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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연가 <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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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영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33회 작성일 19-01-01 04:05

본문

               

                                   애연가 / 김영채  

                            

                             

   스무 살이 될 무렵, 친구들은 거의 담배를 피웠다. 몸에서 담배 냄새가 풍기는 걸 성인이 되는 통과의례로 여겨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그래야 어른이 되는 양 친구들은 궐련을 피우기도 하고, 잎담배를 종이에 말아 피우며 진한 연기를 뿜어냈다. 나도 그들 속에 끼어 담배를 피웠다. 줄담배를 깊게 빨아 마신 후 연기를 길게 내뿜으며 젖어오는 자극에 매료되었다. 항시 친구들과 만나면 약속이나 한 듯이 가치담배를 나눠 피우면서, 가끔 연기를 입속에 흠뻑 마시고 입술을 약간 벌려 작은 원들이 빙글빙글 돌아 입속에서 계속 풍겨 나왔다. 재미 삼아 하는 연기 놀이였으나 쉽않았다. 그즈음 담배를 조선 시대 고어인담바고라고 다정한 친구처럼 불렀.   

  “헤이! 담바고 한 가치.” 부르면 담배 한 개비를 뽑아 주었다. 그에 대한 애착도 해를 거듭할수록 더해 갔다. 나의 벗담바고라고 아끼듯 자주 불렀다. 사회생활에서 인간관계뿐만 아니라 직장생활에서도 달갑지 않게 받은 스트레스, 갈등, 불만, 고통 이런 것들도 담배를 피우며, 참을 인 몇 번만 뇌리에 새기게 되면 길게 내뿜은 연기에 묻혀 사라져버렸.

   애연가들이 모이는 흡연실은 담배를 서로 권하고 라이터 불을 붙여주는 인간미가 넘치는 장소다. 담배라는 매개체로 이어지는 인간적인 예의였다. 이런 담배도 차도茶道처럼 예법을 갖춘 인간관계의 매개체로서 법도法道를 육성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을까? 그러나 담배는 인간이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잎담배로 마력을 지닌 중독성 식물이었다. 더욱이 맛에 길들면 수시로 피워대며 자극적인 맛에 쉽게 빠져들게 하는 기호품이라 예법을 갖춘다는 것도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절이 바뀌고 첫눈을 맞이하는 벅찬 감동은 설렘처럼 가슴속에 와 닿았다. 그러자 습관처럼 급히 생각나는 담배를 움켜쥐고 흡연실로 들어섰다. 흡연실에는 어느새 첫눈을 벗 삼아 담배를 즐기는 직장 애연가들이 자욱한 연기를 뿜어내고 있었다한 가치를 꺼내 라이터 불에 붙였다. 첫 모금 깊게 빨아 마신 연기를 뿜어냈다. 가느다랗게 피어오르는 실선들이 곡선, , 반원들을 파르라니 그리며 허공으로 흩어진다. 연기가 만들어낸 가느다란 선들이 작은 공간 속에서 얽혀 그려가는 선의 그림, 마치 영혼이 흔들리면서 흔적을 지우며 떠나는 한 줄기 미로의 길이 아닐까? 이런 상상도 해본다. 그리고 두 손가락 사이에 물려 있는 담배를 한 모금씩 쭉 빨아 폐 속 깊숙이 잠겨 들게 한 후, 길게 연기를 뿜어낼 때마다 느껴오는 자극은 흐뭇한 기분으로 아늑히 빠져들게 한다. 줄담배로 이어질 때면 꿈속을 유영하듯 잠겨 든다. 잠시나마 평온과 안락을 가져다주었.   

   ​그 맛에 애착이 많았던 내게 신체적 이상 징후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몇 개월 전부터 담배를 심하게 피운 날은 목 안이 잠기고 이물질이 목에 박혀있는 느낌을 받았다. 기침을 자주 하게 되면서, 아침에는 목이 막히고 쉬어오는 감이 들었다. 담배를 두 갑 넘게 피워댄 것이 화근이었. 아침에 가슴이 답답하고 목이 심하게 아팠다. 한참 동안 나오는 기침으로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랐다. 식은땀은 얼굴부터 등을 타고 허리로 흘렀다. 현기증은 나를 허공 속으로 빙빙 돌리는 것 같아, 겨우 몸을 추슬러 병원에 도착했. 이비인후과 의사는 내 목 안을 반사경으로 정밀히 들여다보며 진찰하였다. 잠시 후 의사는 내게 물었다. 

 “담배는 피우신 지 몇 년 되셨나요.”

  “, 삼십여 년 됐습니다.”  

   ​의사는 신중한 표정으로 진찰소견을 설명했다.“현재 후두 부위가 상당히 부어올랐는데, 침을 삼킬 때도 거북할 것입니다. 부어오른 부위는 처방으로 치료가 되나, 후두염을 방치하고 계속 담배를 피울 경우 후두암이나 폐암으로 발전할 위험이 있으니 중요한 것은 최우선으로 담배를 끊어야 합니다.”거의 법정선고같이 말했다. 의사 소견을 듣고 덜컥 겁이 났다. 어느새 식땀은 이마를 적셨. 병원을 나오는데 내리는 눈이 잿빛으로 어두워 보였. 집에 돌아와 안정을 찾고 있자니 갑자기 스쳐 지나가는 얼굴들이 떠올랐다. 전 직장 선배 과장이 후두암 수술 후 목 밑에 구멍 뚫린 자리로 인공후두기를 달고, 작은 벨 소리 울림처럼 말하는 초췌한 허수아비 같은 모습이 보였다. 가슴이 저미도록 아팠다.

   ​그리고 폐암으로 입원한 친구를 위문하러 을 때, 항암치료로 머리는 다 빠지고 메마른 몸으로 병상에 누운 채, 신 눈자위를 조심스럽게 닦으며 방문한 친구들 손을 꼭 잡으면서 조용히 말했.  "십 년 전에만 담배를 끊었으면, 이 병에 걸리지 않았을 텐데. 너희 중에 담배 피우는 사람은 꼭 부탁인데, 나를 보고 담배를 끊어라." 위로도 달리할 수 없는 무거운 분위기였다. 병실을 나오며 다시 뒤돌아보니 나한테 하는 말인 것 같았사실 내 온몸 구석구석에 수없이 많은 각질처럼 배어 있는 니코틴, 타르들이 남아 암적 뿌리로, 신체에 조금씩 파고 들어가 나를 병들게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런 두려움이 불안감으로 짓눌렀다. 그것에서 묻어나는 니코틴이 수십 년간 뇌 신경 자극으로 중독증에 젖어 삶의 위로자처럼 의지하며 살아왔다는 사실이 원망스러웠다. 암적 존재가 폐 속에 파고 들어가 암세포를 번식시켜 하나의 생명을 서서히 병들게 하고 있지는 않을까?

   야누스의 두 얼굴과 같이 생사를 선택해야 할 갈림길에 선 자신을 뒤돌아보게 하고 있었다. 오랜 동반자로서 나와 희로애락을 함께 겪어온 벗이자 가장 아끼는 기호품이 아닌가? 오랫동안 내 생명을 담보로 서서히 나를 죽이고 있었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지만, 그토록 매료되어 진한 맛과 함께 살아온 그와 이별이 그리 쉽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니코틴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며 내 삶을 망치고 싶지 않았다. 이런 불안감에서 벗어나고자 자신에게 외마디처럼 소리쳤다. 

   "! 나의 벗 담바고, 오랜 인연도 이제는, 너와 잔인한 이별이다!" 외침은 목구멍을 타고 가슴을 울리더니 폐 속으로 떨림처럼 퍼져 나갔다. 답답한 장벽이 툭 터진 것처럼 빈 가슴엔 맑은 공기가 쉼 없이 내 생명을 정화해 주는 것 같았다. 긴 숨을 내쉰다. 담바고! 그 담배와 작별은 견디기 힘든 아픔이지만 생명이란 누구에게나 소중한 만큼 자기 스스로 사랑할 줄 아는 본성을 가져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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