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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그녀/이용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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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용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22회 작성일 19-01-30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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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그녀

이용미

“그녀에게서 새로운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영혼 없이 녹음된 목소리가 크게 울렸다.
대부분 무관심한 듯 했지만 뭔가 알만하다는 듯 이상한 눈길이
나를 향하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바뀐 휴대전화 사용법을 대충은 익혔는데 수신문자가
음성으로 되어 있는 것은 미처 몰랐다.
통화 수신음 같이 계속 울리지 않고 한 번으로 그친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과 함께 그녀가 떠올랐다.

누가 봐도 첫눈에 반할 인물은 아니게 예쁜 구석이라고는 없었다.
눈, 코, 입은 말할 것도 없고 비쩍 마른 몸매에 키는 작았다.
생애 제일 큰 스트레스라는 겪지 말아야 할 맘고생을 겪고 있는 내게
부모의 주선으로 마지못해 나간 자리였다.
선을 볼 마음도 없는 데다 인물까지 그러니 소 닭 보듯 앉았는데
그녀 역시 꾸어다 놓은 보릿자루라는 말을 떠올릴 만큼 아무런 관심이나
호기심도 없다는 듯 그저 무심한 눈길을 마시다가 만 찻잔에 주고 있었다.
약속 장소가 엇갈려 늦어진 시간이 다행이다 싶은데 이미 점심때가 되어
몸보신 될 만한 것을 먹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보호 본능이었을까.
평소 영양식이라는 것을 모르기에 갈비탕과 우족탕이 떠올라 둘 중
무엇을 원하느냐 물으니 엉뚱하게도 짜장면을 먹겠단다.
중국집을 찾느라 꽤 많은 시간을 헤맨 끝에 마주 앉았지만,
여전히 할 말은 찾지 못한 채 부지런히 짜장면을 입에 넣는데
그녀는 생긴 것과 같이 음식도 조금, 먹는 시늉으로 그쳤다.
그 모습이 왜 그리 짠했을까.

음식을 깨작대는 그녀가 안쓰러워 보이던 나와 달리 그녀는
허겁지겁 먹는 내 모습이 안쓰러웠다고 뒷날 글에서 밝힌 것을 읽었다.
짜장면을 먹겠다고 한 것도 먹고 싶어서가 아니라 맞선본 날 분위기 없이
탕 종류를 권하는 모습이 어이가 없어서라는 것도.

인연이란 그렇게도 맺어지는 것인지 그녀와 부부가 되어 살아온 지
강산이 몇 번을 변했다.
그녀는 그동안 지칠 줄 모르는 소인가 싶으면 으르렁대는
호랑이가 되기도 하고 꾀 많은 여우가 되어 나를 놀라게 하고
웃게도 하며 든든한 가정을 꾸리더니 언제부터였을까.
변하기 시작했다.
30여 년을 오로지 직장에만 매달리다 끈 떨어진 매 신세가 된 나와 달리
억척스레 자기 일을 개척한 그녀는 이제야 자기 세상을 만난 듯 집보다
밖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
이제는 깔깔대며 하던 밖에서 있었던 이야기마저 나와는
별 볼 일 없다는 듯, 생략해버릴 때가 많다.
선보던 날 소 닭 보듯 하던 나를 흉내 내고 있는 것 같아 혼자 앓는 속을
그녀는 알까?
그녀가 없는 식탁에서 대충 데운 국에 밥 한 덩이 말아먹은 듯, 만 듯
끝내고 그나마 친구가 있고 위안이 되는 기원(棋院)으로 향하는
쓸쓸함을 알 리가 없다.
모르기에 흡연 장소로만 생각하는 것이리라.
반복되는 일상의 현실을 탓할 수도 없는 나날이다.

이제는 두 팔로 안아야 할 만큼 넉넉해진 그녀의 또 다른 수필집 제목
<창밖의 여자>’로 바꾸어 입력해 볼까?
“창밖의 여자에게서 새로운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하는
음성 메시지가 들리면 예상 밖 자극이 되어 옛날의 당당함을
되돌릴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들뜬다.

휴일이 끝난 다음 날 만원인 피부과에 갔다가 차례를 기다리기
지루하다며 보낸 남편 메시지에 답을 보냈더니
그런 상황이 되었었나보다.
내 맘대로 그려본 남편 마음에 진한 사랑 한 숟갈 뿌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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