은 보이지 않는 울타리 안에서의 생활이다.
신성한 국토방위의 임무라기보다는 남자로서 거처야만 할 과정이다.
나의 31개월 군대생활은 길었다.
하루가 이틀 되고, 한 해가 두 해 되더니 제대날짜가 다가왔다.
군대생활을 한 사람은 누구나 제대날짜를 기다렸을 것이다.
1년보다는 한 달이 더 기다려졌고, 한 달보다는 하루가 더 기다려졌다.
제대라는 기쁨도 기다림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나무는 잎을 피우기 위해 긴긴 겨울을 지내면서 봄을 기다린다.
여름이 되면 산의 나무는 잎이 무성하고 꽃을 피운다.
가을이 되면 모든 산은 붉은 잎으로 치장을 하고 들판은 수확을
기다리는 곡식이 넘실댄다.
겨울이 오면 나무는 추운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말없이 서 있다.
눈이 내리면 소복이 맞는다. 기다림 속에서 이루어진 일이다.

사람은 인생을 설계하면서 계획을 세운다.
청년기에는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지식과 교양을 넓히고 쌓아서
살아가는 양식으로 삼는다.
장년이 되면 성숙한 사람으로 자신에 대한 책임을 져야 된다.
가족을 건사해야 하는 책임도 따른다.
노년은 인생을 마무리짓는 때다.
이순(耳順)의 지혜로 지내는 일이 으뜸일 것이다.
기다림에서 이루어지는 일이라 생각한다.

삶은 기다림이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닌 듯하다.
기다림은 인내와 수양에서 얻어야 할 지혜일 것이다.
기다림은 인간의 삶 속에서 끊임없이 이루어진다.
수용과 긍정의 마음이 없다면 기다림은 짜증이요 불만 덩어리일 것이다.
기다림에 익숙하다면 서두르지 않을 것이다.
농부는 봄에 씨앗을 뿌리고 수확할 가을까지 기다린다.
어버이는 자식의 성장을 기다린다.
사랑을 약속한 연인은 만나기 위해 기다린다.
삶과 죽음도 기다림이다.
기다림이 있어 희망이 있고, 미래도 있다.
기다림 속에는 만남과 이별이 있고, 희로애락喜怒哀樂이 있다.
기다림 속에서 즐거움을 찾으면 내 마음은 한편 더 너그러워질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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