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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의 고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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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박종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05회 작성일 19-09-05 06:25

본문

​비의 고향 


​나의 여름은 늘 비와 함께 했어요. 

유년시절, 왠만한 비에는 우산도 없이 등교를 했고 말년 휴가를 나오던 날에도 

차가 끊겨 장대 같은 비와 울창한 어둠을 헤짚고 십리를 걸어 집에 왔었습니다. 

나이가 들어서도 마찬가지, 마켓 가는 날에 비가 자주 내리고 있어요. 

그래서 나의 여름은 즐거움보다 아픔이 많았습니다.  


그 여름밤에도 비가 내렸어요. 

호랑이가 사람으로 변신하고 담배까지 피운다는 이야기를 믿었던 어린 나이였지요.

우산도 없이 등교한 누나가 하교가 늦어 손위 형과 마중을 나가게 되었어요. 

날이 어두어지면서 무섭기도 했지만 형제는 용감하다는 형을 믿고 따라 나섰습니다. 

당당한 걸음으로 학교에 도착했는데 누나 교실의 불빛은 보이지 않았고 학교는 

온통 비와 어둠에 잠겨 있었어요. 


왈깍 온몸에 무서움이 들면서 누나 없이 되돌아갈 생각을 하니 앞이 캄캄했습니다. 

특히 달걀귀신과 호랑이가 출몰한다는 닭재를 생각하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형과 나는 읍내 가로등 불빛 아래서 서로를 껴앉고 한참을 울고 위로를 반복하다 

형제의 용감함을 미운 가족에게 보여 주기로 다짐하며 읍내를 벗어 났습니다. 


무거운 발걸음과 두근거리는 가슴은 여전했지만 주먹을 불끈 쥐고 닭재를 향해 가고 

있었습니다. 그때 빗속을 뚫고 끊어질 듯 들려오는 어머니의 목소리, 그 감격스런 순간은 

아직도 경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감격도 잠시, 닭재 이야기와 상황이 맛물리면서 

갑자기 어머니가 무서워졌습니다. 


혹시 호랑이가 변신한 것은 아닐까? 그럼 언제 잡아 먹을까? 

온갖 두려운 생각에 다가서는 어머니의 손을 잡지 못하고 걸음도 제대로 걷질 못하다 

물이 찬 검정고무신을 잃고 말았습니다. 

한참이 지나 신발이 없는 나를 발견한 어머니는 노발대발, 눈에 별이 반짝이도록 등짝을 

후려치더니 왔던 길을 되돌아가 고무신을 찾아 왔습니다. 


그 험한 난관을 이겨내고 집에 도착했는데 누나는 태연히 숙제를 하고 있더군요. 

어이가 없었어요. 하지만 나는 밤새도록 안식이 없었습니다. 호랑이가 어머니로 변신했을 지 

모른다는 의구심이 떠나지 않아 새벽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비가 그친 다음날도 툇마루에 앉아 구멍난 양말을 꿰매시던 어머니를 마루 기둥 뒤에 숨어 

지켜보기기도 했습니다. 


그 어머니가 아직도 호랑이로 변신하지 않고 살아 계시고 얄미웠던 누나, 용감했던 형도 

건강하니 감사한 일이지요.

추석이 다가오니 월색도 짙어지고 고향에 대한 그리움도 배가 됩니다. 

그 여름에 비가 있었기에 소중한 추억이 되었습니다. 그 추억은 비의 고향이었구요. 


뉴저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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