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곁에 있어 행복합니다/임두환 > 소설·수필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소설·수필

  • HOME
  • 창작의 향기
  • 소설·수필

☞ 舊. 소설/수필   ♨ 맞춤법검사기

 

 

모든 저작권은 해당작가에게 있습니다.무단인용이나 표절을 금합니다

당신이 곁에 있어 행복합니다/임두환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김용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00회 작성일 19-11-10 17:19

본문

당신이 곁에 있어 행복합니다

- 아내에게 보낸 편지 -

임두환

여보, 그 무덥던 여름이 지나고 선들바람이 불더니 어느덧 단풍이 곱게 물들었구려.
세월이기는 장사 없다고 했지 않던가요?
우리도 이쯤 하여 인생 뒤안길을 돌아볼 나이가 된 듯합니다.
당신과 백년가약을 맺고 살아온 지 어느덧 46년이 흘렀네요.
올해로 내 나이 일흔 셋이고, 당신은 일흔입니다.
앞만 보고 달려왔던 우리의 삶은 인생역전 ‘마라톤경주’였던가 봅니다.

여보, 당신은 순창군 팔덕면 서흥리, 밀양박씨 가문에서 3남3녀 중
둘째딸로 태어났지요.
결혼 전만 해도 다복하게 지내던 당신이었습니다.
결혼은 ‘하늘이 맺어준 인연’이라고 했던가요?
당신과 나는 중매도 연애도 아닌 색다른 결혼이었습니다.
군대생활을 같이 했던 오빠를 찾아갔던 것이 인연이었지요.
그때만 해도 진안鎭安과 순창淳昌은 생활권이 달라서 왕래가
그리 쉽지 않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당신과의 만남은 천생연분이었습니다.

여보, 당신의 결심은 대단했습니다.
진안에서도 하늘 밑 첫 동네에 살고 있던 나에게 시집을 왔으니까요.
당신이 알다시피 나는 일곱남매 중 장남이었고, 시집에는 시부모를 비롯하여
할머니와 젖먹이를 갓지난 시누이까지 있었습니다.
그러니 시집살이가 얼마나 어려웠겠습니까?
그렇다고 넉넉한 집안도 아니었지요.
어떻든 남편 하나만을 믿고 따라주었던 당신은 한마디로 ‘장땡’을 잡은 겁니다.

여보, 지난 세월은 참으로 험난했습니다.
그래도 내가 공무원이었기에 그런 대로 끼니는 이을 수 있었지만,
우리에게는 남모르는 눈물이 따랐지요.
아버지가 55세로 세상을 일찍 떠나시고 보니, 어머니와 어린 동생들을
우리가 도맡아야 했습니다.
당신도 그러했지만 나는 한없이 막막했습니다.
다른 동료들은 집에서 쌀가마니를 가져다 먹으며 여유로웠지만,
우리는 쥐꼬리마한 월급으로 어머니와 동생들까지 돌봐야 했었지요.
그러니 당신 볼 면목이 없었습니다.

여보, 결혼생활 중반까지는 고난의 연속이었지요.
우리 집을 마련하기까지는 전셋방을 일곱 번이나 옮겨 다녀야 했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고생이라 여겨본 적이 없었죠.
아들딸들이 귀엽게 자라고 있어서 오직 내 집 마련이 급선무였지요.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아등바등했던 그 시절이 새롭습니다.

여보, 어둠이 걷히면 새벽이 온다고 했던가요?
우리 집안에 항상 어려움만 있었던 건 아니었지요.
그동안 당신이 애써온 보람으로 그런 대로 잘 살고 있지 않습니까?
우리가 언제 큰 욕심 부렸나요? 늘그막에 이만하면 흡족하지
더 이상 무엇을 바라겠습니까?
결혼 한 지 15년 만에 전주시 인후동 변두리에 25평짜리 국민주택을
마련하고는 얼마나 기쁘던지 당신과 나는 뜨거운 눈물을 흘렸지요.
지금은 사통팔달 인후동 안골지역, 풍광 좋은 인후휴면시아 아파트에서
행복을 누리고 살지 않습니까?
아흔둘이신 어머니가 다리골절상으로 요양원에 계시지만 그런 대로
건강하시고, 여려 동생들도 자수성가하여 알뜰살뜰 가정을 꾸렸지 않습니까?
딸 순옥이와 아들 진영이도 의젓하게 자라서 좋은 직장을 얻고,
좋은 배필을 만나 맞벌이를 하면서도 우리에게 손녀손자들을
안겨주지 않았습니까?
한마디를 덧붙인다면 나 역시 34년간의 공직생활을 무사히 마치고,
제2의 인생 길을 걷고 있으니 이보다 즐거운 일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여보, 내가 18년간을 공무원으로 근무하다가 공사로 전환되는 바람에
공무원연금을 받지 못하지요.
그렇다고 서운해 할지 모르지만, 공사로 전환되고서는 살림살이가
좀 부드러워진 건 사실이지 않습니까?
어떻든 퇴직금을 일시불로 받아야 했습니다.
그 때만 해도 시중은행에 돈을 맡겨 놓으면 이율이 높아 괜찮았는데,

“땅은 도망가지 않으니까 땅을 사놓자.”
고 당신이 억지를 부렸지요.

“아내 말을 들으면 손해 보는 일이 없다.”고 했던가요.
지금 와서 생각하니 당신 말이 옳았습니다.

여보, 땅 이야기를 꺼낸 것은 자랑하고 싶어서가 아닙니다.
그 땅을 일구다보니 몸은 힘들지만 나도 모르는 행복을 느껴서입니다.
얼마 되지 않은 땅에 감. 배, 사과, 복숭아나무 등 갖가지 과일나무와
농작물을 심어 놓고서 가꾸는 재미가 쏠쏠했지요.
당신과 구슬땀을 흘리면서도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니 행복했습니다.
다른 때 같으면 어림없지만 땅을 일구느라 목말라할 때면 막걸리 잔을
내밀기도 했지요.
이게 바로 부부간의 사랑이구나 싶었습니다.
언젠가 나무들이 자라서 과일이 농익어갈 때면 손주들을 불러모으고는
자랑을 늘어놓을 겁니다.

여보, 이제야 당신의 소중함을 알았습니다.
당신과 한 이불을 덮고 살아온 나날은 정말 행복하고 고마웠습니다.
가을이 수놓아진 자리마다 여름이 다녀간 흔적들이 역력하네요.
여보, 올해 음력 12월이면 당신도 칠순을 맞게 됩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그 날, 잔치마당에서는 당신을 등에 업고서
덩실덩실 춤을 추고 싶습니다.

여보, 앞으로 사는 날까지 건강하게 지냅시다.
여보. 당신이 곁에 있어주어 정망정말 행복합니다. 여보, 사랑합니다.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1,664건 7 페이지
소설·수필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1484 함동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3 0 08-10
1483 함동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16 0 08-08
1482 함동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6 0 08-07
1481 함동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14 0 08-04
1480 함동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31 0 08-03
1479 함동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2 0 08-01
1478 함동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2 0 08-01
1477 함동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7 0 07-26
1476 함동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1 0 07-21
1475 함동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98 0 07-12
1474 와리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8 0 07-04
1473 와리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9 0 06-26
1472 김상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9 0 06-24
1471 와리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1 0 06-11
1470 함동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94 0 06-10
1469 함동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39 0 06-06
1468 와리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1 0 06-06
1467
오월의 향기 댓글+ 2
들향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4 0 05-30
1466 와리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1 0 05-29
1465 함동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22 0 05-28
1464 들향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3 1 05-23
1463
후투티 사랑 댓글+ 3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1 0 05-17
1462 사이프레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7 0 05-15
1461
어머니의 봄 댓글+ 5
들향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3 2 05-14
1460 함동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3 2 05-13
1459 함동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95 0 04-23
1458
봄의 살란기 댓글+ 9
들향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8 2 04-23
1457 와리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7 0 04-20
1456 사이프레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5 0 04-18
1455 사이프레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4 0 04-11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