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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같은 아래아 아리랑 / 미완성작이므로 지도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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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18회 작성일 19-08-03 10:56

본문

소설 같은 아래아 아리랑 / 백록


 

 

머리말


 

경제대국을 꿈꾸며 잘 나가던 우리나라가 극심한 위기에 처했다. 지난 IMF 때의 금모으기 기운이 어슬렁거리는 지금 문득, ‘금도끼 은도끼’의 이야기(부지런한 나무꾼은 정직하게 대답한 덕분에 잃어버린 쇠도끼는 물론이고, 금도끼와 은도끼까지 모두 얻게 되었지만 같은 동네에 사는 게으르고 욕심 많은 나무꾼은 산신령을 속이려다가 자기가 가지고 간 쇠도끼마저 잃고 말았다. 다른 사람을 부러워하고 남의 것을 탐내다 보면 오히려 자기가 가진 것마저 잃을 수 있다는 것. 하지만 정직하고 부지런히 자기 할 일을 하면 모든 일이 뜻대로 이루어진다는)가 떠오른다. 이른바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는 고사성어가.

이 이야기는 바로 그 시대, 거슬러 1세기 중 90년을 꼬박 이 나라를 지키고 이 섬을 지키며 한 가문을 지킨 어느 여인의 전기(傳記) 같은 일화다. 먼 옛날 몽골제국에 짓밟힌 몽곳놈의 새끼들이 수두룩한 탐라의 후손들이 다시 왜놈에게 당하고 해방이 되기도 무섭게 이념의 농락에 당하고 이윽고 전쟁에 바쳐버린 어느 가문의 남자들을 대신하여 일생을 바쳐버린, 그 와중에 말을 잃고 평생을 침묵하며 살다 간, 불행한 한 인간의 한 점 아래아 같은 서사시(敍事詩), 그 아리랑이다.

 


   절기(節氣)의 백로가 마치 구천을 향해 훨훨 날아가는 백로처럼 비치던 서기 1995년 9월, 그날은 마침 추석 전날이다. 장남의 청춘을 팔아 근근이 마련한 블로크 집구석, 어쩜 그녀의 자궁 같은 둥지엔 당신의 아들이며 며느리며 손자 등이 두어 시간의 침묵을 지키며 눈치껏 웅크리고 있었다. 어쩜, 90년 평생의 침묵이라도 깨트려야 어울릴 것 같은 시간의 태엽이 영원의 침묵으로 뚝 끊기던 그날의 풍경은 이윽고 초상집임을 알리는 마침표 같은 소리, 점 하나로 이어지던 아리랑이다. ‘아이고, 아이고...’ 가신 임 알고나 계셨을까만 당신은 탄생조차 을씨년의 곡절이었지. ‘ 아이고, 아이고...’, 들리는 소리라고는 고작, ‘아이고, 아이고...’

언제부턴가 눈물 한 방울 보이지 않던 당신은 평생 여자이기를 포기해버린 일생이었을까 싶은 그 와중에 그녀가 꾹 다물고 있는 소리 한마디가 무엇인가를 알고 제발 삼키지 말기를 기다리던 사람이 있었다. 그는 다름 아닌 이 가문의 족보에 장손으로 올라있는 손자 K씨, ‘아이고, 아이고...’,마침내 그 소리가 영원히 사려져버렸다. ‘아이고, 아이고...’.

 

오늘은 마침, 그날로부터 24절기처럼 흘러버린 24년째의 백로가 얼씬거리는 날, 문득의 당신이 쉼표 같은 아래아를 품고 있다. 당신은 빌레왓 쟁기질도 하고 앞바당 물질도 하며 K씨의 아비와 어미를 도맡았지. 이념에 휩쓸려 돌아간 시아비의 대를 이어 이바지해야할 지아비마저 일제치하에서 앞세워 저승을 보내고 청춘을 전쟁의 재물로 바쳐버린 장남을 대신할 장손을 가문의 마지막 희망으로 품었을 테니, 아마도 저만 잘난 한량 아들은 이미 어미 품을 떠난 자식이라 포기했겠지. K씨에게 하는 말이라곤 오직 ‘ 공부해라, 공부해라...’ 그의 귀에 옹이가 박힐 정도였으니, 아무리 강조해도 열거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K씨, 그 시절을 짧게 줄여 흥얼거린다.


 

 

우리 할머니


 

 

젖을 떼고 나서부터

적어도 중학생이었을 때까지

할머니 손엔 늘

회초리 붙들고 계셨다

 

욕쟁이 할망

억척 할망

홀어멍

 

그 허한 가슴엔 바람 잘날 없었다 저승길 재촉해버린 남편 쑤셔대고 전장에 묻힌 큰아들 대못을 쳤다 막내딸 안타깝게 울먹이며 구석구석 후비고 들썩거리기 일쑤였다 남은 자식들 뭉뚱그려 셋씩임에도 개똥도 못 치워 쩔쩔매던, 개중 하도 잘난 한량 하나는 개뿔도 없이 큰소리만 뻥뻥 피 마른 가슴 윽박질렀다

 

장손인 나, 시험 치르는 날엔 어김없이 신령님 전 제상 차려놓고 삼배하라던 할머니, 공부하라며 회초리 들고 때리던 어느 날

당신의 눈엔 눈물 그렁거렸다

 

장손 하나라도 건져보려던 할머니

지금쯤, 그 눈물 거두셨을까

 

 

- 필자의 시집, ‘칠색조 변주곡’ 중에서

 

 

그녀에겐 딱히 고유명사가 없었다. 단지 그녀의 대명사 같은 욕쟁이 할망 억척 할망 홀어멍 정도, 굳이 이름이라면 아무개 어멍, 거세기 할망일 뿐. ‘그래 아마도 그랬을 거다. 아무렴 그렇고말고’

입 다물고 오직 일만 하다 한껏 걱정만 품다 이름도 안 남기고 떠나버린

철새랄까

 

1. 욕의 탄생

 

그녀는 원(元)씨 가문의 2남 2녀 중 장녀다. 본관인 원주가 원나라의 상징적 고을인지 알 길 없으나 그게 무슨 상관인가 당신의 시집 첫 할머니 또한 고대 인도왕국 아유타의 공주인데 을사보호조약의 을씨년스런 기운이 외딴 섬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었을 터, 그녀의 터무니는 처음부터 끝까지 큰갯마을이다. 그녀의 성이 元이라는 건 동네사람들이면 누구나 알았지만 양아(良我- 이 글을 쓰는 지금 언뜻 언뜻 느끼는 거지만 어쩌면 잃어버린 아래아, 곧 나의 양심 같은 이름이다. 事必歸正이라는 성어와 함께)라는 선량한 자신의 이름을 아는 사람은 식구들 외에 몇 사람 모른다. 아무튼 시대 탓으로 돌리고, 타고난 자태에 곧은 성품으로 인해 동네 남부럽지 않은 집, 구장 댁으로 시집을 갔다. 때는 지긋지긋한 일제치하, 아들 셋 딸 둘을 낳고 일본으로 떠날 수밖에 없던 남편을 따라 잠시 작은 섬 밖의 큰 섬 혹은 외딴 섬의 생활도 했지만 시절이 시절인 만큼 오가며 고생도 고생만큼 했다. 아이들을 키우며 홀로 시집살이 도중, 불과 36세의 젊은 남편이 옥중에서 까닭 모를 사망을 하면서부터 집안에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해방 후 그럭저럭 4년이 지나자마자 집안 어른이시던 시아버지가 4.3의 희생양이 되고 이윽고 6.25가 발발하자 그토록 믿음직스럽던 장남마저 전장에서 산화하고 말았으니, 그나마 젊은 지아비를 대신하던 시아비마저 엉겁결에 잃어버렸으니 더구나 당신의 희망이던 장남마저 너무 일찍 저승으로 보내버렸으니 오죽했을까. 그녀에게 남은 건 오직 오래 삼킨 침묵을 툭 내뱉는 욕, 오죽하면 그랬을까 ‘왜놈의 새끼, 몽곳놈의 새끼’일 수밖에...

시대가 시절인 만큼 딸들이야 눈 밖의 일이라 별 문제가 있었을까만 남은 아들 둘이 당신이 숨을 거둘 때까지 생고생을 시켰겠지. 차남을 장남으로 키워야 했으니 보릿고개에 허덕이던 시절에 대학까지 보내면서 대여섯 마지기 논밭이며 몇 푼 안 되는 소낭밭 억새밭 까지 죄다 팔고 작은 아들은 적당히 중학교에 보내는 둥 마는 둥하다 육지 먼 친척집 머슴으로 보내버렸으니 그것이 더욱 욕을 키우는 씨앗이었겠지. 대학물 도시물을 두루두루 먹은 셋놈은 펑펑 이 여자 저 여자를 품은 한량이 되어버렸고 멀리 보내버린 말젯놈은 그 또한 제멋대로, 말로 어떻게 다 표현할까. 결국, 셋놈이 서자로 흘린 작품이 곧 당신의 장손이 되었으니 잘난 아들 못난 아들을 대신하여 온갖 정성을 기울였지. 잠시 빗나가는 순간 쌍놈의 새끼라며 억새 뿌리 같은 매질로, 채 입에 담지 못할 말 같지 않은 욕만 줄줄 내뱉으며...

 

이놈의 집구석은 사실 김해 金씨인데 원주 元씨가 왜? 이 뿌리들을 보듬어야 했을까? 곳곳 썩어빠지도록, 썩은 냄새가 풍기도록 줄기를 뻗은 씨족, 그 내력을 거슬러보면 멀리 전설의 수로왕이 있었고 망국의 설움을 삼국통일로 달랜 역사의 유신이 있었고 가지가지의 줄기로 점과 점의 씨앗으로 고려말 역성의 정세에 휩쓸린 제주의 입도조 좌정승공이 있었지. 말도 말고 탈도 많은 씨족들, 그들에겐 타성의 부인들의 공로가 있었겠지, 개중 한 분이 이 소설의 주인공인 어느 여인이라는 건 다시 두 말 할 것도 없이.

 

 

2. 정유재란 같은 씨앗

 

사실 임진년과는 하등의 관계가 없는 정유생인 K씨는 억새 같은 할망의 뿌리를 품은 바람둥이 새끼라 스스로 빈정거렸지. 툭하면 욕지거리의 매질로 자랐다며, 어미는 큰 어멍 조근 어멍 이 어멍 저 어멍, 부르는 족족 어색한 모음의 토씨마냥 그들의 꼬리에 매달려 허기를 달래듯 허구한 날 멍멍 짖어댔지. 닭을 쫓던 개인지 개를 향한 닭의 애처로움인지 헷갈리는 자신의 정체성이었지. 스스로 일그러진 초상의 발악이랄까. 눈치코치가 기본이라 서당의 풍월만큼은 제법 척했지만 매사 염장을 지르는 불만투성이었지. 내내 삐딱거리다 잠시 차린 정신머리로 허둥지둥 늦장가 들었지. 그나마 착한 아내 덕택에 금쪽 두 덩어리 얻었지. 서당개도 삼년이면 풍월을 읊듯 세상 풍경에 익숙해지려고 정신줄 붙들었지. 그것도 잠시, 아니나 다를까, 소용돌이 바람 덜컥 일으켰지. 게놈이 지놈이듯 끼가 타고난 천성이었지. 그놈의 그놈이라는 탓으로 돌려버린 젊은 날의 방황이랄까, 무려 십 수 년의...

불 보듯, 아니 보나마나 썰물에 휩쓸려 뭍으로 내쫓겼지. 대전이라는 한밭에 둥지를 틀면서 이리저리 기웃거리며 날갯짓했지. 죽지가 축 쳐지고 쓸모가 떨어지자 도로 파도에 실려 모천으로 회귀한 K씨, 억새만 보면 울컥, 노루가 되어 컥컥거리지. 한때 섬의 추방이었지만, 정신 나간 광풍을 여타의 태풍으로 몰아버린, 갈팡질팡 우왕좌왕 방방곡곡을 돌고 돌다 결국 되돌아온 돌풍의 신세지. 허구한 날 오름을 오르내리는 그 자리가 그 자리 같은, 기어코 못 버린 섬의 불만투성이 씨의 족적 같은 소리 ‘씨발 씨발’, 못 버리는 것도 천성이겠지, 섬 속 섬의 속셈이겠지, 모천회귀의 지느러미 혹은 부레의 속성 같은, 몹쓸 바람이 닥치는 날이면 개뿔도 없는 주제에 뿔난 짐승마냥 벌컥벌컥 성질을 부리지. 차라리 제피로스(Zephyros)의 화신이라면 누구들처럼 내리 방망이를 휘두르고 홈이라도 마구 훔쳤을 거라며, 바람이 낳은 바람의 성질머리지. 그 별명이 차라리 바람의 신이라면 더할 나위 없겠다는 헛소리 같은 우스개 한 자락 어느 산자락을 붙들고 지껄여 본다.

 

치명적 사건

 

속리산 인근 어느 골짜기에 충성심 강한 맷돼지들의 모임이다 그들을 장악하여 호령하는 정신 나간 꼴통돼지 주재 아래 지원팀장 훈련팀장 특공대장 행동대장 죄다 모인 자리, 내일 치를 아부성 행사준비에 무척 골몰한 광경이다.

두목의 성급하고도 투박한 맹수 특유의 고함소리

 

‘정신 빠진 것들 뭣들하는 거야 컥!’

‘병신 같은 새끼들 빨리빨리 해 컥!’

 

좌중을 압도하는 채근에 혼줄까지 빠져버린 팀장들 각기 준비한 시나리오를 조목조목 브리핑하다 마침내 말석에 자리한 행동대장 순서에서 절대절명의 하극상이 터져버렸다. 별러오던 불만을 불평으로 낑낑거리다 이어서 고성으로 두목에게 킁킁 덤벼버린 것, 죽을 고생 도맡아 하는 팀원들 불만을 모아두었다 한꺼번에 맹렬히 따지듯 뱉어버린 것이다.

 

이윽고 가만 두지 않겠다고 모가지를 씹어버리겠다고, 짐승새끼들, 병신새끼들, 연달아 으르렁거린다. 원래 맷돼지집단이 그러하듯 이놈의 두목맷돼지 컥컥 욕설은 기본이고 남달리 큰 송곳이빨로 꽉꽉 씹어버리겠다는 것도 늘상 자랑삼아 시시콜콜 지껄여댔던 짓거리다. 행동대장도 이왕지사 막 잡은 듯, 함께 죽자고 붉으락푸르락 콧대를 세우고 발톱을 치켜들었다.

 

그날 이후, 그는 그 집단에서 자청하여 쫒겨나왔다. 다행히 윗 조직에서 그간의 공적을 인정받은 너그러운 양반맷돼지가 평화로이 거느리는 아늑한 곳 치명자산자락으로 전출시켜 편의를 봐준 것이다. 하마터면 송곳니에 갈기갈기 뼈도 못 추릴 뻔한 맷돼지 사회에서 보기 드문 험악한 사건이었지만

아무튼 이놈들 조직의 하극상은 치명적인 것이었다

 

한 시대의 월급쟁이 설움은 가까스로 해를 넘기고 개가 되고 돼지로 살다 칼바람에 쥐새끼처럼 숨다 얼어 죽을 수탉의 뻔한 신세라 늘 투덜대면서도 세월 따라 벼슬이 잘렸어도 허구한 날 허몽의 승천을 꿈꾸며 골방에 웅크리고 있지. 어쩌다 12간지를 헤아리는 늙은 닭의 신세라며 날고 싶어도 더는 날지 못하겠다며 오늘도 당신의 할망이 계신 저승을 향해 잠꼬대 중이지.

 

‘할머니, 못난 손자의 불평입니다. 그동안 이곳도 많이 변했지만 들녘에 당신을 닮은 억새들은 여전하더군요. 억새만 보면 할머니 욕이 출렁거린답니다. 자주 찾아뵙지 못해 죄송합니다.’

 

역시 당신은 무덤덤한 침묵 속이지만 그나마 소분이라도 했으니 구천을 떠도는 당신의 혼백도 한결 시원하시겠다며, 못 다하신 말씀은 더 재촉하지 말고 두고두고 여쭙자며 돌아서는 K씨의 노래다.

 

 

억새의 정체

- 새별오름에서

 

꽃이라기엔 뭔가 부족한 듯

하여, 안갖춘꽃일까 싶은

 

백로白露가 기웃거릴 때쯤이면 어김없이 꽃 피우는 당신은

얼어붙어도 태워도 다시 살아나는 당신은

정녕, 억겁의 생이더냐

 

한세월 눈무덤에 파묻히다 잿더미에 파묻히다 초록으로 되살아나 핏빛으로 꽃 피우다 마침내 백발이 성성해지는 당신이야말로 삼백예순날 산자락 삼백예순 오름들을 지키는 산신령의 분신이거나

간혹, 칼바람에 휩싸이는 날이면 겁먹은 꿩이며 노루들을 품고 억억 울부짖는 당신은 혹, 지난날 이 섬의 여한으로 남은 넋들의

억울한 초상이거나

 

곳곳 흐드러진 것을 보노라면 한낱 별 볼 일 없는 풀인 듯

천고의 계절에 해와 달 그리고 별들과 어우러지는 순간

찬란한 꽃들의 살풀이 사위인 듯, 혹은

날지 못하는 새들의 통곡인 듯

 

그런 당신의 진정한 본색은

과연, 무엇이더냐

 

노릇노릇해지는 저물녘, 노루 한 마리 억새밭에 숨어들었다. 휙휙 지나치는 바람의 춤사위는 마치 생생한 생황의 화음이다. 차라리 처량하다 해도 꽤 어울릴,

K씨가 그녀와 처음 만난 건(물론, 기억에 의존한 거지만) 막 젖을 떼었을까 싶은(그것도 강제로) 세 살 무렵이었지. 표정은 늘 얼음장 같았으므로 너무 차갑다 느꼈지. 나중에 느낀 거지만 오만 번뇌와 오체투지가 그녀의 일상이었지. 손아귀엔 호미며 낫이며 괭이며 나대가 번갈아 쥐어있었지. 무거울 것 같은 입에선 자갈밭을 긁어대는 소리가 쉴 새 없이 흘러나왔고 소나무 곁가지를 내려치는 울림이 틈틈이 새어나왔지. 그런 그녀에게도 한없이 나약한 모습을 보일 때가 있었지. 한량 아들이 금의환향이나 한 것처럼 거들먹거리며 들이닥치는 날이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현상이었지. 아마도 ‘어느 밭을 팔까, 어느 논을 팔까, 어디 가서 돈을 꿀까’ 등등의 걱정꺼리였지. 안개 자욱한 가운데 우울한 침묵만 흐르던 시간이었지. 어린 K씨도 물론 숨을 죽인 채 책상머리에 파묻힌 척했지. 아니면 날아오는 건 할망의 욕이요 사랑의 회초리를 대신한 아방의 후려치는 손찌검이었으니, 어쩌다 날아오는 작은 아들의 편지의 대강줄거리도 돈, 돈, 돈... 돌지 않고 멀쩡한 것이 신기할 정도였으니, 또 하나 그녀를 괴롭힌 건 당신의 막내딸, 서울에서 그런대로 살았으려니 여긴 그 딸이 덜컥 자궁암의 판정을 받아 어미 품으로 쫓겨 온 신세, 결국 당신을 앞세웠으니, 어디 그뿐이겠는가? 일일이 기억도 못하겠거니와 눈치도 못 채게 묻혀버린 사연들 하나 둘일까? 꼬리에 꼬리를 문 욕지거리의 원인들이 그녀의 주름살만큼이나 쌓였겠으니...

 

3. 침묵의 세월, 질긴 한평생

 

대포마을 앞바당 큰갯물은 그녀의 요람이자 무덤이다. 그녀의 등짝으론 늘 당신의 몸뚱이보다 큰 구덕을 관처럼 짊어지고 있었다. 이른바 괴기구덕, 물론 K씨 풀칠에도 한 몫 했지만 비탈길을 오르내리며 종일 말이라곤 ‘괴기 삽서, 괴기 삽서’ 땀을 훔치며 ‘자리 삽서, 자리 삽서’ 칼바람 맞으며 ‘갈치 삽서, 갈치 삽서’, 비가 오면 흠뻑 젖은 채로, 눈이 오면 잔뜩 덮어 쓴 채로 날마다 오십 리를 걸어댕기며 울음을 삼켰으니...

일례로 밭에 나가 김을 매면 젊은 며느리 한 고랑의 김을 매는 사이 당신은 세 고랑을 매고, 큰갯물 포구에서 괴기구덕 짊어지고 남들은 하루 한 번 십오 리 이상을 오가며 장사를 하는 사이 당신은 세 번을 오락가락했으니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억척축지법인 셈이지.

K가 귀동냥한 일화다.

 

며느리가 묻는다.

' 어머니, 어떵허민 그추룩 제기 매여집니까?'

 

시어머니 왈,

' 좀좀허영 메염시민 된다.'

 

지나치던 동네 삼춘이 묻는다.

' 아이고 삼춘, 어떵 경 제기 폴앙 왐수광?'

 

할머니 왈,

' 말 하영 곧지 말앙 고를 말만 고르멍 댕기민 된다.'

 

그렇다. 그게 당신의 비결이었다. 그러던 당신이 마침 K씨 눈앞에 서성거리고 있다. 옛 소련 고르바초프의 흔적을 지나치던 평화로를 따라가다 잠시 들른 새별오름이다. 툭하면 당신이 내뱉던 욕처럼 몽곳놈들도 이곳을 짓밟았을지 모르지만 정월보름이면 붉은 망령으로 되살아 홧병으로 떠오를까싶지만 이 오름의 이름이 뜻하는 바, 혹 자신이었을까 여쭙고 있다. 하늘거리는 그녀의 혼령 앞에서, 너무도 죄송함을 금치 못하여 희끗하게 세어버린 당신의 표정을 보며 소리 내어 억억 울고 싶었다. 지금의 제가 실망스럽다며, 몹시 부끄럽다며, 그러나 안심하시라며 봉우리에 올라 몇 마디 올리고 왔다. 제 아들 둘이 자라 이제 씩씩한 어른이 되었다며 모두 당신의 자식들이라며, 당신의 소망대로 새별로 떠오를 거라며, 뒤돌아보며 다시 뒤돌아서며 흐드러진 여기 억새들이 당신의 질긴 명줄을 닮았다며...

 

4. 가시고기

 

제사상에 올렸던 생선 한 토막을 무심코 씹다가 울컥거린 K씨, 그날이 언제쯤일까 되씹으며 세월의 책장을 뒤져보는데 그녀가 돌아가시기 전 대략 몇 달 전이라고 흥얼거리고 있다

 

가시고기

 

 

조막만한 생선 한 마리

애간장에 졸이고 살만 발라

손자 밥그릇에

얹혀주고 또 얹혀주고, 마디마디 굵은 손 당신은

정작 당신은

 

대가리, 가시, 가시

그 주름 깊은 몰골은 가시고기

 

서산,

저 너머로 넘어버린 망령

아흔 넘어

 

부엌에 숨어들어 생선 한 마리 한입에 넣고

우물우물 철딱서니, 망령 난

 

가시

가시

우리 할머니

아흔 넘어 철딱서니

우리 할머니 아흔 넘어

 

- 필자의 시집, ‘칠색조 변주곡’ 중에서

 

‘ 아이고 우리 할망, 무사 고방 먹엄수과? 제발 이래 나왕 먹읍서’

두 눈 휘둥그레진 모습이 마치 허우적거리는 철딱서니

 

‘ 무사 고방 먹으민 안 되어?’

굳이 번역을 하자면,

 

‘ 아이고 우리할머니, 왜 숨어서 먹으세요? 제발 이리 나와서 먹으세요 ’

‘ 왜 숨어서 먹으면 안 되나? ’

그날의 표정은 마치 세 살 먹은 아기 같기도 하고 집 나갔다 허겁지겁 기어들어온 고양이 같기도 했다는데, 세 살 버릇이 여든 간다는 말, 그게 아님이 증명되던 순간이었다는데, 아흔을 넘기면 아기의 흔적이 비친다는 말로 바꾸고 싶은, 그때는 바야흐로 흥청망청하던 시절이었지, 물론 K씨에게도 예외는 아니었지. 문민정부라는 거창한 간판이 괭가리가 되어 막춤을 부추겼으니 음주가무는 기본이었지. 가까스로 얻은 직장은 안정을 찾은 듯하고 장가들고 아들 둘을 낳고 집을 장만했으니 남부러울 게 없었지.

세월을 거슬러보면 닭이 모가지를 비틀자마자 새벽종이 울렸었지. 흐릿한 시대를 눈치껏 보내고 혁명인지 쿠데타인지 어영부영 느끼면서 국방의 의무를 마쳤지. 오일달러의 유혹에 휩쓸려 허기를 채우려 오버타임의 사막을 헤매다 그것도 잠시, 제 딴엔 천신만고 끝에 신의 직장으로 들어가면서부터 만사형통인 듯했지. 돌이켜보면 흥청망청의 시작은 당신의 할머니가 정신줄을 놓아버린 시점에서부터, 얼마 후 할머니를 저승으로 보내고, 이것도 사실 핑계라면 핑계겠지만 나라꼴도 흥청망청하다보니 IMF를 만났을 터, 결국 직장의 눈총에 저격을 당하면서 육지로 추방당하는 꼬라지가 되었으니, 잘 나가던 K씨의 제 1막은 20세기를 마감하면서 커튼을 내렸던 셈이지.

객지에서의 생활은 우연하게도 대망의 21세기와 맞물린 제 2막의 시작이겠으나 결코 순탄치 않았지. 물론 아내며 아이들까지 몽땅 끌고 갔으니 각자 적응하는 데만 해도 몇 년이 걸린 듯, 약 15여년의 객지 생활은 K의 일생에 가장 중요한 시기이면서도 가장 허물어진 시간이기도 했지. 다행히 아들 하나가 가히 국내 최고라는 K대학 박사의 영광을 얻기도 했지만 그건 순전히 어린 것이 노력한 결과일 뿐, 정년퇴직과 함께 귀향과 함께 허송해버린 그의 제 2막의 인생도 어느새 커튼을 내릴 수밖에 없었지.

 

5. 경허영정허정영허라(허는 아래아 발음)

 

문득, 떠오르는 당신의 가르침이다

‘누가 욕해도 하영 곧지 말앙 예예 허멍 촘으라’며 강조하시던 참을 ‘忍’자와 ‘여기에 붙엉 영 곧곡 혹은 저기에 붙엉 정 곧곡 절대 경허지 말라’며 강조하시던 가운데 ‘中’자로 ‘쉿’하던 그 표정은 주름살 가득한 당신의 인중(人中)이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아니 묄세’의 묵시 같은 아래아의 깊은 소리, 당신의 말씀대로 따르리라는 신념인지 모르지만 K씨는 당신의 큰아들을 뿌리 튼튼한 ‘큰솔’이라 이름을 지었고 작은아들을 오래 뻗으라는 의미로 ‘大永’이라 이름을 지었단다. 마침, 아래아의 바람이 분다. ‘살다 살다 부득불 ‘까마귀를 보더라도 피하라’시던 백로의 말씀이 푸드덕거리는 행간이다.

 

 

잃어버린 말

 

 

훈민訓民의 정음正音, 그 화두로 던진

‘ 나랏말씀이 중국에 달라... ’

나라말의 첫 쓰임새는 점 하나

이른바‘ㆍ’였지

 

지금도 그 흔적이 제 모습을 닮은 제주섬에 슬그머니 엿보이지만

어느새 바람에 휩쓸린 소리처럼 사그라지고 있지

그 점 하나가 어쩜 우주의 심장, 그 시작이거늘

우리는 그 정신마저 사투리라는 오명으로 천대하고 있지

쌈질 같은 억지 말쌈에다 적당히 얼버무린 말씀으로

 

말의 씨, 그 점 하나 없이 어찌 ‘ㅏ’를 배고 ‘ㅓ’를 배고 ‘ㅗ’를 낳고 ‘ㅜ’를 낳겠는가

이거야말로 대왕이 팔짝 뛰고 귀신이 곡할 노릇 천부당만부당의 말씀이지

옛사람들 달을 보고 이라 일러 돌과 비스름히 읽은 건

이 땅에 구르는 돌을 닮았다고 믿었거나

하늘이 품은 돌이라는 뜻일 터

 

 

대왕의정음正音

 

우연 같은 문득의 탄생이 필연의 우주를 만났지

그 중심으로 점 하나 ㆍ의 홀소리로

우주를 앞세우는 찰나 ㅏ가 되고

우주를 무찌르는 순간 ㅓ가 되지

우주를 받드는 찰나 ㅗ가 되고

우주를 등지는 순간 ㅜ가 되지

ㅡ는 우주를 깔보는 자, 우주에 깔리는 신음의 형상임을

백성들에게 바르게 알리고 싶은

당신의 정신이지

그 밖을 어우르는 닿소리는

시시각각 백성의 감정을 읽은

당신의 느낌이고

 

6. 바야흐로 서기 2019년

 

어느덧 저물어가는 지금 나이로 보나 줄거리로 보나 K의 제 3막이지, 이승의 막장을 향한 인생이지. 되돌아 더듬어보면서 후회를 하면서 하나하나 정리해야할 시점이지. 그 과정의 하나로 그는 시를 쓰고 있지. 감히 전설의 백록이라는 필명으로, 그의 행간은 과거형의 고향과 그의 할머니와 그의 할머니를 닮은 억새가 대부분이라는데, 이쯤에서 그의 심정을 드러내는 요즘의 글들을 낚시의 추억을 빗대어 슬쩍 훔쳐보면,

걸음마를 떼고 물장구를 치기 시작하면서부터 갯가를 어슬렁거렸지, 닻 같은 바늘을 닻줄 같은 노끈에다 묶고 갯돌과 갯돌 사이 고망을 쑤시고 다녔지, 미꾸라지 같은 보들락 서너 마리 낚아 올리면 그날은 운수대통이었지. 1, 2. 3을 떼고 ㄱ, ㄴ, ㄷ을 알기 시작하면서부터 갯바위로 기어올랐지, 비로소 족대를 들고 낚싯줄에 뽕돌을 달고 파도와 씨름했지, 괴맹이를 알고 어랭이를 알고 우럭을 알고 붉바리를 알면서 세상은 몽땅 손아귀에 잡힌 듯했지. 가까스로 가감승제의 산수를 얼버무리고 직유와 은유의 행간에 매달리기 시작하면서부터 주판을 굴리고 펜대를 놀렸지, 마침내 붓을 들고 물감을 칠하다 취하면 흥얼거리거나 어깨를 들썩이다 문득, 이게 바로 詩作의 유희로구나 싶었지. 강태공처럼 세월을 낚는, 이 글도 물론, 큰갯물의 추억이지. 바닷가에서 나고 자란 탓으로 툭하면 바다를 떠올리고 그 가운데엔 항상 당신의 할머니 회초리와 함께 1. 2. 3과 함께 ㄱ, ㄴ, ㄷ이 꼬물거리는 바닷고기처럼 떠올랐겠지. 할머니 기대엔 못 미쳤다는 후회와 함께


억새의 표정을 읽다

 

 

애초 푸르고 질기다

봄부터 여름까지

가을이 오면 차츰 붉어지는 듯

울컥거리는 순간

핏빛인 듯 보랏빛인 듯

이윽고 겨울이 얼씬거리는 날부터

금세 흰빛으로 휩싸인다

 

정월대보름이면 불꽃으로 피어오른다

활활, 다비를 치르고 나면

잠시 검어지는 당신은

정녕, 불심이다

가히, 오색을 품었으나

색즉시공인

 

억새의 표정 역시 K씨의 할머니를 닮았다. 늙도록 질긴 성정이 그렇고 평생 희생으로 불사른 삶이 그렇고, 부처가 따로 있겠는가. 그에겐 할머니가 영원한 부처일 따름이란다. 그녀의 웃는 얼굴을 본 건 평생에 딱 한 번이란다. 그것도 그녀가 정신을 놓았을 때, 아마도 이승을 떠나기 위한 마지막 인사다 싶은, 그것도 바람 따라 객지를 떠돌다 귀향 인사차 전화를 드렸을 때 떠올리던 함박 같은,

 

바람의 노래

 

 

폐부를 찌르는 칼립소의 칼바람이다

지난날 오디세우스를 품은

 

얼어붙은 제 발의 발작

바람아 멈추어다오

제발

 

광시狂詩의 보헤미안 랩소디

집시의 칼칼한

혹은, 여인의 절절한

절규다

 

동지를 지나 대한으로 가는 길목

히말리야 -시다 싶은 사려니숲길에서

언뜻, 솔향의 솔바람이 그리운

솔로의 소울이다

 

 

7. 전설에서 소설로

 

 

어느덧 인생의 정년을 넘겨버린 K씨, 어설픈 당신의 기억으로 떠올린 사실을 어림의 전설로 쓰고 남은 세월을 허구의 소설로 꾸며서라도 후세에 남기고 싶어진단다. 족보를 뒤적이며 조상들께 여쭙고 그동안 귀동냥으로 얻은 것들을 가락으로 속삭이며 어느 백로가 남긴 서글픈 사연들을 사위로 대신 날갯짓하며 침묵으로 묻고 답하는 중이다.

 

‘할머니, 아니 영원한 나의 어머니, 당신은 지금 어디에 계십니까?’

- ‘오, 내 손자야, 나의 영원한 아들아, 하늘에 잘 있으니 내 걱정이랑 이제 그만 접고 네 식구들을 보살피거라. ’

 

‘90년을 묵언으로 수행하고 기꺼이 백로가 되어 날아가신 할머니, 어디 불편한 데는 없으십니까?’

- ‘ ... ’

 

‘ 훨훨 하늘로 오르셔도 여전히 말이 무겁습니까?’

- ‘ 굳이 말로 해야겠느냐, 내 말이 안 들리면 네 스스로 깨우치거라. ’

 

‘ 욕이라도 좋으니 요즘 따라 당신의 억센 음성이 무척 그립습니다.’

‘아! 모진 우리 할머니시여!’

 

K씨의 별명이 백록인 이유가 여기에 있단다. 백로가 된 할머니를 그리는 까닭이라며, 아직 날개를 달기엔 너무 이르지만 거룩한 생각 같은 'ㄱ'의 가르침 고이 품겠다며, 기꺼이 그 기억 간직하겠다며, 전설은 백로의 행적이라며

이 소설은 당신에게 곧 들이닥칠 이야기

그 줄거리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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