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1964년 겨울 수기7 - 김승옥, 서울 1964년 겨울 오마주 > 소설·수필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소설·수필

  • HOME
  • 창작의 향기
  • 소설·수필

☞ 舊. 소설/수필   ♨ 맞춤법검사기

 

 

모든 저작권은 해당작가에게 있습니다.무단인용이나 표절을 금합니다

서울 1964년 겨울 수기7 - 김승옥, 서울 1964년 겨울 오마주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교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6회 작성일 19-02-26 12:40

본문

그런 면으로 보면 아내 역시 난해했습니다. 왜냐하면 누구에게나 잘 웃었기 때문입니다. 웃음이 나지 않는 상황 속에서도 잘 웃음을 보였습니다. 웃음으로 쾌락에 가까워지는 존재가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여자가 근원적으로 남자보다 탐욕에 가까운 것입니까. 남자들처럼 적당히 얼버무려 넘어가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제가 아내를 만난 건 어쩌면 축복과도 같은 일입니다. 그런 축복을 저는 돈에 팔아 버렸습니다. 못 받은 돈을 받을 것입니다. 안 형과 김 형에게 따뜻한 여관을 제공하고 싶습니다. 아내의 시체를 판 돈이 아니라 내가 당연하게 받을 돈으로 말입니다.

 

간판의 마지막 글자 원을 맛있게 태워 먹으면서 불기둥은 날름 거렸습니다. 아내의 아픈 골치가 그것으로 수그러들었습니다. 그 모습에 잠시 희열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사람들 역시 아내의 모습을 보면서 더 한 희열을 느꼈을 것입니다. 순수한 마음으로 말입니다.

 

아닙니다. 폐를 끼쳐 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잠깐만 절 따라와 주십시오. 그들은 내가 이 밤에 돈을 빌리러 가는 줄 알았습니다. 아닙니다. 아닙니다. 저는 받아야 할 돈을 받으러 가는 것입니다. 그들은 빚 받으러 가기에는 너무 늦은 시간이라 저를 말렸지만 저는 꼭 지금 받아야 했습니다. 어쩌면 돈을 받을 수 있는 마지막일지도 모르니까요. 마지막이고 싶었습니다.

 

우리는 남영동 어두운 골목을 돌고 나오는 골목의 모퉁이를 몇 개를 돌아 전등이 켜진 대문 앞에 섰습니다. 이 집에는 내가 돈을 받아야 할 사람이 살고 있습니다. 벨을 누르니 누군가 나왔습니다. 주인아저씨를 뵙고 싶은데요. 주무신다고 했습니다. 그럼 주인아주머니를 불러 달라고 했습니다. 잠시 기다리라고 하더니 주인집 아주머니를 부르러 집 안으로 들어갔을 때 안 형이 나를 잡아끌었습니다.

 

그냥 가시죠.

 

아닙니다, 받아야 할 돈이 있다니까요. 그렇게 말을 하니 안 형이 다시 김 형이 있던 골목 끝으로 걸어갔습니다. 그때 대문이 열리고 주인아주머니가 나왔습니다. 누구시죠? 죄송합니다. 이렇게 너무 늦게 찾아와서 실은....... 술이 취하신 것 같은데, 누구시죠?

 

저는 조용하게 말했습니다. 월부 책값 받으러 온 사람입니다. 한 번 더 말했습니다. 월부 책값 받으러 온 사람입니다. 한 번 더 말했을 때 저는 비명을 지르다시피 소리를 질렀습니다. 한 번도 이렇게 크게 소리를 질러 본 적이 없는 저로서는 그만 몸에 남아있는 기운이 전부 무엇에 의해 쪽쪽 다 빨려 나가버린 것 같았습니다. 저는 그만 문기둥에 두 손을 짚고 뻗은 팔 위에 얼굴을 묻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그만 오열을 하고 말았습니다. 월부 책값 받으러 온 사람입니다. 월부 책값..... 책값.... 여보.

 

 [내일계속]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1,130건 1 페이지
소설·수필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1130 우주의세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 0 16:36
1129 박종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 1 07-22
1128 김상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 0 07-21
1127 부엌방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7 0 07-16
1126 세잎송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0 0 07-12
1125 부엌방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8 0 07-10
1124 박종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0 0 07-09
1123 김상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7 0 07-06
1122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0 0 07-03
1121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 0 07-03
1120 8오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8 0 06-29
1119 박종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 0 06-25
1118 오마이갓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9 0 06-22
1117 오마이갓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5 0 06-21
1116 김명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8 0 06-10
1115 이혜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5 0 05-24
1114 세잎송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6 0 05-15
1113 김용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5 0 05-13
1112 김용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8 0 05-02
1111 김용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4 0 05-02
1110 도일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9 0 04-25
1109 세잎송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2 0 04-14
1108 향기지천명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1 0 04-06
1107 세잎송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6 0 03-22
1106
봄날은 온다 댓글+ 1
부엌방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2 1 03-21
1105
흙에 관하여 댓글+ 1
부엌방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9 1 03-20
1104
있는 그대로 댓글+ 1
김상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2 1 03-19
1103 부엌방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5 0 03-18
1102 세잎송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7 0 03-10
1101 교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2 0 03-06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top@hanmail.net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