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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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붉은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3건 조회 654회 작성일 19-09-06 12:40본문
빈손
그때만 해도 거제는 아주 먼 곳으로 대구에서 오려면 시외버스로 3시간 걸린다.
그해도 친정엄마는 김장김치를 가지고 오신다며 연락을 주셨다.
난 딸과 사위가 내려오기로 한날 음식 하느라 몹시 힘들었다.
이다음 사위 보면 절대 외할머니처럼 씨암탉 잡을 생각 없으니 그리 알라 했는데
8월의 뜨거운 불길 앞에 온몸이 지글지글 익어갔다.
그리고 가던 날, 아이스박스에 삼계탕과 반찬 등을 가득 담아,
먼저 먹을 것과 냉동실 넣을 것을 주의시키며 빠진 것이 없나 살피고.
그날 김장김치를 담은 아이스박스 두 개는 우리 집에 오지 못 했다.
중간에 내리던 승객이 자신의 물건을 꺼내면서 짐칸 문을 꽉 닫지 않은 것인지,
도착하기 전 이미 문이 열려 김치가 어딘가로 굴러떨어진 것이다.
여러 날 장보고 애쓴 김치를 그렇게 어이없이 잃어버린 엄마는 이틀을 잠도 못 주무시고 가시방석처럼 계시다 가셨다.
사위 보기 민망하다며.
지금 같으면 더 잘 위로해 드렸을 텐데.
딸이 가고 이제는 혼자 오시지도 못하는 친정엄마께 전화부터 드렸다.
이것저것 챙겨서 잘 보냈다고 그리고 그때 일을 기억하시냐고.
여전히 아깝다 하시며 웃으시네.
그렇게 아무것도 못 해 늘 걱정이던 딸이 벌써, 사위를 보고 반찬까지 싸서 보냈다니 좋으시단다.
우리 엄마 이젠 그냥도 오실 수가 없다네.
댓글목록
부엌방님의 댓글
부엌방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사위를 보셨군요
내리사랑이라고 주어도 주어도 부족함이 없지요
어머니 항상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김재숙시인님도 사위보셨으니 건강하셔야 됩니다
따님이 많이 걱정하시겠군요 항상
잘읽고 갑니다 가슴이 싸한 김치 어디로 사라졌을까
감사합니다
붉은선님의 댓글
붉은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사그라지는 열망 같이 나이가 술술 넘어 가네요
늘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좋은 날 되시기 바랍니다~~^*^
이옥순님의 댓글
이옥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지금 제가 살고 있는 삶에 현실입니다
헌데 저는 닭을 키워 사위가 오면 닭 잡느라 난리 법석이지요
보다 못 한 사위 이젠 잡지 말라고 하네요 ㅎ ㅎ
대신 유정란 계란만 잔득 챙겨 주지요
부모 마음 아니 엄마 마음은 비슷한것 같아 마음 내려 놓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