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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1964년 겨울 수기9 - 김승옥, 서울 1964년 겨울 오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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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교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98회 작성일 19-03-03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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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방으로 홀로 들어가 고독의 공포를 끌어안아야 했습니다. 여보. 여보. 여관의 방 벽에 꾸물꾸물 아내가 보였습니다. 울고 싶지만 이제 울지는 않을 겁니다. 이제 더 이상 울 수도 없습니다. 운다는 것은 자유롭다는 것입니다. 자유에는 허영이 개입을 하고 있기도 합니다. 저는 흐느끼면서 허영을 채울 수 있었고 자유로울 수 있었습니다. 울 수 없다는 말은 더 이상의 자유를 포기한다는 말입니다. 저는 아내를 만나기 전에는 그늘의 인간이었습니다. 완벽한 어둠은 아니지만 밝지도 않으며 축축한 채인 인간이었습니다. 더 이상의 처참한 패배자가 되기는 싫습니다.

 

사실은 고독한 지금 소리를 내서 울고 싶습니다. 각자 방에서 잠들어 있을 안 형과 김 형을 깨우고 싶습니다. 그래서 그들의 소맷자락을 붙들고 울고 싶습니다. 흐느끼고 싶습니다. 여보라고 다시 한 번 크게 외치고 싶습니다. 그들이 저에게 보여줬던 다정한 마음을 간절하게 한 번만 더 느낄 수 있다면 저는 더 바랄 것이 없습니다.

 

아내 덕에 겨우 사라졌던 고독에 대한 고통이 지옥의 불바다처럼 번질 것입니다. 저는 그것을 대번에 알 수 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치유될 수 없는 고통. 그 고통은 뼈 속까지 침투하여 불면으로 밤을 지새우게 할 것이며 고통은 인간 공포를 두 배, 세 배 늘려줄 것입니다. 인간이 있는 곳에서는 인간 공포를, 인간이 없는 곳에서는 고독 공포의 고통이 나를 덮칠 것입니다.

 

이제 더 이상 이 고통을 겪고 싶지 않습니다. 저는 편안해지겠습니다. 죽고 사는 건 시시한 것입니다. 사람들이 인생을, 사람들이 삶이라는 것을 두려워하면서 지옥에서 겨우 견디듯 신음하기보다는 편안해지는 것을 택하겠습니다. 이 이상의 지옥은 더 이상 없을 것입니다. 아니 없습니다.

 

화마 속으로 돈을 몽땅 집어던지고 받을 돈을 받으러 가는 것이 그들에게 보내는 저의 위트였습니다만 결국 위트 덕분에 그들은 나를 고독의 공포 속으로 밀어 넣었습니다. 이렇게 말을 하면 그들을 욕되게 하는 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저의, 제가 할 수 있는 이 위트가 모순이며 역설이었습니다.

 

필경 저한테는 아내가 없는 휑한 방에서 혼자 ‘생활’해 나갈 능력이 없습니다. 아내가 있다가 없어진 방에서 혼자 잠이 들고일어나는 것이 끔찍하고 누군가 벽에서 튀어나와 나에게 일격을 가하고 말 것이라는 공포가 저를 몸을 덜덜 떨게 할 것입니다. 제 운명은 일변[一變]한 것입니다. 이제 잠이 들면 아내를 만날 것입니다. 급성을 달고 산 아내를 만나 정사를 할 것입니다. 잠드는 시간만큼은 공포를 잊을 수 있습니다. 그것만이 유일한 저의 진정한 위트입니다.

 

숙박계엔 거짓 이름, 거짓 주소, 거짓 나이, 거짓 직업을 적었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사환이 가져가 준 자리끼를 마시고 이불을 뒤집어썼습니다. 꿈에서 아내를 만날 것입니다. 고통은 이제 더 이상 없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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