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몽_빠르게 져버린 활짝핀 나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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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연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22회 작성일 19-02-22 00:42본문
- 춘몽 -
꿈이 아니라 봄 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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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었던 자리가 녹아 물이 흥건하다.
꽃이 피는 계절이 오자
새들은 다시 돌아 왔고
상완은 개화를 하였다.
짧아진 머리를 손으로 쓸어 넘기고는
이내 목에 긴 수건을 둘러버리는 상완,
집밖을 나서자 아직 덜가신 추위 한줌이 날아들고
이를 체감이라도 한듯
짧은 입김과 함께 발걸음을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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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운 양장이 무겁다
변절자의 꼬리표 마냥 자신을 따라오는 사람들의 시선들을 모아
곧 있으면 그 무겁던 양장 마져도 가벼워져 더 무거운 옷을 맞추게 될것이라던
부모의 말을 떠올리며
입을 닫고 묵묵히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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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아서
앉아서 기다린다,
변해가는 조선이 돌아오기를 바라는것인지
가만히 앉아서
그저 먼곳을 응시한다
바람한점 지나가지 않는 봄의 시작점
조선에는 겨울이 불어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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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고개를 돌려 옆을 살피니
장옷을 싸맨 여인이 서있었다
개화를 한 상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
이내 여인은 가던길을 마저 발걸음 하였고
상완은 이를 바라보다
조심스레
따라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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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이 한 발자국 앞으로 내딛자
상완의 걸음도 앞으로 나아간다
한뼘 한뼘
상완은 여인에게 가가워 지려는것일까 아니면
한걸음 물러나려는 것일까
첫 봄바람이 장옷의 자락을 쓸어 넘기자
인기척을 느낀 여인이 뒤돌아본다
숨을 곳도 없었고 숨을 겨를도 없었던 상완,
그렇게 둘은 서로의 얼굴을 마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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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였다
여인의 뒤를 밟아 보는것도,
그 뒤를 밟아 서로 마주하는 일도
봄에 피는 새싹을 체감이라도 한듯
상완은 연한 미소를 머금었고
여인의 눈에는 자신을 뒤따라 오는 낮선이의 대한 경계심과 봄햇살의 편안함이
녹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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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은 상완을 바라보고는 다시 앞으로 몸을 돌린다
주체할 새도 없이 발걸음을 옮기는 여인,
상완의 마음도 체 정신을 차리기 전에 발걸음을 옮긴다
다시걷는다,
다시 뒤따른다
이둘의 사이는 봄과 겨울 그 어디쯤에 있는 것일까?
걷다
걷고
걸어
또 한번의 인기척을 느낀 여인,
다시 몸을 돌려 뒤를 바라본다
상완은 준비할 틈도 없이 뒷걸음질 처버렸고
여인의 장옷은 걷어져 곱게 땋은 머리카락이 보여졌다
다시 한번 마주쳤다
상완은 겨울에 핀 꽃을 보듯
여인은 겨울 샛 바람에 눈이 시리듯
그렇게 둘은 서로를 바라 보았다
겨울 끝자락에 걷는 꿈같은 것들
그것은 만남이고,마주침이고
봄 이였다.
1부_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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