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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이 오면/윤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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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용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03회 작성일 18-03-27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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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이 오면

윤재석

초하루부터 비가 내린다.
산야의 풀과 나무들은 가뭄의 단비를 만났으니 마냥 반가울 것이다.
아침에 옥상으로 올라갔다.
시원한 공기가 가슴속으로 깊이 스며들었다.
가까운 기린봉과 멀리 보이는 모악산엔 안개구름이 자욱이 펼쳐져 있었다.
먼 산의 안개 속에서 고향의 모습이 아련히 떠올랐다.
싱그러운 4월을 맞아 나를 뒤돌아보고도 싶었다.

옥상에 올라오니 4월의 봄 풍경이 내 앞에 펼쳐져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윗집 매화는 물기를 머금고 흐드러지게 피었다.
아랫집 담장을 이루고 있는 대나무는 비에 젖어 힘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건넛집 나무에서는 새들이 지저귀고 있었다.
찍찍거리고 쩍쩍하면서 중구난방이다. 그래도 싫지는 않다.

남녘으로부터 올라오는 꽃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아마 그곳에는 활짝 꽃을 피웠으리라.
남녘의 풍경과 꽃 소식을 빠짐없이 듣고 싶다.
이곳의 벚꽃은 며칠 지나야 피어날 것이다.
우리 집 분재의 벚꽃도 꽃망울을 맺고 있다.
조금만 기다리면 집에서 벚꽃을 구경할 것 같다.

옥상에 몇 개의 스티로폼 텃밭에는 부추가 새파랗다.
작년 늦가을에 뿌려 놓은 상추는 제법 커서 조금만 기다리면
좋은 찬거리가 될 듯하다.
봄이 오면 아내가 정성 들여 가꾸는 우리 집 채소 마당이다.
밑거름으로 깻묵이 좋다며 미리 방앗간에서 사온다.
퇴비 만드는 비법으로 아내는 비닐 포대에 발효시켜 둔다.
봄이면 일찍이 채소밭에 뿌려준다.
4월이면 되풀이하는 아내의 일거리다.
풀을 뽑고 물을 주는 모습을 보면, 아내의 채소를 가꾸는 모습이
농부 같아 보인다.

산에 나무들도 오늘의 비를 맞고 한결 바빠질 것이다.
메말랐던 뿌리와 가지에 영양제 같은 비가 왔으니 얼마나 신바람이 날까?
나뭇가지마다 생기가 넘치고 잎은 파랗게 피어날 것이다.
길가의 잡초가 비에 젖어 한 뼘은 자란 듯하다.
오늘 이 비가 개고 나면 따스한 봄볕이 자연을 깨워 줄 것이다.
4월이 오면 내 고향 농촌은 몹시 바빠진다.

4월이 오면 농촌은 미리 논을 갈아 놓는다.
나는 지게에 쟁기를 지고 아버지는 소를 몰고 논으로 나간다.
논배미 귀퉁이는 전날 삽으로 파서 논 갈기 편하게 해 놓는다.
아버지가 논에서 쟁기질을 하면 어머니는 새참을 가지고 논으로 나오신다.
이랴 저랴, 농부의 소모는 목소리는 쩌렁쩌렁 울려 골짜기로 퍼져 나간다.
논갈이가 끝나면 소 주인집으로 쟁기를 가져다주던 일이 생각난다.

일손이 바빠진 농촌에서는 겨우내 외양간에 매어 놓았던 소를 몰고
밭갈이를 서두른다.
아직은 길이 덜 들어서인지 앞에서 소 코뚜레에 새끼줄을 매고
아내가 이끌고 다닌다.
길이 들지 않은 소의 밭갈이도 바쁜데, 강아지조차 쟁기 옆에서 이리 갔다
저리 갔다 밭갈이를 방해한다.
한 손에 고삐를 잡고 다른 손에 나뭇가지로 쥐고 강아지를 쫓는다.
그래도 강아지는 봄날의 햇빛이 마냥 좋은지 쟁기 옆을 떠나려 하지 않는다.
4월에 볼 수 있는 농촌 풍경이다.

보리밭에는 바람이 살랑거리고 일찍이 밟아준 파란 보리가 고랑을
꽉 메우고 있다.
보리농사는 풍년이 되리라는 생각이 든다.
보리 잎이 한 뼘 두 뼘 자라면 살랑살랑 부는 바람에 청보리 물결이 일어난다.
보리는 우리의 주식으로 재배되었다.
보릿고개란 말이 있었다.
보리가 익기 전에 양식이 떨어져 배고픈 시기를 말한다.
이때를 춘궁기라 하여 정부에서 양식을 빌려주고 가을 농사를 지어
보리 값을 갚는다.
지금은 먹을거리가 많아 살이 쪘다고 야단들이다.
살을 빼야 한다는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지나치면 부족함만 못하다는 말이 있다.
아무리 좋아도 넘치면 해가 되고 병이 생긴다.

4월이 오면 봄나물 캐는 처녀들의 모습이 아지랑이 속에서 아른거린다.
따뜻한 봄볕이 아가씨들을 밖으로 유혹했나 보다.
가르마는 반듯하고 머리는 동백기름을 발라서인지 햇빛에 더욱 윤기가 난다.
빨강 댕기는 젊은 총각들을 유혹하고 남음이 있다.
하얀 저고리에 검정치마를 입고 붉은 댕기 머리는 치렁치렁 등 뒤
저고리를 타고 내려와 엉덩이에 머물러 땅을 스칠 듯 말 듯 한다.

나물바구니는 쑥이며 냉이, 달래 등으로 넘친다.
봄바람에 홀린 처녀들의 이야기가 무엇이었을까.
어떤 총각을 만나야 행복할까, 서로의 속내를 말하며 킥킥 웃다가
옆구리를 쿡쿡 찌르며 간드러지게 웃던 모습을 다시 볼 수 없어 아쉽다.
처녀들은 모처럼의 나들이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꽃을 피웠으리라.
그때의 예쁘던 그 아가씨들이 지금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옛날의 고향 풍경들이 그립다.

농촌의 4월은 바쁘다.
풍년농사를 지으려면 방죽에 물을 많이 가두어 두어야 한다.
시냇물 가두는 보도 손질해야 하고 겨우내 얼어서 허물어진
둑은 다시 쌓아야 한다.
여름철 홍수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마을 사람들이 모여서 하루나 이틀 동안 괭이나 삽으로 물길을 손질해
두는 것은 농부들의 풍년마지 준비다.

4월이 오면 무겁고 칙칙하던 옷도 가볍고 밝은 색으로 갈아입는다.
봄나들이를 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한결 화사하다.
목에 두르던 머플러도 벗고, 얇은 천으로 된 가벼운 옷으로 바뀐다.
계절에 관심이 많은 여자의 블라우스나 스커트가 봄바람에 살랑거리며
발걸음이 가볍다.
아가씨들은 각선미를 자랑할 기회라 여긴 듯 하얀 종아리를 내놓고 다닌다.
세상이 많이도 변하여 종아리가 나오는 것은 예사가 되어 버렸다.

4월이 오면 나도 일거리가 생긴다. 거실의 난과 꽃나무를 밖으로 옮겨야 한다.
한 해에 두 번은 이사를 하는데 가을이면 겨울에 얼까 걱정되고,
봄이면 햇살을 받고 튼튼하게 자라라고 이사를 한다.
나도 일거리를 찾아 열심히 땀을 흘려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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