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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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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명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107회 작성일 19-06-10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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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죽음 / 김지명


   먼저 떠났다. 만날 때마다 혈육처럼 만만하게 대하던 친구들이 하나둘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잠자리에 들었다. 사람은 만나고 헤어짐은 날마다 반복하는 일이지만, 눈에서 영원히 멀어지면 다시 볼 수 없는 안타까운 소식을 접할 때마다 삶의 회의를 느끼게 한다. 생자필멸이라고 하듯이 인생은 한순간이다. 아등거리며 살아가는 우리는 레일 위로 달리는 전동차처럼 정해진 길을 달려가지만, 아무도 미래를 모르고 산다. 자연은 섭리가 세상의 평온을 유지하듯이 사람도 인간의 규칙을 벗어나지 않으려고 정해진 규칙을 지킨다. 하루의 절반은 어디서 어떤 일을 하거나 만남을 반복하더라도 절반은 둥지를 찾아 가족과 함께하므로 서로가 즐겁다.

  하루가 모자란다고 즐거움을 자랑하던 고향 친구가 먼저 눈에서 멀어졌다. 고향 친구 정현은 둘째 아들로 태어나 삼촌 집으로 양자 하여 호적을 옮겼다. 아동 시절엔 둘도 없는 다정한 친구였는데 독자라고 병역의무를 공제받은 모양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동양나일론 울산공장에서 약 오십 년에 이르도록 근무에 열정을 쏟았다. 어느 날 건강검진 하던 날 암이 온몸에 번져 수술이 불가하다고 판명받았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안타깝다는 생각보다 먼저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물었다. 건강을 포기하고 살아 숨 쉬는 날까지 여행하다 여생을 마치고 싶다고 한다. 안타깝고 가슴 아픈 일이지만, 숙명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게 좋겠다며 친구의 어깨를 다독이며 여생에 자주 만나자고 했다.

  그 후 가끔 연락하여 안부를 묻고 음성으로 건강상태를 수시로 확인했다. 전에는 일 년에 한두 번씩 보았으나 죽음이 가까웠다는 말을 듣고 열흘이 멀다 하고 만나 호시절을 추억하면서 즐거웠던 날을 이야기했다. 얼굴엔 약간의 변화가 있었으나 그 전에 건강할 때가 생각났다. 정현에게 울산 왔다고 연락하면 회사업무 마치고 퇴근하면 어떤 약속도 취소하고 내 곁으로 달려오던 친구였다. 성격과 취미가 같아 여러 가지 스포츠 시간을 보냈다. 서로는 취미가 같을 뿐만 아니라 성격도 유사하여 만나면 늘 시간이 부족했다. 그런 친구가 눈에서 멀어졌으니 고향에 가도 친구 대신 외로움과 즐겨야 했다.

  삶을 뒤 돌아보면 있었을 때 아무리 즐거웠다 하더라도 지금 생각하면 밤을 부수더라도 더 함께하지 못한 나날이 아쉽기만 하다. 친구와 함께 상가에 갔을 때 유료주차장에 승용차를 세우고 시동을 끄지 않은 채 두 사람은 차에서 내렸다. 주차장을 돌아가면서 친구가 꼬리등에 불이 켜졌다고 가보라고 해도 응 괜찮다는 말이 무의식중에 나왔다. 무상으로 문상하려고 영안실로 들어갔다. 친구에게 명복을 빌며 오열했지만, 친구의 음성은 어디에서도 들려오지 않았다. 문상을 마치고 친구의 부인에게 자유를 찾아 좋겠다고 했더니 언제나 농담하는 버릇은 변함이 없다고 한다. 슬픔을 잊고 자유로이 훨훨 날아보라고 했다. 친구가 있었을 땐 얼굴이라도 보았지만, 이젠 다시 볼 수 없어 아쉽다고 덧붙인다.

  그로부터 얼만의 나날이 지나고 또 다른 또래가 눈에서 멀어졌다. 이 친구는 부부가 떨어져 살아 라는 운명을 갖고 태어났는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공장기계실에서 열심히 근무했는데 결혼하고는 곧바로 외항선에 기관장으로 직업을 바꾸었다. 젊었을 때부터일 년에 한두 달만 집에서 생활하고 수십 년을 선상생활로 보냈다. 그런 친구가 일흔에 이르러도 직장을 그만둘 생각은 하지 않고 배를 옮겨 타려고 집에서 몇 달간 쉬고 있었다. 갑장과 함께 매일 등산하고 집으로 와서 목욕하는 생활이 일상화되었다. 눈에서 멀어지던 그 날도 변함없이 하루가 저물어가고 있었다.

  친구 안익선과 함께 산에서 내려와 목욕가자고 했지만, 나는 집에서 샤워한다며 아파트 앞에서 헤어졌다. 그 순간이 마지막이 되리라곤 상상도 하지 않았다. 평소에 지병이 없어 서로 건강은 남다르다고 자랑하던 우리였다. 아침에 일어나니 친구 부인으로부터 문자 메시지가 주머니 전화기에 날아들었다. 부부가 함께 나들이 가자고 하는 줄 알고 아주 반갑게 들여다, 보았다. 문자 메시지를 보는 순간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심장마비로 먼저 떠났다며 성모병원 영안실이라는 문자였다. 당장 전화하여 통화하려고 하다가 급하게 부부가 급하게 달려갔다. 친구에게 명복을 빌며 고성으로 이름을 불렀지만, 어디에서도 반응은 찾아볼 수 없었다.

  문상을 마치고 부인에게 내용을 이야기 들었다. 친구는 건강을 자랑이라도 하듯이 목욕탕에서 찬물과 더운물로 오가더니 더운 탕에 앉았다. 주변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탕에서 너무나 오래 앉아있어 이상하다고 느낀 사람이 무슨 말을 해도 반응이 없었다고 한다. 몸에 손을 대자 옆으로 넘어져 놀라서 주변 사람들이 온탕에서 밖으로 옮겨 심장을 누르며 온갖 방법을 동원해도 깨어나지 않았다고 한다. 구급차에서 의사가 달려와 점검해 보았으나 이미 숨을 멈춘 상태라 성모병원 영안실로 간다고 했다. 전화번호로 조회하여 집으로 연락하더라고 했다.

  친구가 죽음이 아니었더라면 거자필반[去者必返]이라는 말처럼 헤어진 친구가 반드시 다시 만난다고 생각했다. 이러하듯 일흔에 이르자 친구들이 내 곁에서 안녕이란 말도 하지 않고 하나둘 멀어져 갔다. 고향 친구 중에 가장 먼 저간 조유제는 췌장암으로 고생하다 눈을 감았다. 차마 곁에서 볼 수 없을 정도로 참을 수 없는 고통을 참지 못해 발악으로 죽음의 시각을 기다리는 친구를 볼 때 왜 유전적인 인자를 물려받지 않았는지 의아했다. 친구의 모친은 아흔세 살 때 감기로 병원에 입원하여 사흘 만에 숨을 거두었는데. 그런 모습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생자필멸이라는 말이 적실하게 느껴지는 순간이다. 삶이 길고 짧음은 각자의 타고난 운명이다. 건강하게 웃고 살다가 안익선 친구처럼 심장마비로 가는 친구가 가장 행복한 죽음이고 주변에 민폐도 끼치지 않으니 참으로 본받고 싶다. 삶에서 죽음을 생각하고 살아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죽으면 행복한 세상으로 갔구나, 생각할 뿐이다. 나이가 들어가니 죽음을 생각나게 하는 초상이 가끔 마음을 서글프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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