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소설가
페이지 정보
작성자 박서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6건 조회 1,747회 작성일 15-07-25 02:40본문
나이가 들어서 과거의 나를 돌아다 보면,
당황스러울 만큼 어수룩하고 엉뚱하고
푸른빛의 순수함를 띄고 있다.
초등학교 때 선물로 받은 세계 소년소녀 문학
전집을 계기로 나는 책을 좋아하는 소녀가 되었다.
중학교에 들어가서는 이다음에 소설가가 되겠다는
욕심에 일주일 단위로 소설을 써서 반 친구들에게
돌려가며 읽히곤 했다.
그때 당시는 꾀나 소녀의 감성으로 내용을 구사해서
반의 친구들은 나름의 호기심으로, 다음 연재를 기다렸고,
그 반응에 신이 나서 무슨 대단한 작가나 된 듯이 으스대며
친구들에게 원고를 내밀고는 했다. 그러던 시절에는 책에
등장하는 여주인공처럼 나도 백혈병이나 폐병에 걸려 창백한
얼굴을 가지고 공주처럼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었다.
이런 무모한 생각만큼이나 나의 글도 지금 와서 보면 쓸데없기
그지없는 삼류소설임을 입증할 수 있는 것이 소설의 마지막엔
모든 주인공은 백혈병으로 순결하게 죽는 장면이 등장했었다.
아는 이가 보면 코웃음도 안 나올 글의 주제이고 무모하고 무식했던
시절의 이야기다. 지금과 달리 의학정보가 없던 시절의 이야기이니
애교로 넘길 수 있지만, 철이든 다음에 폐병이나 백혈병이 얼마나
무서운 병인지를 알고 나서는 더는 나의 글 속에는 두 병이 등장하지를
않았고, 소설을 쓰기 위해서는 자신의 경험과 방대한 자료와 정보력
등등 많은 것이 필요함을 알고서는 지레 포기한 지 오래되어버렸다.
소설은 허구라 하지만 백 퍼센트 허구만으로 이루어 질 수는 없는 것이다.
간혹 어느 작가의 질펀한 글을 읽다 보면, 그 사람의 글도 백 퍼센트 허구가
아니라고 생각을 한다. 그의 내면 어딘가에 숨어 있는 그의 자아가 살아
움직이며 만들어낸 이야기는 읽는 이를 숨막히게 만들기도 하니 말이다.
어느 정도 소설 쓰기를 포기하며 읽는 것에 치중을 하며 살아왔는데도
간혹 저 가슴 밑바닥에서 꿈틀거리는 철없던 시절의 이루지 못한 찌꺼기들이
휘 재끼듯 일어나 오르곤 한다. 이럴 때는 어김없이 입꼬리가 올라가며
웃음이 나온다. 그래도 이런 기억들이 모여 팍팍한 현실을 살아가는 데 있어
비타민 역할을 톡톡히 해 주니 감사할 일이다.
댓글목록
石木님의 댓글
石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어린 소설가가 성장하면 어른 소설가가 되는 것인데
철이 드신 이후에는 작품활동을 안 하셨고, 그려면서도 지금도 가끔
가슴 밑바닥에서 꿈틀거리던 것들의 찌꺼기들이 일어나고 있는 현상은
'내면의 소설가'가 아직 집필 중이신 증거인 듯합니다.
그 소중한 에너지를 비타민 복용 정도로 끝내지 마시고
우선 이 '시마을' 공간에서라도 종종 표면화시켜 보시지요.
분야는 다르더라도 누구나 비슷한 꿈틀거림을 쓰다듬으며 연륜을 쌓아가고 있을 겁니다.
물론 저도 그러합니다. 글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박서아님의 댓글
박서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石木님~
따뜻한 격려 감사합니다~!!
그 격려에 힘입어 언젠가 용기를 내어 보겠습니다~!!^^
몽진2님의 댓글
몽진2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미 훌륭한 글을 쓰고 계십니다.
수필을 쓰시면서 서서히
꿈에 그리던 소설을 써 보시지요.
저도 수필가 이지만
요즘은 시조에 미쳐 시조방에 올리고 있습니다.
늦지 않았습니다.
박서아님의 분발을 기대합니다.
홧팅!!
박서아님의 댓글
박서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몽진2님~
언제나 이렇게 힘찬 격려를 아끼지 않으시니
감사할 따름 입니다. 전에 올리신 글에서 근간
시조에 빠지셨단 글을 접했습니다. 훌륭하셔요~
옛선비의 고아한 정취가 느껴집니다!!
용담호님의 댓글
용담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박서아님 고운 글 속에서 <어린 소설가>를 통하여 본 내용
잊지 않으렵니다.박서아님의 귀중한 글을 보면서 제게 많은 위안이
되어주네요. 마치 다시 어린 소설가로 돌아가고 싶은 심정입니다.
나도 시와 수필을 써 보았지만 박서아님의 글을 보니 갑자기
눈시울이 뜨겁습니다.비록 내용이 길지도 짧지도 않지만 문장의 맥이
매우 좋습니다.박서아님 앞으로 좋은 소설가가 되도록 노력하세요
제가 힘 닿는데 까지 힘이 되어 드리겠습니다.그동안 사랑과 배려에 담긴
위로 고맙습니다.
박서아님의 댓글
박서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용담호 시인님~
애지중지 하던 글을 지우시고 상심이 크실텐데
이렇게 찾아오셔서 따뜻한 마음으로 격려해 주심을
감사 드립니다. 이렇듯 힘을 실어주고 가시니, 어린
소설가의 얼굴에 뿌듯한 미소가 번집니다~^^
행복한 한 주 되시어요!!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