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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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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도일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55회 작성일 20-02-04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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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 메시지

 

       



지난 봄 어느 날, 문자 메시지 한 통을 받았다. 

"그대 가슴에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는 한 주가 되기 바랍니다."라는 간결한 내용이었다. 발신인이 ‘홍00’ 이라고 되어 있었는데 나는 모르는 사람이었다. 다른 사람에게 갈 문자가 내게로 잘못 왔거니 생각했다. 그런데 며칠 뒤 그 사람한테서 또 문자가 왔다. 주말에는 가까운 들에 나가 새롭게 싹트는 생명의 힘을 느껴보라는 것이었다. 그것을 느낄 때 내 삶도 힘차게 박동할 것이라고 했다. 두 번씩이나 문자를 보내오는 것을 보니 정작 문자를 받을 사람하고는 연락이 없었던 듯싶었다. 나는 '확인 좀 하지' 하고는 이번에도 그냥 지나쳤다. 그런데 어느 날 또 문자가 왔다. 

"내가 그대가슴에 보이지 않는 꽃씨 하나를 바람에 날려 심어 놓았으니 잘 가꾸어 꽃을 피우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이었다. 이번에는 그 자리에서 바로 답을 보냈다. 정작 받아봐야 할 사람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을 테니 안 되겠다 싶은 생각이 들어서였다.

"문자가 잘못 왔습니다. 이번이 세 번째인데 전화번호를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라고 했다. 문자를 보내놓고 답신도 없고 해서 확인했으려니 하고 있는데 어느 날 또 문자가 왔다. 

"당신이 맞습니다. 혹여나 당신 마음을 어지럽히는 어두운 생각들이 얼씬댄다면 호롱불 하나 밝혀 놓고 그것들을 멀리 하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서서히 평정심을 찾아 다시 행복해 질 것입니다."라는 내용이었다. 알 수가 없는 일이었다. 나는 모르는 사람인데 내가 맞다니? 아무리 주변에 있는 사람을 더듬어 봐도 ‘홍’씨 성을 가진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니 한 사람 있기는 있었다. 이름은 기억나지 않았지만 먼 중학교 동창이었다. 소식을 못 들은 지가 수십 년이 넘었다. 설사 그 친구가 맞는다고 하더라도 이제 와서 뒤늦게 나에게 문자를 보내올 만큼 가깝게 지내던 친구는 아니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한편으로는 궁금해만 할 것이 아니라 문자를 보내온 전화번호로 연락을 해서 확인을 해볼까도 했지만 번잡스러울 것 같다는 생각에 그만 두었다. 

그러던 어느 날, 길에서 우연히 학창시절 가깝게 지내던 다른 동창 녀석을 만났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갑자기 문자 생각이 나서 혹시나 하고 물어 보았다. 

"동창 중에 혹시 홍씨 성 가진 친구 이름이 홍00 아니냐?" 하니 

대뜸 언성을 높이며 "맞아! 너도 문자 받는 모양이구나."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그 자식 참 정성이야. 한주도 빠뜨리지도 않고 문자를 보내오는 것을 보면, 모르긴 해도 조만간 한 번 만나자고 하든지 물건 하나 팔아 달라고 연락이 올걸, 아니면 보험 하나 들어 달라고 하든지, 연락이 닿는 친구들 한태는 다 보내는 모양이더라. 전화번호를 어떻게 알았는지 몰라."하며 낄낄댔다. 

그렇게 해서 문자를 보내오는 사람에 대한 궁금증은 풀렸다. 그러고 나서도 한 주가 시작 되는 월요일이면 어쩌다 한두 번 빼고는 어김없이 문자가 왔다. 그때마다 그 내용이 여간 따뜻하지가 않았다. 부드러운 솜사탕 같았다. 알 수 없는 향기가 배어 있었다. 전화라도 해서 고맙다고 인사라도 해야 했지만 친구에게 들은 말도 있고 해서 그만 두었다. 

그렇게 지내던 어느 날, 길에서 만난 친구한테서 연락이 왔다. 

"야! 홍00 있잖아, 먹고 살만하다고 하더라. 은행에 점장으로 있다가 명퇴하고 나왔는데 연금 받고 모하고 해서 꽤나 여유가 있다고 하던데, 보험이나 물건 하나 팔아 달라 고는 하지 않겠더라!" 하면서 익살을 떨었다.

나는 전화를 끊고 나서 한참을 생각에 잠겼다. 

서로 소식을 모르고 지낸 지가 수십 년이 지났다. 그런데 이제 와서 뒤늦게 가깝게 지내지도 않던 친구들 전화번호를 어렵게 수소문해서 문자를 보내는 이유가 무엇일까? 문자를 보내오는 것 외에는 달리 전화를 하는 것도 아니요 만나자고 하는 것도 아니었다. 한 주가 시작되는 월요일이면 문자를 보내올 뿐이었다. 그 문자를 눈에 담고 있다 보면 청순하면서도 순수했던 유년시절이 생각났고 그리움은 어느새 나래를 펴고 그 시절로 날아갔다. 그때마다 입가에 절로 미소가 번졌다. 그러다가도 ‘그런데 지금의 나는?’ 하는 한 생각이 머리를 들면 그 자리에서 나락으로 떨어져 내리고는 했다. 

때로는 시(詩)어 한 구절 같이 맑고 순수한 문구(文句)들. 이순(耳順)의 나이가 된 지금에 그만한 정서를 가슴에 지니고 따듯하게 사는 사람이 내 주변에 있다는 것이 여간 고맙지 가 않았다. 그래서 한번 만나 볼까도 했지만 그것 역시 그만 두었다. 그랬다가 그에 대한 내 아름다운 상상이 깨질지도 모른다는 염려 때문이었다. 문자의 내용으로 짐작해 보면 그는 나와는 다른 세상에 살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나는 그가 보고 있는 세상을 보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맑고 순수했다. 나 역시 한때는 그렇게 살기를 원했다. 하지만 실패했다. 그 때문에 그가 내게 전하려는 세상이 어떤 세상인지를 잘 알고 있다. 내가 일상에 매달려 바둥대며 사는 까닭에 보지 못하는 세상을 그는 자세히도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푸릇푸릇한 행복을 가슴가득 건져 올리고 있었다. 그는 그 세상이 결코 멀리 있지 않다고 했다. 바로 내 앞에 있다고 했다. 일상의 틀에 자신을 가두지 말고 과감히 박차고 나오라고 했다. 오늘의 우리 나이를 본다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아니 그래야 했지만 나는 아니었다. 그것이 결코 먹은 나이로만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다. 부대낄 수밖에 없는 세상을 어떻게 살았기에 오늘에 이르러 그렇게 반듯하게 그만한 경지에 오를 수 있었는지 끝도 없이 궁금했다. 

나는 내일이 몹시도 기다려진다. 

내일이 바로 문자메시지를 받아 볼 월요일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얼굴조차 까맣게 잊은 친구를 위해 내일은 또 어떤 문구(文句)로 나를 깨우치려 할지 그것이 궁금하고 손꼽아 기다려지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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