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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최마하연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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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최마하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47회 작성일 18-08-26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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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나이다 비나이다

우리님아 돌아오오 ~"

 

 

다시 노랠 부르는데 소파 옆 바둑판 위에 빈 박카스 병 두 개가 눈에 들어온다. 간주 중에 그것들도 쓰레기통에 넣었다. 헌데, 버리면서 보니 병속에 박카스가 아주 조금 남은 듯싶어 다시 꺼내 뚜껑을 세게 조였다.

 

왔네 왔네 이런 날이 왔네 좋은 날이 왔구나

참고 살길 잘했지 열심히 살길 잘했지 ~"

 

오늘따라 에어컨 옆에 걸려있는 그 사람의 사진 앞에 자주 가서 서게 된다. 염색을 한 것일까.. 아님, 원래 흰머리가 전혀 나지 않은 것일까.. 주름도 많이 없고 머리는 온통 까맣다. 피부도 뽀얗다. 요리조리 뜯어보며 미소 한번 짓고.. 또 가서 한참 있다가 다시 또 가서 한참을 바라본다. 벽시계는 며칠 전부터 터벅거리더니 오늘은 더 지쳐보인다.

 

왔네 왔네 이런 날이 왔네 좋은 날이 왔구나

참고 살길 잘했지 열심히 살길 잘했지 ~"

 

그 사람이 공연을 가서 연습을 평소보다 더 많이 할 수 있어 좋다. 하지만 아주 좋은 것만은 아니다. 그 사람이 주로 앉는 자리의 소파 팔걸이에 내가 가서 앉는 횟수가 잦다. 평소보다 마이크를 좀 더 입 가까이 대고 불러본다. 두 손으로 마이크를 꼭 감싸 쥔 채 오래도록 그렇게 했다.

 

여보, 여보 있잖아요 재잘대는 마누라

아빠, 아빠 게임해요 조르는 아이

K사 반주기 바로 옆 보면대 위엔 그 사람이 연습하던 페이지가 늘 펼쳐져 있다.

불러본 적 물론 없지만 가사가 맘에 꼭 든다.

창으로 들어오는 빛이 아직 조금 남아있을 무렵 연습실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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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816일 일요일

 

태양이 뜨겁다. 걸음이 바쁘다. 발걸음이 가볍다.

어젠 그 사람이 온종일 연습실에 있는다 해서 오지 못했다. 하지만 오늘은 오후 내내 내가 써도 된다했다. 가슴이 설렌다. 연습실로 향하는 내 가슴이 늘 처음처럼 설렌다.

 

"좋은 남자 만나서 팔자 한번 펴보자

이리재고 저리재고 이것저것 따져보고 ~"

 

이젠 그 사람을 볼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아주아주 못 보기야 하겠는가마는 내가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은 2시까지이고 그 사람은 2시 반 이후에나 온다 했으니 만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을 처음 그 사람에게 전해 들었을 때 ‘2시까지만 하면 되죠?’ 라고 아무렇지 않은 듯 물었지만 정말 그런 것은 아니었다. 토요일과 일요일은 변동이 있을 수 있으니 그 사람의 스케줄을 따로 물어야 한단다. 다행이다.

 

그 얼마나 기다렸던가 당신 같은 사람 만나길

거센 바람 휘몰아쳐도 두 손 잡고 살아봅시다 ~"

 

세 개나 되는 문을 열고 들어와야 하는 연습실.. 그 반대쪽에 위치한 내가 나다니는 쪽의 문은 하나지만 그 문을 열고 들어와 대여섯 발자국 걸으면 또 다시 두꺼운 커튼이 쳐져 있고 그 커튼은 다른 네 개의 문처럼 늘 닫혀있다. 연습실 안에 나 있는 세 개의 창문도 언제나 닫혀있고 그 중, 옥상에서 내다보이는 창문은 다른 두 개의 창문과 달리 커튼마저도 늘 가리워져 있다. 한 번도 걷혀있는 것을 본 적이 없다. 그래도 괜찮다. 어디로 공기가 통하나 싶을 정도지만 그래도 괜찮다. 아니, 그래서 더욱 좋다.

 

당신이 몰라서 그래 내 나이 되 봐

어디라도 훌쩍 떠나고 싶지만 ~"

 

목이 메어온다. 눈물이 흐른다.

! !”

몇 번을 그렇게 목을 가다듬었다가 눈물을 훔쳤다가 하는데 책상 옆 작은 수납장 위에 캔 커피 두 개가 눈에 들어온다. 빈 것이다. 그것들을 쓰레기통에 넣으려는데 쓰레기통 뚜껑에 커피인듯한 얼룩이 묻어있다. 이미 굳은 것들이다. 화장지 두 장을 뽑아 물을 조금 쏟아 적신 후 한참을 닦았다. 쓰레기 통 뚜껑이 환하다.

 

좋은 옷도 못 사주고 좋은 차도 못 태워주고

맘이라도 편하게 해줬어야 했는데 ~"

 

소파 테이블 아래 칸에 있는 얇은 책 몇 권이 조금 흐트러져 있어 간주 중에 네 귀퉁이를 가지런히 맞춰본다. 중요해보이진 않는다.

 

드라마 속 다이아반지 사줄 수는 없지만

맘이라도 편하게 해줬어야 했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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