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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문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05회 작성일 18-06-30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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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세환 -

 

 

소년은 졸린 눈을 비비며 하품을 하면서도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지금이 새벽인지 아침인지 저녁인지 소년은 모른다.

너는 왜 그 모양이냐?”

소년은 엄마가 하는 잔소리를 피해서 게임 속으로 도망 왔다.

아이고 자식. 하는 꼬락서니하고는......”

소년은 아버지의 구박을 피해서 게임 속에 숨었다.

소년의 부모는 늘 바쁘다. ... ... ... ... ... ...... 이 두 가지를 숭배하는 독실한 종교인이라 소년을 챙길 여유가 없다. 그들에게는 성적표에 적힌 점수가 몇 점이냐가 중요할 뿐 소년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고민을 하는지 꿈이 뭔지 그딴 것은 애초부터 관심이 없다. 아침 일찍 출근하는 두 사람은 모르고 있다. 소년이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시작한 게임을 지금까지 쉬지 않고 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른다. 어련히 학원을 다녀 왔으려니 어련히 혼자 밥을 챙겨 먹었으려니 짐작만 할 뿐이다. 그 과정을 거치고 나서 컴퓨터를 조금 늦게 시작하는가 보다고 여기리라.

그렇다고 달려와서 전원을 끄지도 않는다. 소년은 그 이유를 잘 알고 있다. 왜냐하면 그들은 내일 다시 일과 돈을 숭배하러 가야하니까. 그러기 위해서는 소년의 몫까지 함께 잠을 자야한다. 그렇게 곯아떨어져 있다.

다 너를 위해 이렇게 고생하는 거야.”

소년은 혼자 코웃음 친다. 소년이 원하는 것은 일도 돈도 아닌데 괜히 그 핑계를 댄다. 사실 소년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 일과 돈임을 그들은 알지 못한다. 그들이 좋아하고 숭배하는 것이 당연히 아들도 좋아한다고 굳게 믿는 모양이다.

그렇다고 말이라도 곱게 하면 소년은 이렇게까지 그들을 피해 도망치거나 숨지는 않을 것이다.

공부 좀 해라!”

성적표는 나왔냐?”

옆집 아들은 공부를 잘 한다는데 넌 누굴 닮아서 그 모양이냐?”

누굴 닮아서 그런지 정말 모르는 것일까? 푸힛. 소년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두 사람의 귀는 그 소리도 듣지 못한다. 꽉꽉 막혀서 들어갈 틈이 없다.

그래서 우연히 친구가 게임 속으로 도망가는 것을 보고 소년도 함께 들어온 것이다. 그 친구도 아마 비슷한 처지일거라 여기며 동지애를 발휘해 함께 칼을 들고 괴물들을 찌르고 죽이며 좀 더 강해지려고 발버둥치고 있다. 어쩌면 화면 속의 괴물들이 소년과 그 친구의 스트레스를 풀어주기 위해 수없이 시뻘건 피를 뚝뚝 흘리며 죽어나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소년이 두려워하는 것은 따로 있다. 그것은 바로 휴일이다. 부모가 쉬는 날. 소년은 그날 부모의 전투를 본다. 공격과 방어를 하며 벌어지는 전투.

당신. 술 좀 그만 마셔요. 무슨 남자가 술도 조절을 못해요?”

뭐야? 내가 마시고 싶어서 마시나 다 우리가족을 위해 마시지?”

두 사람의 전쟁이 시작되면 소년은 한 구석에서 어서 빨리 전쟁터를 벗어나야한다는 절박함이 밀려온다. 그리곤 전쟁 당사자들에게 한 마디 한다.

나 친구 집에 갔다 올게.”

두 사람은 서로에게 공격을 하느라 관심도 없다. 사실은 소년이 하는 말이 이런 말인데.

나 전쟁이 끝날 때까지 피신하고 올게.”

그들이 이 말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다면 평소에 게임 속으로 피하지도 않았을 텐데 그들은 전혀 알지 못한다.

한숨을 쉬며 PC방으로 향한다. 게임 속에 소년의 친구들이 있으니 친구 집에 간다는 말은 어쩌면 거짓말이 아닐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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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달리 소년의 캐릭터는 강하고 힘이 세다. 그 누구와 싸워도 쉽게 쓰러지지 않는다. 그 캐릭터는 현실의 서러움을 모두 모아 정성껏 키운 또 다른 소년의 모습이다. 어떤 괴물도 한 방에 죽여 버릴 수 있는 큰 칼을 차고 있는 소년.

칼을 들고 다시 마을 밖으로 나간다.

... ...

픽픽 쓰러지는 괴물들. 수없이 많은 괴물들을 잔인하게 죽이고 난도질하면서도 소년은 죄책감이 없다. 약자를 짖밟아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어른들의 질서를 이미 아는 것일까? 아니면 소년 뿐 아니라 수많은 다른 캐릭터들이 그렇게 하니까 당연히 죽여야 한다고 믿는 것인가?

여하튼 소년은 괴물들이 지니고 있을지 모를 좋은 무기를 빼앗기 위해 칼질을 멈추지 않는다.

죽어라. 아자. 죽어라.”

소년은 입으로 외치며 결국 누군가를 죽이는 쾌감을 느낀다.

강해지기 위해서는 남들의 고통은 상관없다는 어른들의 진리를 분명 아는 것 같다. 아니면 열심히 배우고 익히는지도 모른다.

그러다가 좋은 칼 하나가 툭 떨어지기라도 하면 소년은 행복해 한다. 얼굴에 행복이 주렁주렁 걸려서 이렇게 외친다.

아자. 드디어 화룡도를 얻었구나. 하하하. 다 죽었어.”

더 많이 죽일 수 있고 더 빨리 죽일 수 있는 무기가 생겼다고 신났다. 그것으로 더 빨리 랩업을 할 수 있다고 좋아한다. 분명하다. 소년은 약자를 더 많이 더 빨리 짖밟아야 좀더 빠르게 성공하고 높은 자리를 차지한다는 어른들만의 숨은 진리를 아는 것이다.

그리고 소년은 시계를 본다. 저녁 9.

어느새 시간은 총알같이 흘렀다. 청춘의 귀한 시간을 보람되게 훌쩍 보내고 조용히 일어나 집으로 향한다.

딩동!

왜 이렇게 늦게 와! 밥은 먹었냐?”

소년은 고개를 끄덕인다. 전투가 끝난 것 같은데 엄마의 목소리가 앙칼지다. 아마도 오늘은 엄마가 졌나보다고 소년은 생각한다.

엄마는 알까? 소년이 더 빨리 성공하기 위해 더 빨리 죽일 수 있고 더 많이 죽일 수 있는 그 귀한 화룡도를 얻었다는 그 축복할 일을.

소년은 TV를 보는 아버지 옆에 앉는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소년에게 관심을 보이며 말을 걸어주기를 바라며 말이다. 드디어 아빠가 소년을 한 번 흘낏 보더니 관심을 보인다.

어서 네 방 가서 자!”

철컥. 소년의 기대가 무너지고 말았다. 늘 그렇듯 소년은 짧은 한숨을 내쉬며 방으로 쫒겨난다. 소년은 할 말이 많았는데 부모라는 사람은 뉴스에는 관심을 가지고 성적에는 관심을 가지면서도 소년의 생각과 마음에는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나보다.

소년은 외톨이다. 아니다. 친구가 하나 있다. 게임. 게임 속에서만은 소년은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낀다. 캐릭터들끼리 무기 이야기도 하고 능력치 이야기도 나누며 사이버 우정을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소년은 다시 전원을 켠다. 화룡도를 휘두르기 위해.

 

학교에서도 대부분의 친구들은 성적이 바닥인 소년에게 별 관심이 없다. 왜 소년이 성적이 나빠졌는지 왜 게임을 하게 되었는지 말 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학교에서 유일하게 소년에게 관심을 주는 사람은 단 한 사람 뿐이다. 바로 선생님.

너 때문에 우리 반이 꼴찌다. 꼴찌. 에휴! 손 내.”

타닥타닥. 맞으면서도 소년은 기분이 좋았다. 원인이야 어찌 되었건 학교에서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소년은 좋았다. 그래서 소년은 그 자리에 잠시 서서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왜 그러니? 무슨 고민이라도 있어?”

소년은 선생님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길 바라며 선생님에게 여린 미소를 던진다.

그러자 선생님이 다정하게 말한다.

어서 들어가!”

소년은 또다시 한숨을 쉬며 자리에 들어간다. 수업이 진행되었지만 소년은 맨 뒷자리에 앉아서 연거푸 한숨만 내쉬고 있다.

그리고 말없이 그대로 엎드려 버렸다. 잠을 자려고 누웠지만 잠이 안온다. 선생님도 차라리 자라는 듯 관심도 없다.

소년의 눈에서 눈물 한 방울이 또르르 흘러내린다.

로그인을 꿈꾸며 소년의 어깨가 들썩인다.

하늘에서 비가 오려는지 먹구름들이 하나 둘 모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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