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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도일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43회 작성일 19-09-24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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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립문자 교외별전(不立文字 敎外別傳)”
   나는 이 말이 참 좋다.

   세치 혀에 담아내는 도(道)나 깨달음은 이미 진리가 아니다. 그것은 지식일 뿐이다. 지식은 죽은 것이다. 살아 있는 것이 아니다. 지식은 책에 지나지 않는다. 도나 깨달음은 책속에 들어가 죽기 전의 생생히 살아 있는 그것이다.
     사과 맛을 어찌 말과 글로 표현할 수 있을까. 표현한다 하더라도 그것은 죽은 맛이다. 살아 있는 맛이 아니다. 사과 맛에 관한 책을 수백 권 읽고 설명을 듣고 그 맛이 어떤 것일까 고뇌하느니 딱 한 번 먹어보면 바로 그 맛을 안다. 그것으로 끝이다. 사과 맛은 결코 책 속에 있지 않다. 살아 있기 때문이다. 살아 있는 것은 책 속에 들어갈 수가 없다. 이것이 참 진리다. 살아 있는 이 맛을 생생히 전하는 것이 교외별전이다. 진리는 살아 있는 것이지 죽은 것이 아니다. 금강경을 끼고 산다고 해서 붓다가 되지는 않는 것처럼.

​   배가 고파 죽어가는 사람한테 너는 지금 이러이러한 음식을 먹어야 산다고 가르치면 그 사람이 그 죽은 가르침을 듣고 살겠는가 소용없는 일이다. 음식을 갖다 주고 먹는 방법을 직접 보여주어야 한다. 그래야 살 수 있다. 그것이 올바른 스승이다. 올바른 스승은 말로 가르치지 않는다. 그것이 오히려 제자를 혼란스럽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스승인척, 도와 깨달음에 대해서 좋은 말과 글귀를 쏟아낸다. 그것이 자신에게나 다른 사람에게나 무슨 소용이 있는가, 아무 소용없다. 좋은 말과 글을 쏟아내는 것은 약간의 경험과 책만 보면 지식만 쌓으면 아니 백과사전 한 권만 옆에 있다면 누구라도 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앵무새 일뿐이다. 앵무새는 자기 머리로는 한마디도 하지 못한다. 들은 말을 되 뇌일 뿐이다.
     스승은 말과 글이 아닌 자신만의 방법으로 살아 있는 것을 전한다. 그것이 교외별전(敎外別傳)이다. 스승은 제자가 직접 체득(體得)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마스터이지 말과 글로 대중을 현혹 시키는 말쟁이 글쟁이가 아니다. 진리를 조금 알았다고 해서 말과 글로 쉽게 사람들을 가르치려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자칫하면 그것이 사람들로 하여금 진리에 대해 아예 눈을 멀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세상에는 말쟁이 글쟁이가 너무 많다. 그 때문에 세상이 더 혼란스러울 수도 있다. 그것을 어렴풋이나마 알면서도 이 아침 책상머리에 앉아 이러고 있으니 나도 잘못돼도 한참은 잘못 됐다.

​   오늘이 절기상 소설(小雪) 창밖에 잎새를 다 털어버린 나무 가지 뒤로 흰 구름이 무심히 흐른다. 머뭇거리던 내 마음도 따라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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